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클래식 - 리뷰 4월호
영화 세시봉 & 남몰래 흐르는 눈물
7080 음악을 비롯, “응답하라” 드라마 시리즈 등으로 대변되는 20세기의 향수가 요즘 TV나 극장가, 클래식에도 유행을 하고 있는데요. 그 중 가장 처음 이 유행의 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는 음악 그룹은 그들의 이야기가 작년에 영화로도 제작되며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 그룹은 바로 70년대 당시 젊은이들의 최고 인기였던 장소였던 서울 무교동의 음악 감상실 “쎄시봉 (C’est si bon)”으로 대표되는 포크 음악 가수들의 모임입니다. 당시 음반 제작자들이 가수 발굴의 장으로 삼았던 곳이기도 한 음악 감상실 “쎄시봉”, 그리고 그 음악 감상실의 주축이었으며 현재도 활동 중인 가수 송장식, 윤형주, 송창식, 이장희, 조영남, 김세환이 5인조 포크송 밴드 “쎄시봉 밴드”를 결성해 선풍적인 인기를 받으며 당시 젊은 청춘들의 유행을 이끌어 나갔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 “쎄시봉”은 이 음악 감상실과 가수들을 배경으로 김윤석, 정우, 김희애, 한효주, 장현성, 진구, 강하늘 등의 호화 캐스팅을 통해 당시 대중 음악계를 이끌어가던 젊은 가수들의 첫사랑과 옛 감성을 담담히 끌어낸 영화입니다. 40대들의 사랑을 받은 이 영화 “쎄시봉”의 인기는 그 당시 가수들이 다시 모여 추억의 노래들로 가득 채운 “쎄시봉 콘서트” 등의 매진 기록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바로 쎄시봉 밴드 중 대중 음악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던 트윈 폴리오의 윤형주 (강하늘 역)와 송창식 (조복래 역), 그리고 가상의 인물인 오근태 (정우 역)입니다. 하지만 오늘 다뤄볼 영화 속에 등장하는 클래식 음악은 그 중 젊은 날의 송창식을 맡았던 조복래가 첫 등장 때 불렀던 오페라 아리아입니다. 이 곡은 영화 전체에서 단 한번밖에 나오지 않는 클래식 음악이지만 포크 음악만으로 가득 차 있던 영화의 화룡정점을 찍으며 “송창식”이라는 인물을 각인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 아리아는 바로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L’slisir d’amore)” 중 “남몰래 흐르는 눈물 (Una furtive lagrima)” 입니다.
가에타노 도니제티 (Gaetano Donizetti, 1797~1848)는 사랑의 묘악을 비롯,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돈 파스콸레 등의 오페라로 벨리니, 로시니와 함께 19세기 이탈리아 음악계를 이끌어 나갔던 작곡가입니다.
도니제티가 작곡한 사랑의 묘약은 그의 나이 35세였던 1832년에 작곡, 및 초연된 작품으로 펠리체 로마니 (Felice Romani, 1788~1865)의 대본으로 작곡한 2막짜리 희극 오페라입니다.
스페인의 젊은 농부 네모리노가 지주의 딸 아디나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떠돌이 약장수 둘카마라에게서 “사랑의 묘약”을 사면서 일어나는 좌충우돌 사건을 다루고 있는 이 오페라의 제2막에서 네모리노가 아디나의 사랑을 알게 되어 감동의 아리아를 부르는데 그 아리아가 바로 남몰래 흐르는 눈물입니다.
“남몰래 흐르는 눈물, 그녀의 뺨에 흐르네. 다만 그대는 홀로 생각에 잠겨. 무엇을 의심하랴, 무엇을 의심해. 내가 찾던 진실한 사랑, 그대에게 있음을, 깊이 그대가 간직한 사랑의 말과, 남몰래 흐르는 그대의 한숨, 나만이 듣는다. 오늘의 그 한숨.. 나만이 듣는다. 오늘의 그 한숨, 그녀의 한숨과 나의 한숨이 마주칠 때, 가슴은 기쁨에 넘쳐 흐른다. 주여 저는 죽어도 좋습니다. 이제 무엇을 더 바라오리까, 바라오리까..” 의 가사로 서정적이면서도 서글픈 멜로디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아리아는 영화 “쎄시봉”에서 송창식이 처음 음악 다방의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다른 주인공들의 주목을 끌기 위해 부르는 장면에 등장합니다.
서울 예술 고등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했던 가수 송창식의 모습을 재연해낸 이 장면은 포크송으로만 수놓아져있던 영화에서 가수 송창식이란 인물의 특출난 음악성을 보여주면서 강한 인상을 심어주며 영화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명장면으로 기억됩니다.
70년대 대중 가요의 주축이 되었던 인물들의 노래와 이야기를 다룬 영화 “쎄시봉”, 그 속에서 자칫 모난 돌이 될 수 있었던 클래식 “남몰래 흐르는 눈물”, 하지만 이 아리아는 영화 속에서 자칫 조연이 될 수 있었던 역할의 배우를 첫 등장부터 강렬하게 각인시키는 역할을 하며 영화 속 잊혀지지 않는 클래식 명곡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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