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죽었다”로 유명한 독일의 대표적인 철학자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 (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1900)”는 인간 존재와 현실의 구체적인 모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덴마크 사상가 키르케고르 (Soren Aabye Kierkegaard, 1813~1855)에게서 발전된 “실존주의 (Existentialism)”를 대표하는 철학자입니다. 그는 민족주의나 국가주의, 반유대주의, 인종주의 등을 비판하였으나 파시스트였던 그의 누이동생 “엘리자베트 니체 (Therese Elisabth Alexandra Foerster-Nietzsche, 1846~1935)”에 의해 파시즘 사상의 선구자로 왜곡되어지기도 한 사상가이기도 합니다.
니체는 흔히 무신론자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그는 이상이나 기독교 윤리, 영원한 세계, 절대적인 가치 등을 추구하기보다는 현실의 삶, 모든 것을 초월한 초인이 되기 위해 현실 속에서 긍정적으로 살아나갈 것을 주장한 철학자입니다.
니체는 독일 라이프치히(Leipzig) 대학에서 학업을 끝낸 직후인 1868년 독일의 작곡가인 “바그너(Richard Wagner, 1813~1883)”에게서 작곡을 배우며 바그너의 가장 뛰어난 제자 중 한명으로 인정받으며 “작곡하는 철학자”로써 그의 사상이 들어있는 가곡이나 피아노 작품을 작곡하였습니다.
니체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맨프레드 명상곡(Manfred-Meditation)”, 교향시 “에르마나리히(Ermanarich)” 등이 있습니다. 니체가 그의 가장 대표적인 철학 소설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교향시로 작곡하지 않은 것은 그가 “인류에게 가장 큰 선물을 주었다”라고 표현한 이 작품을 교향시로 표현하기엔 부족함을 느꼈을 수도 있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물론 니체는 그 당시 독일의 가장 대표적인 작곡가였던 그의 음악 스승 바그너에게 교향시를 의뢰할 수도 있었을 것이나 반유대주의, 국수주의에 빠져든 바그너에게 실망해 결별을 선언했던 니체였기에 의뢰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바그너 이후 독일의 가장 뛰어난 작곡가였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니체의 사망 4년 전이였던 1896년에 니체와 니체의 작품을 기리며 만든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니체에게 큰 선물이 되었을 것으로 해석되어지고 있습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Richard Georg Strauss, 1864~1949)”는 바그너와 함께 독일 후기 낭만파를 대표하는 작곡가입니다. 시, 소설, 신화 등을 모티브로 한 단악장의 교향악 악곡인 “교향시”를 부흥시킨 작곡가로도 잘 알려져있습니다. 그의 대표 작품으로는 오페라 “살로메 (Salome)”, “장미의 기사 (Rosenkavalier)”, “엘렉트라 (Elektra)”, 교향시 “돈 후안 (Don Juan)”, “영웅의 생애 (Ein Heldenleben)” 등이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스탠리 큐브릭 (Stanley Kubrick, 1928~1999)”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1968)”의 도입부에 등장하며 우주를 상징하는 웅장한 음악의 대표적인 작품이 된 1896년 작품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입니다.
차라투스트라(Zarathistra)는 이란 북부 지방에서 태어난 예언자의 이름으로 영어로는 “조로아스터 (Zoroaster)”이며, 그의 이름을 딴 조로아스터교(배화교)는 페르시아의 쿠르드 문화와도 관련을 갖고 있는 종교입니다. 현재까지도 전세계에 약 15만명의 교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조로아스터교는 조로아스터교인인 영국의 록 그룹 “퀸 (Queen)”의 리드 보컬 “프레디 머큐리 (Freddie Mercury, 1946~1991)”를 통해 익숙한 종교이기도 합니다.
조로아스터교는 선한 생각, 바른 행위 등을 통해 삶에 적극적으로 참가하여 그 능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행위를 통해 우주로의 혁신을 완성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니체의 철학 소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역시 이 조로아스터교의 철학을 이어받아 현대 문명의 허무함과 퇴폐적인 모습을 비판하며 끊임없이 돌아오는 운명을 긍정적으로 사랑하고 살아가려는 의지를 발휘해 허무주의, 왜소함, 자신을 뛰어넘어 “초인 (Uebermensch, 위버멘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철학 소설을 통해 니체는 그의 가장 깊숙한 곳에 뿌리내리고 있는 그의 목표이자 기본 생각인 “영원한 회귀”를 차라수트라에 대입하여 가르치고 있습니다. 니체 철학 속에서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가져야할 목표로 일컬어지는 “초인”, 그리고 그 초인의 지위를 가진 창조적 인물 차라투스트라는 인간 세계에 내려와 인간들의 본래의 임무와 초인으로의 길을 설교하는 것이 이 철학 소설의 핵심 내용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 소설을 통해 니체는 “예술가적 복음”을 전파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종교가 아니라 예술이 삶의 가장 커다란 자극이며 영원한 회귀, 세상이 완벽하게 되는 순간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 초인과 예술가적 복음, 영원한 회귀, 충실한 삶에의 능동적 참여를 뿌리로 삼은 니체의 사상을 찬미하였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가장 유명한 도입부를 포함해 이 소설의 소제목에서 발췌한 8개의 부분으로 완성시킨 작품이 바로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입니다.
구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대자연의 탄생, 자연의 모티브를 가지고 생명의 탄생을 능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도입부
2. 제1주제 : 저 넘어의 세계를 믿는 사람들에 대하여
3. 제2주제 : 위대한 동경에 관하여
4. 제3주제 : 기쁨과 정열에 대하여
5. 제4주제 : 무덤의 노래
6. 제5주제 : 과학에 관하여
7. 제6주제 : 병에서 회복된 사람
8. 제7주제 : 춤의 노래
9. 제8주제 : 밤을 배회하는 사람의 노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각 주제 속에 강하게 들어있는 니체의 사상을 좀더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도-솔-도로 이뤄진 “자연 모티브 (도입부, 제5주제, 제6주제, 제7주제)”, 자연모티브의 변형인 “인간 모티브 (제1주제, 제6주제)”, 불협 음정으로 빠르게 치솟는 음정으로 이뤄진 “혐오 모티브 (제3주제, 제5주제, 제6주제)”, “세계의 수수께끼 모티브 (제8주제)” 등을 곳곳에 배치하거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 26번 고별의 첫 소절에 나오는 모티브(제8주제) 등 다른 작곡가들의 모티브를 차용하여 작곡하였습니다.
교향시 “차라수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처음 발표되었던 1896년, 비평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큰 이슈거리이자 문제작이기도 했는데요. 기존의 신화나 소설, 회화, 시 등에서 주제를 가져와 작곡했던 다른 교향시들과 달리 최초로 철학의 음악화를 시도했던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이 때문에 “나는 철학적인 음악을 쓰려 한 것이 아니라 인류가 기원에서 여러 단계를 거쳐 발전해 뛰어 넘어서는 모습을 음악이라는 수단을 통해 표현하려 했다” 란 해명을 하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니체의 사상과 우주에 대한 철학을 음악을 통해 웅장하게 표현해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통해 철학에 관심이 있거나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어려운 책이라 느껴지는 니체의 철학 소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니체의 심연의 세계를 좀더 쉽게 단계별로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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