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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냥의 클래식 칼럼/브런치 클래식 매거진

브런치 칼럼 #61. 영화 '카핑 베토벤' - 디아벨리 변주곡

by zoiworld 2020.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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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주소https://brunch.co.kr/@zoiworld/150 입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 음악 영화 이야기, 그 세번째 영화 카핑 베토벤 (Copying Beethoven)에 등장하는 피아노 변주곡 디아벨리 변주곡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디아벨리 변주곡의 원제는 디아벨리의 왈츠를 주제로 한 33개의 변주곡 다장조 작품번호 120 (33 Veraenderungen fuer Klavier ueber einen Walzer von A. Diabelli in C Dur, Op.120)입니다. 이 곡이 쓰여진 배경에는 출판업계의 큰 손이었던 오스트리아 작곡가 안톤 디아벨리 (Anton Diabelli, 1781-1858)가 있습니다.

 

네 손을 위한 피아노 작품, 기타를 위한 연습곡과 소나타를 비롯하여 기타와 피아노를 위한 작품, 기타와 성악을 위한 작품 등 기타와 피아노를 위한 작품을 100곡 넘게 작곡한 안톤 디아벨리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기타리스트이기도 하였습니다.

요제프 하이든과 하이든의 동생 미하엘 하이든에게 작곡 수업을 받았던 안톤 디아벨리는 1817, 디아벨리 음악 출판사를 설립하며 크게 성공하며 빈 음악계의 큰 손으로 떠올랐으며, 200명이 넘는 작곡가들의 수많은 작품들을 출판하였던 인물입니다.

 

디아벨리는 1819, 자신이 작곡했던 왈츠를 주제로 당시 빈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작곡가들에게 변주곡을 하나씩 의뢰해 출판하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이 때 슈베르트, 리스트, 체르니, 훔멜, 크로이처, 그리고 모차르트의 아들이자 피아니스트, 작곡가였던 프란츠 사버 볼프강 모차르트 (Franz Xaver Wolfgang Mozart, 1791-1844) 등이 디아벨리의 의뢰를 받은 작곡가였으며, 디아벨리가 의뢰한 약 50여명의 작곡가 중 가장 핵심에 있었던 인물이 바로 베토벤이었습니다.

 

사실 베토벤은 디아벨리의 의뢰를 받았을 때는 디아벨리가 작곡한 왈츠가 마음에 들지 않아 거절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단조롭고 매력이 없는 디아벨리의 왈츠에 매력을 느끼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곧 베토벤은 자신의 마음을 바꿔 독자적인 변주곡을 작곡하겠다고 그 의뢰를 받아들입니다. 그렇게 베토벤이 작곡을 시작하여 4년이 지난 1923년에 완성한 작품이 바로 디아벨리 변주곡입니다.

 

2개의 주제와 30개의 변주곡으로 이뤄진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과 함께 피아노 변주곡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베토벤의 디아벨리 변주곡은 베토벤이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뛰어넘기 위해 33개의 변주곡으로 그 변주의 수를 늘렸다는 속설도 있는 곡입니다.

 

디아벨리는 베토벤의 변주곡을 디아벨리의 애국 예술가 동맹 변주곡 (Vaterlaendischer Kuenstlerverein Variationen) 1, 그리고 그 외의 나머지 작곡가들이 작곡한 변주곡를 묶어 2부로 모아 출판하였습니다. 또 베토벤은 디아벨리 변주곡을 불멸의 연인 후보 중 한명으로도 거론되기도 하는 안토니 브렌타노 (Antonie Brentano, 1780-1869)에게 헌정하였습니다.

 

베토벤은 이 변주를 위하여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죠반니의 아리아 밤도 낮도 쉴 새 없이를 차용하거나, 자신의 피아노 소나타의 리듬을 대입하거나 행진곡, 바가텔, 미뉴엣, 푸가, 스케르초 등 베토벤의 음악적 완성도가 집대성한 작품으로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일반적인 변주곡에 쓰이는 Variation이 아닌 변형을 뜻하는 Veraenderung을 제목에 붙인 것에서도 느낄 수 있듯 베토벤이 시도한 수많은 변화와 변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지루하고 단조로운 디아벨리의 왈츠를 테마로 기존에 있던 기존의 테마에서 일정한 형식과 패턴을 따르며 변주를 하던 음형 변주곡이 아닌 형식을 벗어나 자유롭게 변화시키는 각 변주의 독립성과 작곡가의 개성을 더욱 드러낼 수 있는 성격 변주곡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재탄생한 디아벨리 변주곡50여분의 긴 연주 시간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명곡으로 평가받습니다.

 

 

33개의 변주곡 중 9번째 변주곡 알레그로 페산테 에 리솔루토 (Allegro pesante e risoluto)는 변주곡들 중 처음으로 다 단조 (c minor)로 조바꿈이 이뤄져 등장하는 단조의 변주곡입니다. 주선율의 꾸밈음을 활용한 이 변주곡은 단조이긴 하지만 축 쳐지거나 슬픔에 가득찬 단조가 아닌 베토벤의 진지하지만 유머러스한 면모가 나타나는 단조의 작품입니다.

바로 이 9번째 변주곡이 영화 카핑 베토벤에서 베토벤과 가까워지고 둘만의 특별한 감정의 교류가 생겨나며 영감을 받은 안나가 새로운 곡을 작곡하는 장면에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디아벨리 변주곡은 카핑 베토벤에서 또 한 장면에서 등장하고 있는데요. 바로 베토벤이 자신의 대푸가를 초연한 후에 쏟아지는 혹평으로 쓰러진 상황에서 안나가 베토벤을 간병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곡이 바로 디아벨리 변주곡 중 29번째 변주곡 아다지오 마 논 트로포 (Adagio ma non troppo)입니다.

굉장히 서정적이고 느린 변주곡인 29번째 변주곡은 강렬했던 베토벤 특유의 28번째 변주곡이 끝난 직후에 등장하여 마치 월광 소나타를 연상하게 하는 매우 절제되고 서글픈 변주곡입니다.

 

 

이렇게 짧게 등장하지만 음악사적으로나 작품성으로도 절대 놓쳐서는 안되는 베토벤의 작품 디아벨리 변주곡이 등장하는 영화 카핑 베토벤, 다음 시간에는 카핑 베토벤의 마지막으로 영화에 수없이 자주, 많이 등장하는 현악 사중주 작품들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