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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냥의 클래식 칼럼/브런치 클래식 매거진

브런치 칼럼 #69. 영화 '비포 선라이즈'- 헨리 퍼셀의 오페라 '디도와 에네아스' 서곡

by zoiworld 2021.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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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주소는 https://brunch.co.kr/@zoiworld/173 입니다~

 

 

오스트리아로 떠나기 전에 꼭 봐야하는 영화로 추천받는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1995년에 개봉한 로맨틱 영화로 유럽 기차 여행 중 우연한 만남을 기대하는 많은 젊은 청년들에게 사랑을 받은 영화입니다.

비포 선라이즈 이후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까지 각각 파리와 그리스를 배경으로 한 3부작을 연출한 미국의 리처드 링클레이터 (Richard Stuart Linlater, 1960-) 감독은 스쿨 오브 락, 보이후드, 웨어 유고 버나뎃을 제작한 감독입니다.

 

동이 트기 전, 즉 일출 전이란 뜻의 비포 선라이즈,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 제시은 영화 토탈 리콜, 가타카, 죽은 시인의 사회, 햄릿, 타임 패러독스, 발레리안, 테슬라 등으로 유명한 에단 호크 (Ethan Green Hawke, 1970-)가 맡았으며 여자 주인공 셀린은 영화 세가지 색: 블루, 파리의 늑대인간 등에서 주연을 맡았으며 이후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 투 데이즈 인 뉴욕과 같은 영화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프랑스 출신의 줄리 델피 (Julie Delpy, 1969-)가 맡아 열연을 하였습니다.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는 비포 시리즈에 모두 주연으로 출연하여 팬들에게 감동을 배로 증가시켜주고 있는데요, 그 중 첫번째 영화인 비포 선라이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부다페스트에서 파리로 향하는 기차에 탄 셀린은 기차 안에서 비엔나로 향하고 있던 미국인 여행자 제시를 만나게 됩니다.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게 빠져든 셀린과 제시, 제시는 셀린에게 비엔나에서 하루를 함께 보내는 것이 어떻겠냐 제안을 하고, 셀린은 제시와 함께 기차에서 내립니다. 비엔나에서 셀린이 다시 파리 행 기차에 올라야하는 단 하루의 시간 동안 이들은 비엔나의 아름다운 거리와 풍경과 함께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기찻길의 모습과 창 밖의 풍경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의 오프닝에는 매우 강렬한 바로크 음악이 등장하는데요, 바로 영국의 작곡가 헨리 퍼셀의 대표 작품인 오페라 디도와 에네아스의 서곡입니다.

 

헨리 퍼셀 (Henry Purcell, 1659-1695)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은 작곡가였으나, 영국의 바로크 음악이라는 독창적인 작풍을 완성시켜 작품을 남긴 음악가로 평가받는 인물입니다. 과로로 인하여 35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하였으나, 400곡이 넘는 교회 음악과 기악곡을 남긴 퍼셀은 오페라 아더왕, 인도의 여왕, 요정의 여왕 등의 오페라를 남겼습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인 디도와 에네아스 (Dido ans Aeneas Z.626)1698년 귀족 부인들을 위해 작곡, 초연되었으며 1864년 왕궁에서 16-17세기에 사랑받았던 궁정 가면극 (Mask)로 공연했다는 기록이 남겨져 있습니다. 서곡과 3막으로 구성된 짧은 비극 오페라인 디도와 에네아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멸망한 트로이의 왕자 에네아스는 자신을 따르는 이들과 함께 새로운 나라를 세우기 위해 이탈리아로 향합니다. 하지만 거친 풍랑으로 배는 난파되고 일행은 카르타고에 다다르게 됩니다. 미망인이었던 카르타고의 여왕 디도의 도움을 받게된 에네아스와 일행들, 에네아스는 디도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디도를 증오하고 있던 마녀의 음모로 신탁은 조작되고, 그것을 모르고 신탁을 받은 에네아스는 트로이를 재건해 로마를 세우는 운명을 짊어지게 되었다 생각하고 카르타고를 떠날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배신한다는 생각에 출항하는 순간까지 망설이며 배를 타지 않으려던 에네아스, 이미 그에게서 배신을 당했다 생각한 디도는 에네아스에게 그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며 카르타고를 떠나라 말합니다. 결국 에네아스와 일행을 태운 배는 수평선을 너머 사라지고, 디도는 상실감에 목숨을 끊게 됩니다.

 

우아하면서도 강렬한 현의 흐름이 인상적인 헨리 퍼셀의 오페라 디도와 에네아스의 서곡을 영화의 오프닝에 등장시키며 영화에의 몰입도를 높인 영화 비포 선라이즈, 디도와 에네아스처럼 짧은 행복한 만남 후에 헤어져야하는 셀린과 제시의 운명을 프롤로그로 보여주려는 감독의 의도가 엿보이는 영화를 살린 클래식이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