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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냥의 클래식 칼럼/브런치 클래식 매거진

브런치 칼럼 #75. 드라마 <오징어게임>, 차이코프스키 '현을 위한 세레나데' 중 2악장 왈츠

by zoiworld 2021.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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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소개해드린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3악장과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은 우리에게도 매우 친숙한 곡이어서 귀에 쏙쏙 잘 들어오는 배경 음악이었을텐데요. 오늘 소개해드릴 곡은 이 두 곡에 비해서는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작품입니다. 하지만 작곡가는 매우 유명한 음악가이죠. 바로 러시아의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입니다.

 

러시아 후기 낭만주의 음악을 이끌어간 작곡가이자 지휘자였던 ‘차이코프스키 (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는 겨울에 더 친숙한 발레 ‘호두까기 인형’을 비롯하여 발레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비창 교향곡, 환상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피아노 협주곡, 바이올린 협주곡 등으로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작곡가입니다.

 

차이코프스키가 1880년에 작곡한 ‘현을 위한 세레나데 작품번호 48 (Serenade for Strings in C Major, Op.48)’ 중 2악장 ‘왈츠’가 바로 오징어게임에 등장한 세번째 클래식 곡입니다. ‘현을 위한 세레나데’는 차이코프스키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서유럽을 여행하며 접한 다양한 음악들에게서 영향을 받아 작곡한 작품으로, 차이코프스키의 관현악 작품들 중 가장 밝은 작품이자 차이코프스키가 각별한 애정을 가졌던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원래 이 곡을 교향곡이나 현악사중주로 작곡을 하려 염두에 두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형식’에 대한 콤플렉스와 중압감을 벗어나고자 ‘세레나데’란 제목으로 서정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조금은 더 자유로운 작품으로 완성시켰습니다. 원래 차이코프스키가 염두에 두었던 작품은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 (Eine kleine Nachtmusik)’였는데요, 현악 오중주 작품인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와 같은 악기 구성으로 현악 오성부의 작품으로 완성된 것을 보면 그의 의도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보통 3~8개로 작곡되는 고전시대의 세레나데 형식과 달리 차이코프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는 4개의 악장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는 차이코프스키가 현악사중주나 교향곡으로 작곡하려 했던 첫 구상의 틀을 벗어나지 않았음을 유추해 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세레나데 (Serenade)’는 원래 발코니에서 사랑을 고백하는 노래들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러한 ‘세레나데’에 걸맞게 차이코프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는 눈물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4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악장 ‘소나티네 형식의 소품: 안단테 논 트로포-알레그로 모데라토 (Pezzo in forma di Sonatina: Andante non troppo-Allegro moderato)’는 차이코프스키만의 극적이면서도 우아한 아름다운 선율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2악장 ‘왈츠: 모데라토, 왈츠 템포로 (Waltz: Moderato, tempo di valse)’는 차이코프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중 가장 유명한 악장으로 단독으로도 매우 자주 연주되는 악장입니다.

3악장 ‘엘리제: 라르게토 엘레지아코 (Elegie: Larghetto elegiac)’에서 ‘엘리제’는 ‘비가’를 뜻하며 은은하면서도 우수에 젖은 작품으로 차이코프스키 특유의 ‘슬프도록 아름다운’이 잘 묘사된 곡입니다.

마지막 악장인 ‘피날레 <러시아 테마>: 안단테-알레그로 콘 스프리토 (Finale <Tema Russo>: Andante-Allegro con sprito)’는 러시아의 민요 선율 2개가 주제를 이루는 작품으로 이 때 쓰이는 민요가 바로 ‘목장에서’와 ‘푸른 사과나무 아래서’입니다.

 

차이코프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중 가장 유명한 2악장 ‘왈츠’는 오징어게임에서 참가자들과 베팅을 하는 상류층 사람들의 두 장면에서 등장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극적으로 연출하고 있습니다. 게임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식사 시간에 대화를 하거나 대립할 때 배경음악으로 자주 쓰이고 있으며 동물 가면을 쓴 채 죽음의 게임을 ‘실시간’으로 관람하고 베팅하기 위해 모인 상류층 인간들이 사람을 일개 ‘게임의 말’처럼 쉽게 이야기하며 웃고 떠드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차이코프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는 현실판 계급 사회를 비꼬는 장치로도 쓰입니다. 또 ‘왈츠’라는 음악 장르가 귀족과 왕족들의 유흥을 대표하는 춤과 음악의 장르였으며 이 쾌락은 시민들의 고통과 눈물을 바탕으로 피어났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함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차이코프스키 특유의 눈부시게 아름다우면서도 처절하기까지 한 슬픔은 이러한 인간 심리와 감정을 매우 극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