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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냥의 클래식 칼럼/브런치 클래식 매거진

브런치 칼럼 #66. 영화 '중경삼림' - 바흐 칸타타 '주는 나의 기쁨이시며'

by zoiworld 2021.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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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주소brunch.co.kr/@zoiworld/165 입니다~~

 

예전에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들이 리마스터링되어 영화관에서 재개봉이 되고 있는 요즘, 화양연화, 해피투게더에 이어 재개봉한 중경삼림은 세계적인 거장인 홍콩의 감독 왕가위 (Wong Kar Wai, 1958-)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감각적인 영상미로 우리 나라에서도 홍콩 여행 바람이 불 정도로 큰 사랑을 받은 명작 영화인 중경삼림에 클래식 음악이 등장하는 것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매우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중국의 대도시 충칭 (중경, Chungking)의 이름을 딴 홍콩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중경맨션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2개의 사랑 이야기가 옴니버스 식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동방불패, 동사서독, 백발마녀전, 폴리스 스토리 등으로 낯이 익은 지금은 은퇴한 세계적인 홍콩 여배우 임청하 (Brigitte Lin, 1954-)의 은퇴 전 마지막 작품이기도 한 중경삼림에서 임청하는 첫번째 이야기의 마약 밀매업자로 나옵니다. 임청하의 상대역으로는 대만계 일본인 배우인 금성무 (또는 다케시 가네시로, Takeshi Ganeshiro)가 맡고 있으며 그는 타락천사, 친니친니, 적벽대전 등으로 잘 알려져 있는 배우입니다.

금성무는 223 경관 하지무를 맡고 있으며, 41일 만우절에 여자친구 메이에게 버림받고 한달간 그녀를 기다리며 51일이 유통기한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매일 하나씩 구입하고 있습니다. 금발 가발과 선글라스를 쓰고 레인코트를 입은 마약밀매상은 마약밀반출을 시도하지만 전애인이었던 마약밀매조직의 두목에게 배신을 당하고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430일에서 51일로 넘어가는 저녁 바텀스 업 클럽에서 만난 두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화양연화, 해피투게더, 적벽대전, 색계 등 수많은 영화에 출연하며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홍콩의 대표적인 배우 양조위 (Tony Leung, 1962-)는 또다른 경찰 663 경관으로 중경삼림의 두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합니다. 여자친구였던 스튜어디스의 저녁을 사주러 매일 스낵바에 들리는 663 경관, 어느 날 스낵바에 새로 들어온 아르바이트생 페이663 경관에게 반하고 그 시기와 맞물려 663 경관은 스튜어디스 여자친구에게 버림받게 됩니다.

 

페이 역은 중국의 가수이자 배우 왕페이 (Shirley Faye Wong, 1969-)가 맡고 있으며, 유명한 게임 파이널 판타디 8의 주제곡 아이즈 온 미 (Eyes on me)로도 유명한 그녀는 중경삼림의 주제가 몽중인 (Dream lover)을 불러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렇게 중화권의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감각적인 영화 중경삼림은 특히 OST가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영국의 밴드 크랜베리스 (The Cranberries)드림 (Dream)을 왕페이가 중국어로 번안해 부른 몽중인을 비롯하여 미국의 팝그룹 마마스 앤 파파스 (The Mamas & the Papas)캘리포니아 드리밍 (California Dreamin)이 대표적인 작품이죠.

 

그런데 이 영화에는 아주 짧게 잠깐, 하지만 그 등장 이유를 알고나면 매우 인상적인 클래식 작품 하나가 등장합니다. 첫번째 이야기에서 마약밀매상이 두목의 명령으로 자신을 배신한 인도인들을 찾기 위해 지인의 딸을 납치해서 디저트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에 등장하는 배경 음악인데요. 바로 들으면 모두가 멜로디를 노래 부를 수 있는 곡인 바흐의 주는 나의 기쁨이시며입니다.

 

칸타타 (Cantata)는 이탈리아어 노래하다 (Cantare, 칸타레)가 어원인 가사가 있는 바로크 시대의 여러 악장으로 구성된 성악곡의 형태로, 종교적인 내용의 교회 칸타타와 세상의 이야기를 담은 세속 칸타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 (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는 무려 200곡이 넘는 교회 칸타타와 16곡의 세속 칸타타를 작곡하였는데, 그가 1716년 작곡한 칸타타가 바로 147마음과 입, 행동 그리고 삶 (Herz und Mund und Tat und Leben)입니다.

독일의 시인 잘로모 프랑크 (Salomo Franck, 1659-1725)의 시에 곡을 붙인 이 칸타타는 바흐가 1723년 더욱 확장시켰으며 이 버전이 현재까지도 많이 연주되고 있습니다. 1부와 2부로 나뉘어 각각 6, 4개 총 10개의 곡으로 이뤄진 칸타타 147마음과 입, 행동 그리고 삶은 합창과 아리아, 레치타티보로 구성되어있는데 그 중 1부 마지막이자 6번째 곡과 2부 마지막이자 10번째 곡이 바로 주는 나의 기쁨이시며(Jesus bleibet meine Freude)입니다.

 

예수는 인류의 소망은 바흐의 칸타타와 곡들 중 가장 유명한 곡 중 하나라 할 수 있으며 영화 오펀 블랙, 브루클린, 아일랜드, 마이너리티 리포트, 드라마 다운타운 애비, 데어데빌, 브루클린 나인나인,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 심슨 가족 등 수많은 작품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Jesus bleibet meine Freude

Meines Herzens Trost und Saft

Jesus wehret allem Leide,

Er ist meines Lebens Kraft,

Meinert Augen Lust und Sonne

Meiner Seele Schatz und Wonne;

Darum lass ich Jesu nicht

Aus dem Herzen und Gesicht.

 

주는 나의 기쁨이시며

내 마음의 본질이며 희망이십니다.

그는 모든 시련에서 나를 지켜주시고

내 생명의 힘이 되시며

나의 두 눈에는 기쁨이자 태양이 되시고

나의 영혼에는 보물이며 찬미입니다.

그렇기에 나는 마음과 눈에서

주를 멀리하지 않으려 합니다.

 

 

인도인의 딸을 납치한 마약밀매상은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녀도 사랑을 했었고 사랑을 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라는 희망이 보여지는 장면이 바로 이 아이스크림 가게 장면인데요. 이 때 등장하는 바흐의 예수는 인류의 소망이 바로 그녀의 선한 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중경삼림에 잠깐 스치고 지나가는 배경 음악처럼만 보이지만 그 속을 알고나면 왕가위 감독의 깊은 마음을 더 이해할 수 있는 영화를 살린 클래식66번째 작품 바흐의 예수는 인류의 소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