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스며든 클래식]
#55. 가곡의 교과서 독일 시인 하이네의 ‘노래의 책’ – 19.슈만의 '시인의 사랑' <2>
독일의 대문호 ‘하인리히 하이네 (Heinrich Heine, 1797~1856)’의 ‘노래의 책 (Buch der Lieder)’ 속의 시들을 토대로 작곡된 많은 작품들 중 열아홉번째로 다뤄볼 작품은 저번 시간에 이어 독일의 위대한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던 ‘로베르트 슈만 (Robert Alexander Schumann, 1810-1856)’이 1840년에 작곡한 가곡집 ‘시인의 사랑 (Dichterliebe, Op.48)’입니다. 오늘은 ‘시인의 사랑’에 수록된 노래의 책 속 시를 가사로 하고있는 16개의 노래 중 6번 ‘거룩한 라인 강에 (Im Rhein, im heiligen Strome)’부터 12번 ‘밝아오는 여름 아침에 (Am leuchtenden Sommermorgen)’까지 7곡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6. 거룩한 라인 강에 (Im Rhein, im heiligen Strome)
Im Rhein, im schoenen Strome,
Da spiegelt sich in den Well’n
Mit seinem grossen Dome
Das grosse heil’ge Koeln.
Im dom da steht ein Bildnis,
Auf goldnem Leder gemalt;
In meines Lebens Wildnis
Hat’s freundlich hineingestrahlt.
Es schweben Blumen und Eng’lein
Um unsre liebe frau;
Die Augen, die Lippen, die Waenglein
Die gleichen der Liebsten genau.
거룩한 라인강이 흐르고,
물결이 비춘다.
커다란 대성당과
크고 성스러운 쾰른이 비치네.
대성당에는 그림이 하나 있네
금으로 둘러싸인 가죽에 그려져있는
내 거친 삶에
친절하게 비춰주었네.
꽃과 작은 천사들이
성모 주위를 맴돌고
성모의 눈도 입술도 뺨도
나의 사랑하는 그녀와 똑닮아있네.
슈만의 ‘시인의 사랑’ 중 여섯번째 곡인 ‘거룩한 라인 강에 (Im Rhein, im heiligen Strome)’는 하이네의 노래의 책 중 두번째 연작시 ‘서정적 간주곡 (Lyrisches Intermezzo)’의 11번째 시를 가사로 쓰고 있는 가곡으로 자신의 연인을 라인 강에 비치는 쾰른 대성당의 성모상을 닮았다고 묘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 곡은 매우 무게감 있고 장중한 분위기가 마치 슈베르트의 마왕의 첫부분이 연상되는 작품입니다.
7. 나는 울지 않으리 (Ich grolle nicht)
Ich grolle nicht und wenn das Herz auch bricht,
Ewig verlor’nes Lieb, ich grolle nicht.
Wie du auch strah;st in Diamantenpracht,
Es faellt kein Strahl in deines Herzens Nacht.
Das Weiss ich laengst.
Ich grolle nicht, und wenn das Herz auch bricht,
Ich sah dich ja im Traum,
Und sah die Nacht in deines Herzens Raum,
Und Sah die Schlang’, die dir am Herzen frisst,
Ich sah, mein Lieb, wie sehr du elend bist.
나는 울지 않으리, 이 심장이 부서지더라도,
영원히 잃어버린 사랑이여, 난 한탄하지 않으리.
그대가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여도
그대의 마음 속의 어둠을 비출 빛은 없으리.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
나는 울지 않으리, 이 심장이 부서지더라도,
난 꿈 속에서 당신을 보았소.
그리고 그대의 마음 속 밤의 공간을 보았고
그리고 뱀을 보았어요. 그대의 심장을 물어뜯는
나는 봤어요, 내 사랑, 그대가 얼마나 비참한지를..
이 곡은 하이네가 자신의 사랑에의 희망을 모두 잃은 마음을 표현한 시로 ‘서정적 간주곡’의 18번째로 수록된 시입니다. 피아노의 연타 위에서 매우 강한 액센트와 함께 노래가 매우 비통하게 울려퍼지는 곡입니다. 마치 베르디 오페라의 남자 주인공이 결심을 할 때 부르는 아리아처럼 격정적인 작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8. 그리고 만약 작은 꽃들이 안다면 (Und wuessten’s die Blumen, die kleinen)
Und wuessten’s die Blumen, die Kleinen,
Wie tief verwundet mein Herz,
Sie wuerden mit mir weinen,
Zu heilen meinen Schmerz.
Und wuessten’s die Nachtigallen,
Wie ich so traurig und krank,
Sie liessen Froehlich erschallen
Erquikenden Gesang.
Und wuessten sie mein Wehe,
Die goldnen Sternelein,
Sie kaemen aus ihrer Hoehe,
Und spraechen Trost mir ein.
Die Alle koennen’s nicht wissen,
Nur eine kennt meinen Schmerz;
Sie hat ja selbst zerrissen,
Zerrissen mir das Herz.
그리고 그 작은 꽃들이 안다면
내 심장이 얼마나 깊은 상처를 입었는지
나와 함께 울어줄텐데
나의 이 아픔이 나을 수 있도록,
그리고 나이팅게일들이 알게된다면
내가 얼마나 슬픔과 아픔 속에 지내고 있는지
그들은 내게 힘이 될 노래를
즐겁게 노래하며 들려줄텐데,
그리고 만약 나의 슬픔을 안다면
금빛으로 빛나는 작은 별들이
높은 곳에서 내려와
내게 위로의 말을 건내줄텐데
그 모두 알 수 없을 것이고
단 한 사람만이 나의 아픔을 알 것인데
그녀야말로 내 마음을 갈기갈기
갈기갈기 찢은 사람이기에..
하이네의 시집 ‘노래의 책’ 중 연작시 ‘서정적 간주곡’의 22번째 시에서 발췌하여 가사로 작곡된 슈만의 시인의 사랑 중 8번째 곡인 ‘만약 작은 꽃들이 안다면’은 찢어지는 사랑의 아픔을 비통한 멜로디로 표현하고 있는 가곡입니다. 특히 점차 격렬하게 진행되며 후주에 등장하는 피아노의 클라이막스가 강렬한 이미지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9. 그것은 플루트와 바이올린 (Das ist ein Floeten und Geigen)
Das ist ein Floeten und Geigen,
Trompeten schmettern drein;
Da tanzt wohl den Hochzeitreigen
Die Herzallerliebste mein.
Das ist ein Klingen und Droehnen,
Von Pauken und Schalmei’n;
Dazwischen schluchzen und stoehnen
Die guten Engelein.
그것은 플루트와 바이올린
트럼펫의 소리도 그 사이 사이 날개짓을 하고
결혼식장에서 춤을 추고 있을 것이야.
나의 사랑이.
부는 소리와 울려퍼지는 소리,
팀파니와 목관악기로부터 울려오는.
그 사이에 흐느끼고 탄식하는 소리도 들려온다.
사랑스러운 나의 천사여..
앞선 ‘만약 작은 꽃들이 안다면’에서 연결되는 가사처럼 느껴지는 슈만의 시인의 사랑 중 9번째 곡 ‘그것은 플루트와 바이올린’의 가사는 하이네의 노래의 책 중 ‘서정적 간주곡’의 20번째 시에서 가사를 따왔으며 의외로 ‘만약 작은 꽃들이 안다면’보다 먼저 쓰여진 시를 교묘하게 연결되게 작곡한 가곡입니다. 처절한 가사와 어울리지 않게 피아노의 반주는 밝으며 마치 결혼식장을 연상시킵니다. 성악 멜로디와 교묘하게 부딪히면서도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가곡입니다.
10. 그 노래가 들려오면 (Hoer’ ich das Liedchen klingen)
Hoer’ ich das Liedchen klingen,
Das einst die Liebste sang,
So will mir die Brust zerspringen
Vor wildem Schmerzendrang.
Es treibt mich ein dunkles Sehnen
Hinauf zur Waldeshoeh,
Dort loest sich auf in Traenen
Mein uebergorsses Weh’.
그 노래가 들려오면,
그 사람이 즐겨 부르던 그 노래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오네.
달랠 수 없는 고통 때문에
어두운 그리움이 나를 감싸면
숲 속의 언덕으로 올라가
그 곳에서 눈물을 흘려버리네
나의 가장 큰 고통과 함께
느린 템포의 10번째 곡 ‘그 노래가 들려오면’은 서정적 간주곡의 40번째 시를 가사로 하고 있으며, 슬픔에 사로잡힌 비통한 시인의 마음을 느린 피아노의 아르페지오 선율과 서정적인 노래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앞선 곡들이 아픔을 강한 f로 터뜨리고 있다면 이 곡은 p로 꾹꾹 담아내는 깊은 슬픔이 묻어나는 비통한 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11. 한 청년이 한 처녀를 사랑했지만 (Ein Jungling liebt ein Maedchen)
Ein Juengling liebt ein Maedchen,
Die hat einen andern erwaehlt;
Der Andre liebt eine Andre,
Und hat scih mit dieser vermaehlt,
Das Maedchen heiratet aus Aerger
Den ersten besten Mann,
Der ihr in den Weg gelaufen;
Der Juengling ist uebel dran.
Es ist eine alte Geschichte,
Doch bleibt sie passieret,
Dem bricht das Herz entzwei.
한 청년이 한 처녀를 사랑했지만..
그녀는 다른 남자를 선택하였어.
그 다른 남자는 다른 여자를 사랑했고,
그리고 그는 그 여자와 결혼해버렸지.
처녀는 화가 나서
인연이 된 첫번째 남자와
결혼을 해버렸지.
청년은 고통에 빠지고 말았어.
이것은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세상 속에서 계속 영원히 반복되는 이야기이지
누구든 이와 같은 일을 당하면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질 것이야.
책 속에 스며든 클래식 34번째 글 ‘아이빈 알네스’의 ‘5개의 노래’에서 다룬 적이 있는 이 시는 서정적 간주곡의 39번째 시로 하이네와 자신의 사촌 아말리에와의 이야기를 주인공으로 한 시입니다. 알네스의 가곡과 달리 즐거운 이야기를 들려주듯한 멜로디를 이 시에 작곡한 슈만은 이미 이 아픈 사랑을 극복한 아주 예전의 추억을 들려주는 시인의 옛사랑을 그린듯 하여 또다른 매력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12. 밝아오는 여름 아침에 (Am leuchtenden Sommermorgen)
Am leuchtenden Sommermorgen
Geh’ ich im Garten herum.
Es fluestern und sprechen die Blumen,
Ich aber, ich wandle stumm.
Es fluestern und sprechen die Blumen,
Und schaun mitleidig mich an;
Sei unserer Schewseter nicht boese,
Du trauriger blasser Mann.
밝아오는 여름 아침에
정원을 걷고 있네.
꽃들은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지만
나는 그러나, 말없이 걷고만 있네.
꽃들은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리고 나를 연민에 가득찬 눈빛으로 쳐다보네.
우리의 자매에게 너무 화내지 말아요.
그대, 슬픈 모습의 창백한 남자여.
서정적 간주곡의 45번째 시를 가사로 쓰고 있는 슈만의 시인의 사랑, 그 12번째 곡인 ‘밝아오는 여름 아침에’는 자신을 떠난 연인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시인의 모습을 고요한 여름 아침의 정원의 모습에 투영시키고 있습니다. 단조롭고 아름다운 아르페지오의 선율이 두드러지는 잔잔하고도 아름다운 가곡입니다.
이렇게 슈만의 ‘시인의 사랑’ 중 7곡을 만나보셨는데요. 다음 시간에는 마지막으로 시인의 사랑 중 13번째 곡인 ‘나는 꿈 속에서 울고 있었네 (Ich hab’ im Traum geweinet)’부터 마지막 곡인 ‘오래된 나쁜 노래들 (Die alten, boesen Lieder)’까지 만나보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