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칼럼 #64. 영화 '셔터 아일랜드' - 말러 피아노 사중주

브런치 주소는 brunch.co.kr/@zoiworld/158 입니다~

 

오늘은 스산한 분위기가 물씬 스며들어있는 영화 ‘셔터 아일랜드’와 그 분위기를 살리고 있는 말러의 피아노 사중주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셔터 아일랜드 (Shutter Island)’는 <미스틱 리버 (Mystic River, 2001)>, <가라, 아이야, 가라 (Gone, Baby, Gone, 1998)>’, ‘문라이트 마일 (Moonlight Mile, 2010)>’ 등의 범죄 미스터리 소설로 유명한 미국의 작가 ‘데니스 루헤인 (Dennis Lehane, 1965-)’의 대표작 <살인자들의 섬 (Shutter Island)’를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비열한 거리, 택시 드라이버, 성난 황소, 갱스 오브 뉴욕, 디파티드,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등의 영화로 유명한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Martin Charles Scorsese, 1942-)’가 감독을 맡아 2010년 개봉한 이 영화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Leonardo Wilhelm Dicaprio, 1974-)’와 ‘마크 러팔로 (Mark Ruffalo, 1967-)’와 같은 최고의 배우들의 연기를 앞세워 큰 흥행을 일으킨 영화입니다.

 

영화는 1954년을 배경으로 66명의 정신병을 지닌 중범죄자들을 수감하는 감옥섬 ‘셔터 아일랜드’에서 사라진 여성 수감자 ‘레이첼 솔란도’를 찾기 위해 ‘테디 대니얼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척 아울 (마크 러팔로)’, 두 사람의 연방수사관이 배를 타고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사방이 바다이고 선착장도 한 곳뿐이라 탈출이 불가능한 셔터 아일랜드에서 사라진 수감자를 찾는다는 핑계로 수사를 맡은 테디는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방화범 ‘앤드루 레이디스 (Andrew Laeddis)’도 이 섬에 수용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자를 대면하고 싶어 수사를 맡은 것도 하나의 큰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수사를 하면 할수록 거대한 음모가 있다고 믿던 테리, ‘전두엽 절제술 (경안와뇌엽절리술, Transorbital lobotomy, 19세기 말 유행하기 시작하여 1970년대까지 유행하였던 수술, 중증 정신병 환자를 얌전하게 만든다는 효과로 인하여 노벨 의학상까지 받은 시술이었으나 심각한 부작용의 위험으로 현재는 거의 시도되지 않는 수술)’이 시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추적하던 중 셔터 아일랜드의 소장 ‘존 코리 박사’에 의하여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스포 주의

 

원래 테디의 본명은 ‘에드워드 대니얼스 (Edward Daniels)’로 방화범 앤드루 레이디스는 에드워드 대니얼스의 아나그램이었습니다. 에드워드의 부인은 정신 이상으로 인하여 세 아이를 모두 집 앞 호수에 익사시켰으며, 에드워드는 해방시켜 달라는 아내의 말에 분노와 슬픔에 가득 차 자신의 손으로 부인을 살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포로들을 몰살한 경력이 있던 에드워드는 이 일로 인하여 과격하고 흉폭한 정신병 환자가 되었으며 그의 담당 주치의였던 ‘척’은 존 코리 박사와 함께 에드워드의 환상을 실현시키는 심리극을 벌이게 됩니다. 환상에 깨어난 에드워드는 뇌수술을 받으러 끌려가는 도중 ‘괴물로 살 것인가 아니면 선한 사람으로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척에게 남기며 영화는 끝이 나게 됩니다.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음습한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그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클래식 작품이 있는데요, 바로 오스트리아의 유대인 작곡가 말러의 피아노 사중주입니다.

 

‘구스타프 말러 (Gustav Mahler, 1860-1911)’는 후기 낭만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이자 지휘자, 피아노 연주자였습니다. 그에게는 유대인의 피가 흐르고 있었기에 그의 작품들은 나치가 성행하던 2차 세계대전의 기간 동안 유럽 내에서 공연이 금지되었으나, 1945년 종전 이후 그의 음악은 큰 인기를 끌었으며, 특히 그의 10개의 교향곡과 대지의 노래는 ‘말러리안 (Mahlerian)’이라는 팬층을 만들 정도로 음악사 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작품들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말러의 ‘피아노 사중주 (Piano Quartet in a minor)’는 말러가 작곡한 실내악 작품들 중 현재까지 남아있는 유일한 실내악 곡입니다.

말러는 1875년부터 1878년까지 비엔나 국립음악원에서 수학하였는데요, 그가 16세였던 1876년 초연된 이 피아노 사중주는 말러가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여 초연한 청소년기 작품이기도 합니다.

‘Nicht zu schnell (빠르지 않게)’란 1악장만 작곡되고 나머지 악장은 스케치만 남아있는 미완성 작품인 이 곡은 단악장 작품으로 연주되고 있습니다.

 

영화 ‘셔터 아일랜드’에서 말러의 피아노 사중주는 셔터 아일랜드에 도착한 테디와 척이 코리 박사의 사무실에 방문하였을 때 사무실에 울려퍼지는 음악으로 인상깊게 다가옵니다. 척은 “음악이 좋네요. 브람스인가요?”라고 물었고, 테디는 “말러예요”라고 대답하죠. 피아노 사중주의 멜로디와 함께 테디는 회상에 빠져드는데요. 유대인 수용소에서 패전을 직감한 나치 장교가 자신의 방에서 말러의 피아노 사중주를 틀어놓고 권총 자살을 시도합니다. 테디가 나치 장교를 발견하였을 때도 말러의 피아노 사중주가 흐르고 있었고, 아직 숨이 붙어있던 나치 장교에 대한 기억은 테디에게 트라우마로 남게 되었습니다.

 

유대인을 학살하고 생체 실험을 하던 장교가 사랑했던 유대인 작곡가 말러의 피아노 사중주에 대한 과거의 회상과 코리 박사와 동료 레닝 박사에게서 나치의 잔재를 느끼며 혐오감에 사로잡히는 테디, 영화 ‘셔터 아일랜드’ 속 매우 중요한 장면을 완성시킨 클래식 작품이 바로 스산함과 공허함이 교차하는 말러의 피아노 사중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