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주소는 https://brunch.co.kr/@zoiworld/187 입니다~
2021년 하반기 전세계를 ‘달고나’ 열풍으로 몰고 간 드라마가 있습니다. 바로 넷플릭스에서 방송된 9화의 드라마 <오징어 게임 (Squid game)>인데요. 황동혁이 각본과 연출을 모두 맡고 이정재, 박해수, 오영수 등의 배우들이 출연한 이 드라마는 어린 시절 우리가 늘 하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나 ‘구슬치기’, ‘오징어 놀이’와 같은 게임들을 추억하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게 하지만, 실상은 매우 잔인한 서바이벌 게임을 그리고 있습니다.
빚에 시달리는 456명의 참가자들이 총 상금 456억원을 놓고 죽음의 게임을 벌입니다. 1명의 몸값이 1억원으로 책정되어 게임에서 지면 분홍색 옷을 입고 가면을 쓴 요원들의 손에 죽음을 당하는 게임이죠. 456번, 마지막 참가자인 ‘성기훈 (이정재 분)’은 다양한 사람들과 ‘깐부 (같은 편을 한다는 것의 은어)’를 맺고 배신도 하며 456억을 향해 달려갑니다.
456명의 참가자들이 입는 초록색 트레이닝 복이 전 세계적으로 완판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끈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가 정식 서비스되는 국가 모두에서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시즌2를 공식화하게 되었는데요. 이 드라마에는 우리 귀에 낯익은 클래식 작품 3개가 계속 등장하며 반가움을 자아내면서도 섬뜩함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첫 번째 곡은 ‘엘리하이’ CF, ‘장학퀴즈’ 시그널 음악으로 등장하여 불과 얼마 전 다루기도 하였던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3악장입니다. 오징어 게임의 모든 에피소드에서 참가자들의 잠을 깨우는 기상 음악으로 등장하며 반가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두 번째 곡이 오늘의 주인공인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대표 왈츠곡인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입니다.
오스트리아의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요한 슈트라우스 2세 (Johann Baptist Strauss/Johann Strauss II, 1825-1899)’는 라데츠키 행진곡으로 유명한 ‘요한 슈트라우스 1세 (Johann Stauss I, 1804-1849)’의 장남으로 아버지를 뛰어넘어 ‘왈츠의 왕’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음악가입니다. 음악가가 되는 것을 반대한 아버지에 굴하지 않고 19세가 되던 1844년 자신의 악단을 결성하여 지휘하였고, 5년 뒤인 1849년 아버지의 사망 이후 아버지의 오케스트라를 합병하여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빈의 숲 이야기’, ‘남국의 장미’ 등으로 대표되는 500곡이 넘는 왈츠곡, ‘피치카토 폴카’와 같은 폴카, ‘박쥐’, ‘ ‘집시남작’ 등 16곡의 오페레타를 작곡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바로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입니다.
1866년, 오스트리아가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참패하며 실의에 빠져있는 국민들을 위하여 ‘빈남성합창협회 (Wiener Maennergesang-Verein)’에서 당시의 궁정무도 악장을 겸하고 있던 요한 슈트라우스 2세에게 국민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합창곡을 작곡해달라고 의뢰를 받게 됩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를 가로질러 흑해로 흘러가는 ‘도나우 강 (Donau, 다뉴브 강)’을 노래한 오스트리아의 시인 ‘카를 베크 (Karl Isidor Beck, 1817-1879)’의 시 ‘도나우 강에서 (An der Donau)’를 가사로 사용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오스트리아 작곡가이자 작사가였던 ‘프란츠 폰 게르네르트 (Franz Edler von Gernerth, 1821-1900)’에게 의뢰하여 카를 베르크의 시를 합창용으로 고쳐 1867년,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An der schoenen blauen Donau, Op.314)’를 완성하여 발표하였습니다. 희망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비엔나의 황금홀에서 매년 올려지는 신년음악회에서 항상 연주되는 곡이며 1889년 게르네르트가 ‘푸른 도나우’에 맞춰 새롭게 고쳐 발표한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Donau so blau,
So schoen und blau
Durch Tal und Au
Wogst ruhig du hin,
Dich gruesst unser Wien,
Dein silbernes Band,
Und froehliche Herzen schlagen
An deinem schoenen Strand.
푸른 도나우 강,
이처럼 아름답고 푸르구나
계곡과 범람을 지나
조용히 퍼져가고 있었구나,
우리 비엔나는 네게 반갑게 인사한다.
너의 은색의 줄기를,
그리고 행복하게 심장이 뛴다.
너의 아름다운 강변에서.
오징어 게임 안에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은 희망을 상징한다고 보다는 잔인한 게임 직전에 흘러나오는 긴장감을 상징하는 음악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게임에 참가하겠다는 서명을 하고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는 장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이상한 계단을 오르는 장면에도 등장하는 이 곡은 우리가 항상 즐겁게 듣던 클래식 음악을 다르게 해석하고 삽입하여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쏘냥의 클래식 칼럼 > 브런치 클래식 매거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브런치 칼럼 #75. 드라마 <오징어게임>, 차이코프스키 '현을 위한 세레나데' 중 2악장 왈츠 (0) | 2021.12.27 |
---|---|
알쓸신클-60.연주홀 이야기- 대전예술의전당 (0) | 2021.11.23 |
알쓸신클-59.연주홀 이야기- 광주 유스퀘어 문화관 (0) | 2021.10.16 |
브런치 칼럼 #73.영화 <덤앤더머>, 헨델 오라토리오 '메시아' 중 '할렐루야' (0) | 2021.10.11 |
브런치 칼럼 #72. 영화 <박쥐> - 바흐의 칸타타 '나는 이제 만족하나이다' (0) | 2021.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