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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냥의 클래식 칼럼/브런치 클래식 매거진

브런치 칼럼 #84. 영화 '푸른 수염', 차이코프스키 '스케르초

by zoiworld 2022.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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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주소는 https://brunch.co.kr/@zoiworld/216 입니다~

 

영화 태양은 없다, 그대 안의 블루, 네온 속으로 노을지다, 시월애, 용서받지 못한 자, 귀향 등으로 잘 알려진 이현승 감독의 연출로 2011년에 개봉한 영화 푸른 소금은 당시 주가를 올리고 있던 배우 신세경을 비롯하여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인 송강호가 주연을 맡았으며 천정명, 이종혁, 윤여정, 김민준 등의 대형 배우들이 열연을 펼친 영화입니다. 아쉽게 큰 흥행을 부르지는 못하였지만, 뛰어난 영상미로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잡은 영화입니다.

 

조직폭력배 조직에 몸담았으나 은퇴를 하고 고향인 부산에서 평범하게 살고자 요리 학원을 다니고 있던 윤두헌 (송강호 분)의 앞에 나타난 조세빈 (신세경 분), 사실 세빈의 정체는 자신의 빚을 청산하기 위하여 강 여사 (윤여정 분)의 아래에서 일하는 사격선수 출신의 킬러입니다. 조직의 보스가 죽으며 두헌을 후계자로 삼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세빈은 두헌을 감시하란 의뢰를 받게 된 것이죠. 두헌과 가까워지면서 세빈은 사랑에 빠져버리지만, 결국 조직의 2인자이자 두헌의 친구였으나 조직의 보스 자리를 차지하려는 백경민 (이종혁 분)의 배신으로 세빈에게는 두헌을 죽이라는 명령이 내려집니다.

망설이던 세빈은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까요? 그녀는 두헌에게 겨눈 총에 푸른 소금으로 만든 총알을 장전하였을까요? 아니면 실탄을 장전하여 친구 은정의 복수를 하게 될까요?

 

영화 푸른 소금은 그 감각적인 영상미처럼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배경 음악들이 등장하여 눈과 귀를 함께 즐겁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특히 킬러들의 비정함을 보여주는 장면에는 우리가 사랑하는 클래식 작품이 등장하여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는데요. 바로 차이코프스키의 소중한 시절의 추억 중 두 번째 곡인 스케르초입니다.

 

러시아 낭만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인 차이코프스키 (Pyotr Ilya Tchaikovsky, 1840-1893)는 발레음악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인형,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등으로 잘 알려진 작곡가입니다. 그가 31세의 나이였던 1878년에 작곡된 소중한 시절의 추억 (Souvenir dun lieu cher, Op.42)소중한 곳의 추억이라고도 불리는 작품으로 아주 독특하게 인물이 아닌 장소에 헌정된 곡입니다.

 

자신의 제자였던 밀류코바와의 결혼이 2달만에 파국을 맞게 되자 자살 기도까지 하였던 차이코프스키는 휴양 차 스위스로 떠났었는데요. 그 후 자신의 후원자였던 나데츠다 폰 메크 (Nadezhda von Meck, 1831-1894) 백작부인의 우크라이나 영지 브라일로프 (Brailov)에 머무는 동안 이 작품을 작곡하였습니다. 차이코프스키보다 9살 연상이었던 메크 백작부인은 매우 독특한 조건으로 차이코프스키를 물심양면으로 후원하였는데요. 바로 13년동안의 후원 기간 동안 차이코프스키가 자신을 만나지 않는다는 조건이었습니다. 이러한 독특한 조건의 후원을 받았던 차이코프스키는 폰 메크 부인의 영지 브라일로프에 소중한 시절의 추억을 헌정하게 되었습니다.

 

차이코프스키가 유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하여서만 작곡한 3개의 소품 작품 모음곡인 소중한 시절의 추억1명상곡 (Meditation), 2스케르초 (Scherzo), 그리고 3멜로디 (Melody)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 곡인 스케르초 (Scherzo)가 바로 영화 푸른 소금에 등장하는 곡으로, 강 여사가 자신의 부하를 총으로 쏴 죽일 때 등장하는 배경음악인 스케르초는 긴장감 가득한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대립, 중반부의 밝고 아름다운 분위기의 선율, 그리고 다시 살얼음판과 같은 긴장감을 달려가는 구조로 작곡되었으며, 마치 한 편의 스릴러의 클라이맥스 한 장면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영화 푸른 소금에서도 차이코프스키의 소중한 시절의 추억 스케르초는 그 긴장감 넘치는 장면을 잘 살려주고 있는 매우 아름답고도 극적인 클래식 곡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