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칼럼 #85.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바흐 무반주 첼로모음곡 1번 프렐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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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훈 감독이 연출을 하고 우리나라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인 ‘최민식’이 주연을 맡은 2022년 개봉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정답보다 중요한 것은 답을 찾는 과정이다”란 명언을 남긴 잔잔하면서 따뜻한 영화입니다.

 

1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학계의 최대 난제로 여겨지며 저명한 수학자들이 풀지 못하고 있는 ‘리만 가설’을 증명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천재 수학자 ‘리학성 (최민식 분)’, 그는 학문의 자유를 추구하다 결국 탈북을 하였으나 이후 아들의 죽음으로 인하여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영재들이 모인 자사고의 경비원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똑똑한 고등학생 ‘한지우 (김동휘 분)’은 선행학습과 과외를 하는 다른 학생들에 밀려 점차 ‘수포자 (수학포기자)’가 되어가고 있었으나, 우연하게 차가운 성격 탓에 자사고 학생들이 거리를 두는 리학성이 ‘천재 수학자’란 비밀을 알게 되어 그에게 수학을 가르쳐달라 조르기 시작합니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수학을 함께 풀어내는 과정을 통하여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매우 중요한 클래식 음악이 이들이 가까워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바로 음악의 아버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중 ‘프렐류드’입니다.

 

모차르트, 베토벤과 함께 3대 음악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음악의 아버지 ‘바흐 (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는 토카타와 푸가, G선상의 아리아,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요한 수난곡, 마태 수난곡, 골드베르크 변주곡 등 수많은 명곡을 남겼습니다.

바흐가 1717년에서 1723년 사이에 작곡한 것으로 추정되는 6개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당시 ‘통주저음 (Basso Continuo)’ 악기로만 연주되던 첼로의 독주 악기로서의 가능성을 펼친 작품입니다. 이 곡은 바흐의 친필 악보는 남아있지 않고 바흐의 두 번째 아내인 ‘안나 막달레나 바흐 (Anna Magdalena Bach, 1701-1760)’의 사본만이 남아있기 때문에 바흐가 작곡한 것이 아닌 바흐의 조언을 받으며 안나 막달레나가 작곡하여 남편의 이름으로 출판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 곡은 세상에서 잊혀졌다가 1890년경 스페인의 위대한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 (Pablo Casals, 1876-1973)’가 바르셀로나의 고악보 가게에서 발견하여 다시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12년간 이 작품을 연구한 파블로 카잘스는 드디어 무대 위에서, 그리고 음반으로 이 곡을 발표하게 되었고, 이후 이 6개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첼로의 구약성서라 불리며 지금까지도 필수로 연주해야 하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카잘스는 1번을 ‘낙관적 (Optibistic)’, 2번을 ‘비극적 (Tragic)’, 3번을 ‘영웅적 (Heroic)’, 4번을 ‘장엄 (Grandiose)’, 5번을 ‘격정적 (Tempestuos)’, 그리고 6번을 ‘목가적 (Bucolic)’이라 언급하며 이러한 각 곡의 특징은 각 곡의 전주곡 ‘프렐류드 (Prelude)’에서 잘 드러난다고 표현하였습니다.

‘프렐류드 (Prelude)’, ‘알라망드 (Allemande)’, ‘쿠랑트 (Courante)’, ‘사라방드 (Sarabande)’, ‘갤런트 (Galaneries)’, ‘지그 (Gigue)’로 구성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들 중 가장 유명한 곡이 바로 ‘모음곡 1번 (Cello Suite No.1 in G Major, BWV.1007)’ 중 전주곡인 ‘프렐류드’입니다.

 

‘아르페지오 (Arpeggio, 펼쳐진 화음의 연속, 상승과 하강으로 연주)’로 구성된 16분음표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하는 프렐류드는 심플하게 쓰여졌으나 깊은 울림이 인상적이여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CF나 ‘피아니스트’, ‘마스터 앤드 커맨드: 위대한 정복자’와 같은 영화에 등장하며 깊은 인상을 준 이 곡은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의 시작부분에서부터 등장하고 리학성이 수학을 풀 때마다 등장하고, 또 수위실 카세트에서 테이프로 리학성이 항상 듣는 장면에서도, 한지우가 핸드폰으로 틀어 컵 안에 담아 더 나은 울림으로 리학성에게 들려주며 그의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어주는 장면에서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특히 이들이 함께 음악회에 가서 듣는 음악도 바로 프렐류드입니다. 이 때 음악회에서 연주하는 음악가느ㄴ 우리나라 최고의 첼리스트인 ‘양성원’입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도 등장하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중 프렐류드는 이 영화를 살리는 정도가 아닌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자체를 나타내는 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필자를 포함한 수포자들에게는 처음에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수학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 어떤 영화보다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그리고 가장 수학적이면서도 가장 종교적이며 가장 인간적인 작곡가 바흐의 위대한 첼로 작품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중 ‘프렐류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