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대문호 ‘하인리히 하이네 (Heinrich Heine, 1797~1856)’의 ‘노래의 책 (Buch der Lieder)’ 속의 시들을 토대로 작곡된 많은 작품들 중 열번째로 다뤄볼 작품은 노르웨이의 작곡가 ‘아이빈 알네스’의 ‘5개의 노래 (5 Songs, Op.6)’ 중 3번째 곡인 ‘한 청년이 한 처녀를 사랑했지만’과 4번째 곡 ‘이 눈물 한방울은 왜?’입니다.
우리에게 낯익은 이름은 아닌 작곡가 ‘아이빈 알네스 (Eyvind Alnaes, 1872-1932)’는 노르웨이 출신의 피아니스트, 오르가니스트 겸 합창 지휘자이자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작곡가들 중 한명이기도 합니다.
16세였던 1888년부터 4년간 오슬로의 ‘음악과 오르가니스트 학교 (Music and Organist School in Oslo)’에서 수학한 후 독일의 라이프치히로 유학을 떠나 ‘카를 라이네케 (Carl Reinecke, 1824-1910)’를 사사하고, 1896년 자신의 첫 교향곡을 초연한 후에 베를린으로 이주하여 ‘율리우스 루트하르트 (Juius Ruthardt, 1841-1909)’를 사사한 아이빈 알네스는 독일 후기 낭만 음악을 체계적으로 익힌 음악가였습니다. 1895년부터 1907년까지 노르웨이의 ‘드람멘 (Drammen)’시의 ‘브라게르네스 교회 (Bragernes Kirke)’에서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하고, 1907년부터 9년간 오슬로의 ‘우라니엔보르그 교회 (Uranienborg kirke)’, 그리고 1916년부터 그가 사망한 해인 1932년까지 ‘오슬로 성당 (Oslo Cathedral)’의 연주자로 활동하는 등 40여년간 오르간 연주자로 성실하게 연주 활동을 해왔던 인물인 아이빈 알네스는 2개의 교향곡을 포함, 1개의 피아노 협주곡,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오르간을 위한 다양한 작품들을 작곡하였습니다.
이렇게 오르가니스트이자 작곡가로 음악 작업을 성실하게 해오던 아이빈 알네스는 노르웨이의 국민 작곡가 중 한명으로 인정받아, 1922년 50세의 나이에 노르웨이 왕실에서 수여되는 황금 훈장을 받았으며, 그가 사망한 1932년에는 제1기사 작위를 수여받기도 하였습니다.
아이빈 알네스의 작품들 주 2개의 교향곡, 피아노 협주곡, 교향적 변주곡 등은 현재까지도 많이 연주되고 있으며, 아이빈 알네스의 6번째 작품인 5개의 노래는 심플한 피아노 반주와 독일과 노르웨이 당시의 낭만 음악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아이빈 알네스의 5개의 노래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영국 시인 ‘로버트 번스 (Robert Burns, 1759-1796)’의 시에 작곡을 한 1번 ‘겨울의 서쪽 (Winterklage/The Wintry West)’, 2번 ‘나이팅게일에게 (An eine Nachtigall/To a Woodlark)’, 5번 ‘첫 시편 (Der erste Psalm)’과 하이네의 노래의 책 속 2개의 시를 가사로 쓴 노래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 중 하이네의 노래의 책 속 시를 가사로 쓴 3번 ‘한 청년이 한 처녀를 사랑했지만 (Ein Juengling liebt ein Maedchen)’과 ‘이 눈물 한방울은 왜? (Was will die einsame Thraene?)’는 각각 연작시 ‘서정적 간주곡’과 ‘귀향’에 포함된 시로 2분 정도의 짧은 노래로 작곡되었습니다.
아이빈 알네스의 5개의 노래 중 3번째 노래인 ‘한 청년이 한 처녀를 사랑했지만’은 노래의 책 속연작시 ‘서정적 간주곡 (Lyrisches Intermezzo)’의 39번째 시로 하이네가 노래의 책 속에 포함된사랑의 시들의 대부분을 쓸 때의 주인공이었던 하이네의 사촌 아말리에와의 이야기가 주인공이 되는 시입니다.
‘아말리에 하이네 (Amalie Heine, 1800-1838)’는 시인 하이네의 삼촌이었던 부호 ‘살로몬 하이네 (Salomon Heine, 1767-1844)’의 딸로 1821년, ‘요나단 프리드랜더 (Jonathan Friedlaender, 1793-1863)’과 결혼하며 ‘아말리에 프리드랜더 (Amalie Friedlaender)’로 남편의 성을 따르게 되었던 인물입니다. 하이네는 1816년 함부르크에서 살기 시작하며 사촌이었던 아말리에를 연모하게 되었으나, 아말리에는 다른 남자를 사랑하여 3살 연상의 사촌오빠였던 하이네에게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말리에는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와는 이뤄지지 않고 결혼은 또 다른 남자와 하게 되었는데, 하이네는 이 실연의 아픔을 ‘한 청년이 한 처녀를 사랑했지만’ 시에 담아내었습니다.
Ein Juengling liebt ein Maedchen.. [한 청년이 한 처녀를 사랑했지만..]
Ein Juengling liebt ein Maedchen,
Die hat einen andern erwaehlt;
Der Andre liebt einde Andre,
Und hat sich mit dieser vermaehlt.
Das Maedchen geiratet aus Aerger
Den ersten besten Mann,
Der ihr in den Weg gelaufen;
Der Juengling ist uebel dran.
Es ist eine alte Geschichte,
Doch bleibt sie immer neu;
Und wem sie passieret,
Dem bricht das Herz entzwei.
한 청년이 한 처녀를 사랑했지만..
그녀는 다른 남자를 선택하였어.
그 다른 남자는 다른 여자를 사랑했고,
그리고 그는 그 여자와 결혼해버렸지.
처녀는 화가 나서
인연이 된 첫번째 남자와
결혼을 해버렸지.
청년은 고통에 빠지고 말았어.
이것은 오래 된 이야기이지만..
세상 속에서 계속 영원히 반복되는 이야기이지.
누구든 이와 같은 일을 당하면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질 것이야.
아이빈 알네스는 이 시에 심플한 멜로디의 흐름과 단순한 피아노의 반주를 붙여 소년의 순수한 사랑과 실연의 아픔을 덤덤하게 표현하려 하였으며 이 단순한 소나타 형식의 곡은 처연하기까지 한 순수하고도 아름다운 노래로 완성이 됩니다.
아이빈 알네스의 5개의 노래 중 4번째 곡인 ‘이 눈물 한방울은 왜?’는 노래의 책 속 연작시 ‘귀향 (Heimkehr)’ 중 27번째 시를 가사로 쓴 곡으로 하이네가 길게 계속되는 실연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보이는 시에 비장함을 더한 작품입니다.
Was will die einsame Traene? [이 눈물 한방울은 왜?]
Was will die einsame Traene?
Sie truebt mir ja den Blick.
Sie blieb aus alten Zeiten
In meinem Auge zurueck.
Sie hatte viel leutende Schwestern,
Die alle zerflossen sind,
Mit meinen Qualen und Freuden
Zerflossen in Nacht und Wind.
Wie Nabel sind auch zerflossen
Die blauen Sternelein,
Die mir jene Freiden und Qualen
Gelaechelt ins Herz hinein.
Ach, meine Liebe selber
Zerfloss wie eitel Hauch!
Du alte, einsame Traene,
Zerfliesse jetzunder auch!
이 눈물 한방울은 왜 맺히는 것인가?
눈 앞을 이렇게 흐려 놓으면서.
옛날에 생긴 눈물 한 방울이
지금까지도 내 눈에 남아 있었던 것이구나.
이 눈물에게도 언젠가 자매들이 있었지.
무수히 반짝이던 그 자매들..
모두 내 고통과 내 기쁨과 함께
밤과 바람 속으로 흩어져 버렸네..
푸른 작은 별들 역시
안개처럼 흩어져 사라져버렸구나.
내 가슴에 그 기쁨과 고통을
미소로 전해 주었던 별들..
아.. 나의 사랑조차도
덧없는 한숨처럼 사라졌네..
오래된 쓸쓸한 눈물이여..
너도 이제 그만 사라져라!!
아이빈 알네스는 4번 ‘이 눈물 한방울은 왜? 역시 화려한 꾸밈없이 심플하게 작곡하여 고독과 쓸쓸함을 표현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3번 ‘한 청년이 한 처녀를 사랑했지만’에서 보다는 조금 더 무겁고 다양한 피아노의 화음을 더하여 비장한 주인공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으며, 특히 고음의 노래를 더하여 클라이맥스의 긴장감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 서서히 사라지는 듯한 노래의 마지막은 한겨울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추위와 쓸쓸함까지도 느껴지며 아이빈 알네스만의 음악적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노르웨이과 독일의 낭만주의 음악을 융합시켜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 성격으로 완성시킨 아이빈 알네스의 작곡으로 더욱 서정적이며 치열하게 만들어진 하이네의 ‘노래의 책’ 속에 스며든 클래식 ‘한 청년이 한 처녀를 사랑했지만’과 ‘이 눈물 한방울은 왜?’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잊혀져서는 안되는 아름다운 클래식 작품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