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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 ‘음악 영화 이야기’, 그 세번째 영화 ‘카핑 베토벤 (Copying Beethoven)’의 마지막 시간으로 카핑 베토벤에 등장하는 현악 사중주 곡들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베토벤은 대푸가를 제외하고 16개의 현악 사중주 작품을 작곡하였습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는 대푸가 외에 5개의 현악 사중주 작품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현악사중주는 초기 현악사중주인 6번과 중기 현악사중주인 9번, 그리고 후기 작품이자 마지막 3개의 현악 사중주인 14번, 15번, 16번입니다.
그 중 베토벤이 안나에게 음악의 형식에 대한 설명을 하거나 호숫가에 산책을 하다 악상을 떠올리는 장면, 그리고 안나에게 혹독한 비평을 한 것에 대한 사과를 하기 위해 찾아가는 장면에 등장하는 ‘현악사중주 14번 (String Quartet No.14 in c sharp minor, Op. 131’에 대해서는 다음 영화에서 다뤄볼 예정이라 14번을 제외한 나머지 4개의 현악 사중주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1. 현악사중주 6번 내림가장조 작품번호 18번 중 6번 (String Quartet No.6 in B flat Major, Op.18, No.6) 4악장
영화 ‘카핑 베토벤’에서 병상에 있던 베토벤이 안나에게 자신의 상체를 닦아주길 요청하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현악사중주가 바로 베토벤이 1798년에서 1800년 사이에 작곡한 현악사중주 6번입니다. 이 곡은 베토벤이 ‘요제프 프란츠 후작 (Franz Joseph Maximilian von Lobkowitz, 1772-1816)’ 에게 헌정한 곡으로 1악장 ‘알레그로 콘 브리오 (Allegro con brio)’, 2악장 ‘아다지오 마 논 트로포 (Adagio ma non troppo)’, 3악장 ‘스케르초-알레그로 (Scherzo: Allegro)’, 그리고 4악장 ‘라 맬랑코니아: 아다지오-알레그레토 크봐지 알레그로 (La Malinconia: Adagio-Allegretto quasi Allero)’, 이렇게 4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4악장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 4악장은 ‘멜랑콜리’, 즉 슬프면서도 우수에 찬 선율로 시작합니다. 베토벤은 4악장의 처음에 이 멜랑콜리를 표시하며 연주자들이 섬세하면서도 긴장감을 놓지 않길 바란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중간에 밝게 변하여 화려하게 끝이 나는 이 곡의 멜랑콜리한 부분이 영화 속에서 등장하며 베토벤과 안나 사이의 묘한 분위기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2. 현악사중주 9번 다장조 작품번호 59번 중 3번 ‘라주모프스키’ (String Quartet No.9 in C Major, Op.59 No.3) 2악장
베토벤이 작곡가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안나에게 해주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현악사중주가 바로 이 현악사중주 9번 ‘라주모프스키’입니다.
사실 라주모프스키라 불리우는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작품은 모두 3개의 작품입니다. 베토벤이 ‘라주모프스키 백작 (Andrei Kirillowitsch Rasumowski, 1752-1836)’에게 위촉받아 작곡한 3개의 현악사중주 작품번호 59가 바로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7번, 8번, 그리고 9번입니다.
3개의 ‘라주모프스키’ 현악사중주 중 마지막 작품인 9번은 1808년에 초판이 발행된 작품으로 라주모프스키 백작에게 헌정된 작품입니다.
1악장 ‘안단테 콘 모토-알레그로 비바체 (Andante con moto-Allegro vivace)’, 2악장 ‘안단테 콘 모토 크봐지 알레그레토 (Andante con moto quasi Allegretto)’, 3악장 ‘메누에토 (Menuetto)’, 4악장 ‘알레그로 몰토 (Allegro molto)’로 구성되어 있으며 영화 ‘카핑 베토벤’에서는 2악장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3. 현악사중주 15번 가단조 작품번호 132 (String Quartet No.15 in a minor, Op. 132) 3악장
‘니콜라이 갈리친 공 (Nikolai Borisovich Galitzin, 1794-1866)’에게 헌정된 현악사중주 15번은 영화 ‘카핑 베토벤’에서 베토벤이 몸이 조금 호전되자 다시 곡 작업을 시작하려 하자, 안나가 베토벤을 대신하여 그가 이야기해주는 음악을 악보에 받아 쓰는 장면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1825년에 작곡된 이 곡은 1악장 ‘아사이 소스테누토-알레그로 (Assai Sostenuto-Allegro)’, 2악장 ‘알레그로 마 논 탄토 (Allegro ma non tanto), 3악장 ‘몰토 아다지오-안단테 (Molto Adagio-Andante), 4악장 ‘알라 마르시아, 아사이 비바체 (Alla Marcia, Assai vivace)’, 그리고 5악장 ‘알레그로 아파시오나토 (Allegro Appasionato)’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중 영화에 등장하는 3악장은 베토벤이 ‘병이 나은 자가 신께 바치는 감사의 노래 (Heiliger Dankgesang eines Genesenen an di Gottheit, in der Lydischen Tonart)’라는 메모를 따로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병으로 인하여 2악장까지만 완성하고 ‘바덴’으로 요양을 떠나야했던 베토벤이 회복하고 다시 작곡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함이 깃든 작품으로 영화의 장면과도 매우 잘 맞아 떨어지는 곡입니다.
4. 현악사중주 16번 바장조 작품번호 135 (String Quartet No.16 in F Major, Op. 135) 4악장
베토벤이 1826년 작곡한 현악사중주 16번은 베토벤의 마지막 현악사중주이자, 그가 작곡한 마지막 장조 작품입니다. 1828년, 베토벤이 사망하고 1년 뒤에 초연이 올려진 이 현악사중주 16번은 ‘요한 볼프마이어 (Johann Nepomuk Wolfmeyer, 1768-1841)’에게 헌정된 작품입니다.
1악장 ‘알레그레토 (Allegretto)’, 2악장 ‘비바체 (Vivace)’, 3악장 ‘렌토 아사이, 칸탄테 에 트란퀼로 (Lento Assai, Cantante e tranquillo), 그리고 4악장 ‘그라베-마 논 트로포 트라토-알레그로 (Grave-Ma non troppo tratto-Allegro)’로 이뤄져 있습니다.
특히 영화에서 안나의 연인이었던 마틴의 작품을 부셔버린 베토벤에게 화가 난 안나가 베토벤을 찾아가는 장면에 등장하는 4악장은 각 템포의 변화에 남긴 베토벤의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악장의 시작인 ‘그라베’에는 ‘Der Schwergefasste Entschluss (어렵게 내린 결정)’, 중간 파트에는 ‘Muss es sein? (그래야만 하는가?)’, 그리고 마지막 ‘알레그로’에는 ‘Es muss sein! (그래야만 한다!)’라는 베토벤의 확신이 들어 있습니다. 이 메모처럼 베토벤은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가 서로 질문을 하고 대답을 하는 구조로 작곡하여 매우 흥미로운 악장입니다.
이렇게 영화 ‘카핑 베토벤’에서는 그 음악적 배경과 특징을 지닌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악장들이 적재적소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곡들의 배경을 알고 영화를 감상한다면 더욱 깊이 빠져들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베토벤을 다룬 또 다른 영화이자, 16곡의 베토벤 현악사중주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인 현악사중주 14번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영화 ‘마지막 사중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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