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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냥의 클래식 칼럼/브런치 클래식 매거진

브런치 칼럼 #91. 영화 '데인저러스 메소드', 바그너 '지그프리트 목가'

by zoiworld 2023.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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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주소는 https://brunch.co.kr/@zoiworld/237 입니다~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이자 심리학자들의 아버지로 불리는 지그문트 프로이트 (Sigmund Scholomo Freud, 1856-1939), 그리고 그의 제자이기도 하였으며 후에 프로이트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 분석심리학을 개척하고 콤플렉스란 단어를 학계에 사용하게한 장본인인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 (Carl Gustav Jung, 1875-1961)은 역시나 프로이트의 제자였던 오스트리아의 심리치료사이자 개인심리학을 개척한 알프레트 아들러 (Alfred Adler, 1870-1937)와 함께 심리학의 3대 거장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2011년에 개봉한 영화 <데인저러스 메소드 (A Dangerous Method)>는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작가인 존 마이클 커 (John Michael Kerr, 1950-2016)의 소설 <가장 위험한 방법 (Most Dangerous Method)>을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토탈 이클립스>, <어톤먼트> 등으로 잘 알려진 크리스토퍼 햄프턴 (Sir Christopher James Hampton, 1946-)는 소설을 희곡으로 만들어 연극 무대에 올려 큰 흥행을 불러일으켰으며, 영화 <폭력의 역사>, <코스모폴리스>, <미래의 범죄> 등의 감독 데이비드 크로넌버그 (David Paul Cronenberg, 1943-)가 크리스토퍼 햄프턴의 대본으로 완성한 영화 <데인저러스 메소드>에는 영화 <반지의 제왕>의 아라곤 역으로 잘 알려진 덴마크 출신의 배우 비고 모텐슨 (Viggo Mortensen Jr. 1958-)이 지그문트 프로이트 역을 맡았습니다. 또한 영화 <엑스맨>의 마그네트 역의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 (Michael Fasbender, 1977-)이 카를 융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습니다. 특히 <캐리비언의 해적>, <어톤먼트> 등에 주연으로 등장한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 (Keira Christina Knightley, 1985-)가 여주인공 사비나 슈필라인을 맡았는데요, 실존 인물인 사비나 슈필라인의 다채로왔던 삶을 영화 속에서 더욱 매력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사비나 슈필라인 (Sabina Nikolayevna Spielrein, 1885-1942)는 러시아 최초의 여성 정신분석학자였습니다. 그녀는 10대 때는 카를 융의 환자였으며, 후에 아동 심리 전문 분석의가 되었던 인물입니다. 그녀는 실제로도 카를 융과 내연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사실이 영화 속에서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카를 융의 사이가 나빠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것으로 나옵니다.

 

성욕을 인간의 삶에서 주요한 동기 부여 에너지로 정의하고 꿈을 통한 무의식적인 욕구를 관찰하며, 환자와의 대화를 통해 치료를 하는 정신분석학적인 임상치료 방식을 만들어낸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함께 정신분석학 연구를 하던 카를 융은 젊고 아름다운 환자 슈필라인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카를 융은 프로이트의 성욕 중심설 외에도 아들러의 사회 심리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연구해 가던 중에 인간의 내면의 의식과 무의식에 대한 연구를 통한 심리 치료법을 개발하였습니다.  아버지의 학대로 인하여 성 도착증을 앓고 있던 슈필라인은 이러한 카를 융의 치료법으로 호전이 되었으며, 융의 권유로 정신과 의사가 됩니다. 그녀의 상황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으며 프로이트와 융은 매우 가까워졌습니다. 슈필라인과 친밀해져 가고 급기야 그녀는 융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며 유혹하는데, 융은 자신을 지지하고 내조하는 아름답고 착한 아내 에마 융 (세라 게던 분)을 두고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에 대해 깊은 고민에 휩싸이게 됩니다.

역시나 융의 환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이기도 한 오토 그로스 (Otto Gross, 1877-1920, 뱅상 카셀 분)이 고민하던 융에게 사막을 지나가다 오아시스를 마주하면 지나치지 말고 물을 마시고 가라는 조언을 하고 융은 슈필라인과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고 맙니다.

 

결국 융은 가정으로 돌아가고 더 이상 융의 진료를 받지 않게 된 슈필라인은 프로이트의 환자가 되어 프로이트와 융의 틈을 더 벌어지게 만듭니다. 역사적으로는 슈필라인이 이 둘의 사이를 갈라놓았다기 보다는 해석의 관점이 달랐다는 것과 유대인이었던 프로이트와 아리아인이었던 융의 당시 시대적인 상황들이 더 큰 이유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이들의 미묘한 의견 차이와 슈필라인과의 삼각관계를 통해 수제자와 스승과도 같았던 그들이 결별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 영화 <데인저러스 메소드>에서는 끊임없이 클래식 작품 하나가 등장합니다. 바로 독일을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한 명인 리하르트 바그너 (Wilhelm Richard Wagner, 1813-1883)의 관현악곡 지그프리트 목가 (Siegfried Idyll, WWV.103)입니다.

 

이 작품의 이름만 듣고서는 바그너의 대표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2지크프리트 (Siegfried)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사실 이 곡은 자신의 아들이자 지휘자 지크프리트 바그너 (Siegfried Wagner, 1869-1930)의 이름을 따온 것입니다. 위대한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였던 한스 폰 뷜로 (Hans Guido Freiherr von Buelow, 1830-1894)는 리스트의 딸 코지마 (Cosima Francesca Gaetanana Wagner, 1837-1930)과 이혼을 합니다. 코지마가 바그너와 사랑에 빠져 불륜을 저질러 바그너와의 사이에서 2명의 딸과 1명의 아들을 낳았기 때문입니다. 바그너가 56세의 나이에 얻은 막내 아들이 바로 이 지그프리트였습니다. 지그프리트가 태어난 다음 해인 1870, 6년간의 법정 소송 끝에 코지마는 한스 폰 뷜러와 법적으로 이혼을 하고 바로 바그너와 결혼을 합니다. 이 해에 바그너는 자신의 아내 코지마의 생일 선물로 이 지그프리트 목가를 완성합니다.

 

이 곡의 주요 테마는 오페라 지크프리트 3막에 등장하는 사랑의 테마 모티브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이 작품은 소규모 관현악 편성으로 느낄 수 있는 곡으로 영화 <데인저러스 메소드>에 계속 등장하여 영화 전반의 분위기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