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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 이어 김동진 기자의 소설 <1923 경성을 뒤흔든 사람들>을 토대로 김지운 감독이 연출하고 송강호, 공유, 한지민, 이병헌 등의 배우가 출연한 영화 <밀정>에 등장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일제시대, 경무국의 경부 ‘이정출 (송강호 분)’은 ‘하시모토 경부 (엄태구 분)’과 함께 상하이로 도망간 ‘김우진 (공유 분)’, ‘연계순 (한지민 분)’ 등의 의열단원을 체포하기 위하여 길을 떠납니다. 의열단장인 ‘정채산 (이병헌 분)’은 김우진을 통하여 이정출을 만나 그를 포섭하고, 이정출은 폭탄을 경성으로 옮기려는 의열단의 일을 돕게 됩니다. 이정출을 수상하게 여긴 하시모토 경부는 단독으로 일을 진행합니다. 의열단원 내에 밀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정출의 기지로 기차 안에서 하시모토 일당을 제압한 김우진과 의열단원들은 그러나 경성역에 이미 주둔하고 있던 경무국 경찰들에 의하여 모두 체포되거나 전사하였습니다. 모진 고문에도 살아남은 의열단원들과 함께 재판에 소환된 이정출은 자신이 밀정이거나 의열단원이 아니라고 주장하여 징역 1개월 형을 선고받는다. 김우진은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하여 스스로 혀를 깨물어 벙어리가 되었으며, 출소한 이정출은 경무국에서 함께 일한 여비서로부터 친일파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인 파티에 대한 정보를 얻고 집 안에 숨겨뒀던 폭탄을 들고 파티에 잠입하게 됩니다. 김우진이 폭탄을 이정출에게 맡기며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의열단과 관계가 없는 듯이 행동하여 거사를 이어가 달라는 부탁을 했던 것입니다. 친일파들이 폭탄에 의하여 제거가 되고, 이정출에게서 남은 폭탄을 넘겨받은 정채산의 부하 ‘선길 (권수현 역)’은 조선총독부를 향합니다.
밀정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친일파들의 파티와 폭탄이 터지는 장면에 등장하는 클래식 작품이 바로 ‘라벨 (Maurice Ravel, 1875-1937)’의 관현악곡 ‘볼레로 (Bolero)’입니다.
프랑스의 인상주의 음악가 라벨은 피아노를 위한 3개의 시 ‘밤의 가스파르’,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쿠프랭의 무덤, 바이올린을 위한 치간느 등을 작곡하였습니다.
그의 가장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볼레로’는 원래 케스터네츠에 맞춰 추는 스페인의 춤곡을 뜻합니다. 어머니가 스페인 계였던 라벨은 오페라 <스페인의 한 때>, 관현악곡 ‘스페인 광시곡’과 같은 스페인 풍의 작품을 많이 작곡하였는데, 볼레로 역시 그런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작품입니다.
1928년, 러시아 출신의 발레리나이자 안무가 ‘이다 루빈슈타인 (Ida Rubinstein)’에게 의뢰받아 작곡한 발레 음악인 이 볼레로는 원래 스페인 아스투리아스에서 유행한 민속 춤인 ‘판당고 (Fandango)’란 제목이 붙여졌으나, 원래 판당고 춤보다 느린 템포와 특징을 가지고 있어 후에 ‘볼레로’란 이름으로 정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네어드럼이 거의 똑같은 리듬을 17분에 가까운 연주 시간 동안 흔들림 없이 연주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까다로운 곡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81년 영화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 (Bolero, Les uns et les autres)’에 등장하며 사람들의 눈길을 끈 이 곡은 영화 ‘미쓰 홍당무’, 드라마 ‘Sky캐슬’, 애니메이션 ‘디지몬 어드벤처’, ‘은하영웅전설 극장판 <우리가 정복하는 것은 별의 대해>’, 그리고 각종 피겨 스케이터들이 사랑하는 음악으로 많이 쓰였습니다.
영화 ‘밀정’에서 볼레로의 스네어드럼은 긴장감을 지속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멜로디는 의외로 밝아서 긴장감 넘치는 거사의 과정과는 역설적으로도 보입니다. 그러나 파티에 참석한 여러 친일파들의 모습, 그리고 그들을 척결하고자 하는 의열단들의 심정과 암살당하는 밀정의 모습이 매우 잘 어우러지며 명장면을 낳았습니다.
세월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명장면으로 우리에게 많은 생각과 교훈을 안겨주는 영화 밀정과 그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살리는 클래식 음악, 라벨의 ‘볼레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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