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낭만파 시인 “빌헬름 뮐러 (Wilhelm Mueller, 1794-1827)”는 베를린 대학에서 언어학을 공부한 수재였으며 1813년부터 1년간 나폴레옹이 일으킨 전쟁에 프랑스 군에 맞선 프로이센의 지원병으로 참전한 경험을 토대로 아름답고 향토적이긴 하나 우울하면서도 애국적인 민요풍의 운율의 시를 많이 썼던 작가입니다.
그런 특징들 덕분에 뮐러가 쓴 수많은 시들은 특히 독일 작곡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으며 가곡의 가사로 쓰여졌습니다. 그 중 “겨울 나그네”, “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가씨” 등의 연시는 “가곡의 왕” 슈베르트를 통해 가곡으로써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 중 우리에게는 겨울 나그네로 알려져 있는 뮐러의 시집 “겨울 여행 (Winterreise)”는 1822년 12개의 연작시가 라이프찌히에서 초판 발행되었고 1824년 77개의 시를 묶어 발행되었습니다.
뮐러의 77개의 시 “겨울 여행” 중 “안녕히 (Gute Nacht)”, “홍수 (Wasserflut)”, “회상 (Rueckblick)”, “얼어붙은 눈물 (Gefrorne Traenen)”, “봄의 꿈 (Fruehlingstraum)”, “우편마차 (Die Post)”, “용기 (Mut)”, “길가의 악사 (Der Leiermann)” 등 24개의 시를 엄선해 피아노와 성악을 위해 가곡의 왕 “슈베르트 (Franz Peter Schubert, 1797-1828)”가 작곡한 것이 바로 현재까지 많은 이의 사랑을 받고 있는 연가곡집 “겨울 나그네” 입니다.
슈베르트가 1827년 그가 죽기 한해 전에 완성해 그가 죽은 해인 1828년에 출판된 이 가곡집은 슈베르트의 두번째 가곡집입니다. 그가 작곡 및 발표했던 첫번째 가곡집인 “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가씨”보다 4년 후에 작곡한 이 가곡집은 전작과 달리 전체적으로 굉장히 어두운 분위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겨울 나그네는 사랑을 잃은 젊은 청년이 세상에 대한 희망을 모두 잃어버린 채 눈보라치는 겨울 속을 헤매며 방황하다 결국 겨울나그네로 삶을 등지게 되는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이 젊은 청년은 빈곤함과 끊이지 않는 병환으로 힘들어하던 슈베르트 자신을 투영시킨 것이라 해석되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 24개의 “리트 (Lied, 독일 가곡)” 중 5번째 작품인 보리수(Der Lindenbaum)는 겨울 나그네 속 작품 중 거의 유일하다 싶은 밝은 분위기의 작품으로 우리에게는 중학교 음악 교과서에 등장하며 친숙한 노래이지요. 가사는 아래와 같습니다.
“Am Brunnen vor dem Tore
Da steht ein Lindenbaum;
Ich traeumt’ in seinem Schatten
So manchen suessen Traum.
Ich schnitt in seine Rinde
So manches Liebe Wort;
Es zog in Freud’ und Leide
Zu ihm mich immer fort.
Ich musst’ auch heute wandern
Vorbei in tiefer Nacht,
Da hab’ ich noch im Dunkeln
Die Augen zugemacht.
Und seiner Zweige rauschten,
Als tiefen sie mir zu:
Komm her zu mir, Geselle.
Hier find’st du deiner Ruh’!
Die kalten Winde bliesen
Mir grad ins Angesicht;
Der Hut flog mir vom Kopfe,
Ich wendete mich nicht.
Nun bin ich manche Stunde
Entfernt von jenem Ort,
Und immer hoer’ ich’s rauschen:
Du faendest Ruhe dort!
성문 앞 우물가에 보리수 한 그루 서 있네..
나 그 나무 그늘 아래에서 수많은 단꿈을 꾸곤 했네..
나는 껍질에 새겼지 수많은 사랑의 말들을..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그 말들이 나를 그리로 이끌었네..
나 오늘도 그 나무 곁을 지나쳐야 했네.. 이 깊은 밤 중에..
어둠 속에서 나는 두 눈을 꼭 감았네..
나뭇가지들은 속삭였네, 마치 나를 부르듯이..
내게로 오라 친구야, 여기서 너의 안식을 찾으리!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내 얼굴을 세차게 스치네..
모자가 날아가버렸지만 나는 돌아보지 않았네..
이제 나 그 곳에서 멀어진지 오랜 시간 지났지만..
그 속삭임은 여전히 계속 들리네..
너 여기서 안식을 찾으라!!”
뮐러의 특유의 민요풍 운율이 잘 살아있는 보리수는 왜 690여곡의 독일 가곡을 작곡한 가곡의 왕 슈베르트가 남긴 단 2개의 연가곡집 “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가씨”와 “겨울 나그네”가 모두 뮐러의 시를 가지고 작곡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특징적인 작품입니다.
슈베르트는 잎이 흔들거리는 느낌이 드는 반주, 바람에 격렬히 흔들리는 듯한 음악적 분위기 등을 통해 순수하고도 담백한 언어로 쓰여진 뮐러의 시 보리수 속에서 그가 나타내고 싶어한 심정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묘사해주고 있습니다.
슈베르트를 만나기 전 뮐러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었다고 합니다.
“Ich kann weder spielen noch singen und wenn ich dichte, so sing ich doch und spiele auch. Wenn ich die Weisen von mir geben koennte, so würden meine Lieder besser gefallen als jetzt. Aber getrost, es kann sich ja eine gleichgesinnte Seele finden, die die Weise aus den Worten heraushorcht und sie mir zurueckgiebt.
나는 악기를 연주할 줄도 노래를 부를 줄도 모르는 음악을 모르는 사람이다. 하지만 내가 시를 지을 때 난 노래를 부르며 연주를 한다. 멜로디를 붙일 수 있다면 내 민요풍의 시들은 지금보다 훨씬 멋질 것이다. 하지만 난 확신하는데 내 시에서 음률을 찾아 그것을 내게 들려줄 나와 비슷한 영혼을 지닌 사람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시인 뮐러의 순수하고도 소박함, 그 속에 숨겨져있는 젊은 예술인들의 우수와 체념은 불행하고도 힘든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가난한 무명 작곡가 슈베르트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또한 동시대 천재 시인인 하이네에 밀려 잊혀질뻔한 시인 뮐러의 작품에 음악적인 활력을 불어넣어 시와 음악이 만나 아름다운 명작으로 다시 태어나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게 만든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특히 가장 사랑받는 가곡인 “보리수”는 문학과 음악의 “예술적 시너지 효과 (Sunergy Effect, 상승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해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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