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거 120주년을 맞은 “브람스 (Johannes Brahms, 1833~1897)”, 그의 작품들은 올해 특히 더욱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으며 연주회의 엔딩을 장식하는 레퍼토리로도 선호되고 있는데요. 오늘 다뤄볼 그의 작품은 독일의 대문호 “괴테 (Johann Wolfgang von Goethe, )”의 대표작 중 하나인 1774년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의 남자 주인공 베르테르의 이름을 딴 “피아노 사중주 3번 다 단조 작품번호 60 (Piano Quartet No.3 in c minor, Op.60)”입니다.
브람스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출생하였으나 주로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음악 활동을 했던 첼리스트이자 작곡가입니다. 독일에서 오스트리아로 유학을 온 가난한 청년 음악가 브람스의 재능에 감탄한 “로베르트 슈만 (Robert Schumann, 1810~1856)”과 “클라라 슈만 (Clara Schumann, 1819~1896)” 부부는 8명의 아이가 있는 빠듯한 생활 속에서도 브람스가 자신들의 집에서 머물며 슈만에게서 물질적, 음악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브람스의 피아노사중주 중 마지막 작품인 이 3번은 브람스가 그의 나이 22세였던 1855년에 작곡을 시작하였으나 20년이 지난 1875년에야 출판과 초연이 된 작품으로, 1863년에 출판된 피아노사중주 1번과 2번보다 먼저 구상, 작곡이 시작된 작품이긴 하지만 마지막으로 출판되었기에 3번으로 명명되었습니다.
브람스가 C#단조로 이 작품의 1악장을 구상하고 작곡을 하기 시작한 1855~56년은 슈만의 정신분열이 악화되며 자살 기도를 한 후에 요양원에 입원하게 되고 또 쇠약해져 슈만이 사망하는 해이기도 합니다. 당시 슈만의 8번째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던 클라라 슈만은 극심한 고통과 슬픔에 사로잡혀 있었으며, 남몰래 클라라에 대한 연민의 마음을 가지고 있던 브람스는 클라라의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기를 자처하며 연모의 마음을 극도로 억압하였습니다.
1악장을 완성시킨 브람스는 그가 “현악 사중주 1번 (Stringquartet No.1 in c minor Op.51 :Billroth 1)”과 “현악사중주 2번 (Stringquartet No.2 in a minor, Op.51 ‘Billroth 2’)”를 헌정할 정도로 브람스와 절친한 사이였던 복부 외과의사이자 아마추어 음악가였던 “테오도르 빌로트 (Theodor Billroth, 1829~1894)” 에게 편지를 썼는데 그 편지에서 그는 “지금 작곡하고 있는 피아노 사중주는 괴테의 소설 ‘베르테르의 슬픔’ 속 베르테르의 절망적인 자살을 음악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라 언급하였습니다.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는 “파우스트 (Faust)”, “색채론 (Farbenlehre)”, “마왕 (Der Erkoenig)” 등 3000여편의 시와 소설 등을 쓴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Johann Wolfgang con Goethe, 1749~1832)”가 그의 나이 25세가 되던 1774년 출판한 소설로 18세기 프랑스에서 유행하였던 편지 형식을 빌려 쓰는 “서간체” 형식의 소설입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쓰기 시작한 시기인 1772년 괴테는 자신이 견습으로 일하고 있던 고등법원에서 “요한 케스트너 (Johann Christian Kestner, 1741~1800)”, 그의 약혼녀인 “샤를로테 부프(Charlotte Sophie Henriette Buff, 1753~1828)”를 알게 되었고, 샤를로테를 짝사랑하게 되어 깊은 고민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친구였던 철학자 “카를 예루살렘 (karl Wilhelm Jerusalem, 1747~1772)” 역시 그 시기에 유부녀였던 “헤르트 부인 (Elisabeth Herd, 1741?~?)”를 짝사랑하였고 그 사랑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예루살렘은 그 해 자살을 하였습니다. 이 모든 사건들을 겪으며 괴테는 이 베르테르의 비극을 쓰게 되었고 출판된 후에 “베르테르 열병 (Werther-Fieber)”라는 신드롬이 일 정도로 유럽 전역의 젊은이들이 소설 속의 베르테르의 옷차림을 따라하거나 그를 따라 자살하는 극단적인 경우까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후에 사회학자인 “데이비드 필립스 (David Phillips)”는 1974년 유명인의 자살 후 모방해 자살하는 현상을 “베르테르 효과”라 명명하였으며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줄거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젊은 예술가 베르테르는 무도회에서 마주친 샤를로테 (로테)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었으나 이미 로테에게는 알베르트라는 약혼자가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커져가는 사랑을 참을 수 없어 그는 발하임을 떠났고 로테는 알베르트와 결혼을 하게 됩니다. 발하임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 베르테르는 유부녀인 로테의 곁을 맴돌다 결국 그녀에게 구애를 하게 되고, 로테는 사랑의 감정보다 신분과 이성을 선택하며 베르테르에게 절교를 선언합니다.
결국 극심한 절망감에 빠진 베르테르는 알베르트에게 빌린 총으로 머리를 쏘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살을 하게 됩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젊은 청년 작가 “괴테”가 자신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자신의 친구였던 예루살렘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과 안타까운 자살을 조합해 주인공 “베르테르”에 불어넣은 자조적인 소설로, 젊은 청년 작곡가 “브람스” 역시 자신의 처지를 소설 속 “베르테르”에 대입시켜 피아노 4중주 3번을 작곡하였습니다. 특히 그 슬픈 짝사랑 속에서 클라라와 슈만 가족의 정신적인 지주로 고통받던 시기에 작곡된 1악장은 브람스가 베르테르나 작곡의 배경에 대한 언급조차 하지 않은 채로 1악장을 들려줬을 때조차 클라라가 이 비극적인 음악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젊은 베르테르의 고뇌와 절망감이 처절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1855~1856년에 작곡된 1악장 Allegro non troppo은 강한 피아노의 화음과 그를 따르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슬픈 화음의 진행이 온몸을 조여오는 듯한 절망감을 안겨줍니다. 중간 중간 강렬한 불협화음은 연주자가 잘못된 음을 짚은 것이나 악보의 인쇄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격렬하여 젊은 베르테르의 비애와 고통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슈만의 사망 후 묵묵하게 클라라 슈만의 뒤를 지켜주던 브람스가 1856~1861년 사이에 작곡한 악장인 Andante는 원래 2악장에 배치될 예정이었습니다. 차분하고도 서정적인 첼로의 멜로디로 시작하는 이 안단테는 바이올린이 그 멜로디를 받아 달콤하고도 우아하게 진행을 합니다. 베르테르, 또는 브람스의 달콤하지만 너무나도 진지하고 애절한 사랑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 후 한계에 부딪혀 이 작품의 작곡을 중단했던 브람스는 10여년이 지난 후인 1874년 1악장을 C단조로 바꾸고 수정을 거쳤으며 안단테 악장을 3악장에 배치, 그리고 파워풀하면서도 역동적인 “Scherzo. Allegro”를 새로 작곡해 2악장으로 배치하였습니다.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의 “운명 교향곡 (Symphony No.5 in c minor, Op.67 ‘Schiksal’)”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테마를 치열하게 전개하며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로 연주되다 1악장의 시작 부분의 절망적인 테마를 느리게 기억해낸 후에 무겁게 끝을 맺는 4악장 “Finale, Allegro comodo”를 완성시킨 브람스는 1875년 11월에 그가 직접 피아노 파트를 맡아 “헬메스베르거 현악사중주 (Hellmesberger Quartet)”의 멤버들과 함께 초연을 하였습니다.
브람스는 1875년 8월 출판업자에게 출판을 의뢰할 당시에 보낸 편지에서 베르테르와 이 작품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었는데 그것은 20년 전 1악장을 완성한 후에 그의 친구였던 빌로트에게 보냈던 편지와 흡사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악보의 표지에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는 청년의 모습을 그려넣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 곡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제 사진을 보내고 싶습니다. 그 사진에 푸른색의 연미복과 노란색의 바지, 그리고 승마용 부츠를 입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소설 속에서 베르테르를 상징하는 푸른 연미복과 노란 바지, 승마용 부츠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브람스, 그리고 자신의 고독한 사랑을 글로 써내려갔던 괴테…
책 속의 주인공에 자신을 스며들게 써내려간 두 예술가들의 슬픈 사랑의 노래,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브람스의 피아노 사중주 3번 “베르테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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