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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개봉한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 (Small Things like these)’은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 ‘클레어 키건 (Claire Keegan, 1968-)’의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영화화하였습니다. 클레어 키건은 <맡겨진 소녀>, <푸른 벌판을 걷다>, <포스터>와 같은 작품들을 통하여 오웰상, 루니 아일랜드 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는데요. 그녀가 2021년에 쓴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1980년대 중반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실제 있었던 ‘막달레나 수녀원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1922년부터 1996년까지 70년이 넘는 시간동안 아일랜드 가톨릭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일명 ‘막달레나 세탁소 (Magdalene asylum)’에서 일어난 인권 유린 사건인데요. 무보수와 휴일이 없는 노동을 미혼모들이나 매춘부들은 물론 성폭행 피해자나 고아들에게도 시킨 것은 물론 미혼모의 아이들을 돈을 받고 입양을 보내고, 굶주림과 착취, 폭행 및 감금 등 인권을 유린한 추악한 사건이 바로 이 ‘막달라네 수녀원 사건’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을 다룬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영화 <사랑스러운 파트릭 (De Patrick)>, <빌 (Will)>을 연출한 벨기에 출신의 감독 ‘팀 밀란츠 (Tim Mielants, 1979-)’가 연출한 영화가 바로 2024년 베를린 국제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동명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입니다.
1985년, 크리스마스를 바로 앞둔 어느 추운 겨울날, 성실하고 정직한 다섯 딸의 아버지 ‘빌 펄롱 (킬리언 머피 분)’은 평소보다 일찍 배달을 나섭니다. 사실 빌은 미혼모의 아들로 매우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부유한 ‘윌슨 부인 (미셸 피얼리 분)’의 도움으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던 과거가 있었습니다. 수녀원의 석탄 창고에 갇혀있는 어린 소녀 ‘사라 (아그네스 오케이시 분)’을 발견하게 되며, 사라가 임산부이고 수녀원에서 아이를 낳아야 한다며 두려움 섞인 말을 합니다. 빌은 사라를 수녀원으로 데려가고 원장인 ‘메리 수녀 (에밀리 왓슨 분)’은 사라를 끌고가게 합니다. 그리고 빌의 가족들이 수녀들이 운영하는 학교에 다닌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발설하지 않도록 압박합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카드에 빌의 아내 ‘아일린 (아일린 월시 분)’의 이름을 쓰고 카드와 함께 돈을 넣어 빌의 손에 쥐어 보냅니다. 집으로 돌아온 빌은 돈을 따로 뺀 후 카드를 아내에게 건내고 아일린은 왜 빌이 그 카드를 대신 받았는지 의아해합니다.
빌은 술집 주인 ‘키호 부인 (헬렌 비언 분)’에게서 수녀원의 영향력을 생각해서 눈 감고 잊으란 충고를 듣습니다. 하지만 빌은 아내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려던 빌은 어린 시절 갖지 못했던 선물을 발견하고 마음을 바꿔 수녀원으로 향합니다. 그렇게 사라를 설득하여 사람들이 모두 바라보는 가운데 그녀를 집으로 데려오게 됩니다.
이 영화에는 어린 시절 빌이 자신을 구해준 것이나 다름없는 윌슨 부인을 위해 튼 레코드에서 들려오는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와 함께 인상적인 클래식 음악이 하나 등장하는데요. 바로 눈이 온 크리스마스 아침 어린 빌이 선물을 열어보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클래식 작품인 슈만의 <사육제> 중 다섯 번째 곡인 ‘오이세비우스 (Eusebius)’입니다.
독일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로베르트 슈만 (Robert Schumann, 1810-1856)’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사육제>에서 최고의 피아노 작품으로 극찬을 받기도 한 <사육제, 작품번호 9번 (Carnaval, Op.9)>을 24세의 나이였던 1825년에 완성하였습니다. 이 곡의 부제는 슈만이 직접 프랑스어로 ‘4개의 음표로 만들어진 작은 광경 (Scenes mignonnes sur quatre notes)’이라 붙였는데요. 22개의 피아노 소품으로 구성된 이 곡은 화려한 사육제에 걸맞는 매우 활기차고 즐거운 작품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서곡을 비롯하여 피에로, 아를레키오, 우아한 왈츠, 요염한 여인, 쇼팽, 파가니니 등 사육제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슈만이 사랑한 작곡가들은 물론, 훗날 아내가 되는 클라라의 이탈리아명인 ‘치아리나’를 제목으로 하는 작품들과 번호가 빠진 제8곡 ‘응답’과 제10곡 ‘춤추는 편지’ 사이의 ‘스핑크스’까지 다양한 곡들이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으며, 그 중 슈만의 양면적인 성격을 묘사한 가상의 인물인 ‘오이세비우스’와 ‘플로레스탄’의 이름을 딴 제5곡과 제6곡이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에서는 슈만의 매우 차분하면서도 신중한 성격을 묘사한 인물인 오이세비우스의 이름을 딴 제5곡 ‘오이세비우스’가 배경음악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비극적인 사건과 절망적인 상황과 희망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는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슈만의 <사육제> 중 제5곡 ‘오이세비우스’를 통하여 그 담담함을 절절하게 살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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