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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곳’이라고도 불리는 ‘바순’은 오케스트라에서 너무나 생소한 악기고 취미로 연주를 하는 사람도 극히 드물지만, 오케스트라에서 절대 빠지면 안되는 악기입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방송인인 ‘유재석’이 2018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바순이 등장하는 편을 보면 그 대답을 알 수 있죠.
워낙 큰 사이즈의 악기라 모두 분해해서 가지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조립도 쉽지 않은, 복잡한 구조 덕분에 가격까지도 매우 비싼 악기가 바로 바순입니다. 취미로 다가서기도 힘든 바순, 가느다란 빨대처럼 생긴 거에 공기를 불어야 하기에 처음에 소리내기도 쉽지 않은 악기이죠. 하지만 ‘오케스트라의 신사’라고도 불리는 바순의 매력을 느끼게 되면 절대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되는 가장 낮은 음역대와 넓은 음역대를 자랑하는 목관악기 바순은 현악기에서 첼로와 같은 역할을 하는 악기입니다. 역시나 첼로와 동일하게 낮은음자리표와 가온음자리표 (테너표)를 사용하는 바순은 약 4옥타브 정도의 음역대를 소리낼 수 있으며 목관악기뿐만 아니라 금관악기나 현악기도 잘 받쳐주고 잘 감싸서 하나로 엮어주는 역할을 하기에 ‘오케스트라의 신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순이 내는 소리를 처음 들으면 뒤뚱거리는 거위의 울음소리와 닮은 것 같다며 웃음이 터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바순 연주자들도 있지만, ‘오케스트라의 신사’답게 바순은 다양한 악기들의 앙상블 연주에도 항상 환영받는 악기입니다.
바순은 독어로 ‘파곳 (Fagott)’이라고 부르는데 두 명칭이 너무 달라서 서로 다른 악기로 오해를 많이 산답니다. 조금은 생소하지만 알고 나면 더욱 정이 가는 오케스트라의 신사 ‘바순’, ‘파곳’은 원래 10세기 경의 이집트와 고대 그리스인들이 연주한 악기들에서 그 기원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5세기 경 유럽에서 많이 연주되었던 악기인 ‘포머 (Pommer)’는 현대의 오보에나 바순과 같은 목관 악기들의 조상 악기 중 하나인 ‘샬메이 (Schalmei)’족의 악기들입니다. 다양한 크기의 ‘포머’중 가장 낮은 음역을 연주하던 ‘베이스 포머 (Bass-Pommer)’가 발전하여 바순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초기의 바순은 이탈리아어로 ‘부드럽다’, ‘달콤하다’란 의미의 ‘돌체 (Dolce)’에서 이름을 따온 ‘둘치안 (Dulzian)’으로 불리며 18세기까지 비교적 큰 발전없는 형태로 연주되었습니다.
현대에 연주되는 바순의 형태는 유명한 독일의 악기제작자 ‘요한 아담 헤켈 (Johann Adam Heckel, 1812-1877)’에 의하여 1880년 완성되어 현재까지 24개의 키와 5개의 지공으로 연주됩니다. 바순의 몸통은 단풍나무나 장미나무, 무화과나무 등의 고급 원목을 사용하며 전체 총 길이는 3m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4등분 되어있는 부분을 연결하면 1.5m 정도의 길이가 됩니다. 몸통이 위에서부터 ‘벨 조인트 (Bell joint)’, ‘베이스 조인트 (Bass joint)’, ‘테너 조인트 (Tenor Joint)’, 그리고 ‘더블 조인트 (Double Joint)’로 구성되어 있는 바순은 가장 아래인 더블 조인트가 S자로 휘어 있어 더블 조인트에 베이스 조인트와 테너 조인트를 꽂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테너 조인트에는 ‘보컬 (Bocal)’이라고도 불리는 ‘크룩 (Crook)’을 연결합니다. 금속관으로 휘어져 있는 크룩에 리드를 연결합니다..
목관악기에 사용되는 ‘리드 (Reed)’는 갈대로 만들어져 있으며 클라리넷이나 색소폰처럼 일자로 된 ‘홑리드’를 끼워서 리드와 악기 사이에 공기를 불어넣는 방법과 오보에나 바순처럼 ‘겹리드’를 꽂아서 사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리드를 반으로 접어서 실로 묶어 만드는 ‘겹리드’는 마치 풀피리처럼 접혀진 리드의 사이에 공기를 불어 소리를 냅니다. 바순에 사용되는 겹리드는 오보에보다 2배 정도 더 큰 사이즈를 자랑하고 있으며 크룩에 꽂아서 불어서 소리를 냅니다.
크룩을 조절하면 음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데, 테너 조인트 안쪽으로 밀어 넣으면 악기의 전체 길이가 줄어드는 격이 되기 때문에 음이 높아지고, 테너 조인트에서 조금 빼내면 악기의 전체 길이가 길어지는 격이 되어 음이 낮아집니다. 이렇게 크룩의 길이에 따라 조율이 가능해집니다.
바순은 사람의 키만큼 길고 굉장히 무겁기 때문에 바로 세워서나 손으로 들고 연주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렇기에 목이나 어깨에 거는 스트랩을 연결하여 몸에 걸어준 후에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기댄 상태로 연주하게 됩니다. 이 때 기울어져 있는 바순을 오른손으로 고정시키고 연주하기 위하여 더블 조인트에는 키와 함께 ‘핸드 레스트 (Hand Rest, 손받침)’이 있으며, 왼손은 베이스 조인트 쪽의 키를 연주합니다.
바순도 플루트처럼 그 크기나 모양이 변형된 가족 악기가 있는데요. 바로 바순보다 한 옥타브 낮고, 전체 길이가 6m나 되는 ‘콘트라바순 (Conrabassoon)’입니다. 보기 드문 악기인 콘트라바순이지만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이나 9번 <합창>, 뒤카스의 교향시 <마법사의 제자>나 다양한 현대 음악 등 오랜 시간 다양한 음악에 편성되어 그 중후한 음색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바순의 음악적인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작품은 프랑스 작곡가 ‘뒤카스 (Paul Dukas, 1865-1935)’의 교향시 <마법사의 제자>일 것입니다. 괴테의 서사시를 토대로 작곡된 이 곡은 우리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판타지아’로 더 익숙한 작품입니다. 바로 마법사 모자를 쓴 미키마우스가 물을 떠오는 움직이는 빗자루들과 혈투를 벌이는 장면을 장식하는 곡이 이 <마법사의 제자>랍니다. 미키마우스가 스승인 마법사의 심부름을 대신 시킨 빗자루들을 멈추는 방법을 잊어버려 결국 도끼로 빗자루를 난도질한 후에 등장하는 콘트라바순과 바순의 솔로 파트는 뒤뚱거리며 걷는 여러 빗자루의 모습을 재치넘치게 그리고 있습니다.
부드러운 음색 덕분에 많은 작곡가들이 다양한 바순 독주곡들을 작곡하였는데요. 비발디는 무려 39개의 바순 협주곡을 작곡했으며, 가장 유명한 바순 협주곡은 모차르트가 1774년에 작곡한 ‘바순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내림 나장조 작품번호 191 (Mozart Concerto for Bassoon and Orchestra in B flat Major, KV.191)’일 것입니다.
베토벤 역시 익살스러운 앙상블 작품들을 작곡할 때에 바순을 꼭 넣었습니다. 평소에 우리가 알고 있는 ‘열정’으로 가득찬 베토벤의 작품들과 달리 바순이 편성된 ‘플루트, 바순, 피아노를 위한 3중주 (Trio for Flute, Basson & Piano in G Major, WeO.37)’나 ‘클라리넷과 바순을 위한 듀오’와 같은 곡들은 흔히 알고 있는 피아노 트리오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듀오와 그 구성은 비슷하면서도 독특한 음색의 조화와 유머러스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아기자기한 작품들입니다.
때로는 우스꽝스러운 소리로 느껴지긴 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매력이 넘쳐나는 오케스트라의 신사 ‘바순’, ‘파곳’과 조금은 더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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