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 클래식 아티스트 3월호
영화 툼레이더 & 바흐 쳄발로 협주곡
클래식은 모짜르트의 일생을 그린 “아마데우스”, 베토벤의 미스터리한 연인에 대한 내용을다룬 “불멸의 연인” 등의 작곡가에 관한 영화에서는 당연히 배경음악으로 쓰이지만 가끔 정말 생각지도 못한 영화에서 전혀 장르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음악이 등장하곤 합니다.
그 중 하나가 오늘 소개해드릴 “액션 어드벤쳐 블록버스터” 영화에 배경으로 나왔던 “바로크 시대의 쳄발로 작품”입니다.
인디애나 존스와 함께 가장 매니아 층이 강한 모험가 캐릭터인 “라라 크로포트”는 1996년 영국의 게임회사가 제작한 액션 어드벤처 게임인 “툼 레이더 (Tomb Raider)”의 여자 주인공입니다. 도굴꾼이란 뜻의 “툼 레이더”는 기존에 남자 주인공만을 주제로 삼았던 게임이 아닌 8등신의 여전사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아 큰 인기몰이를 해 여러 편의 게임 시리즈로 발매되며 지금까지도 코스프레 (게임, 영화의 등장 인물을 그대로 재연해 따라 분장하는 것) 등으로 사랑 받고 있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인기에 힘입어 2001년 영화로도 제작이 된 “툼 레이더”는 제작 단계에서부터 여자 주인공인 “라라 크로포트”에 어떤 여배우가 선정이 될 것인가에 많은 관심이 쏠렸는데요.
지금은 세계적인 배우인 “브래드 피트”의 부인이자 난민 구호 등에 큰 활동을 하고 있는 흥행 보증 수표인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뽑혔을 때까지만 해도 그녀의 유명세가 “라라 크로포트”라는 캐릭터에 비해 너무나 작았기에 많은 팬들의 반대에 부딪혔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이먼 웨스트 감독은 헐리우드 안에서 안젤리나 졸리를 제외하고는 “라라 크로포트”를 맡을 여배우가 없다고 뚝심으로 밀어부쳤습니다.
그 결과 툼레이더는 억만장자이자 고고학자였던 아버지가 실종된 후 라라 크로포트는 아버지가 남긴 시계를 통해 우주를 정복하려는 “일루미나티”라는 비밀 조직을 막고 유물을 안전하게 되찾으려 여정을 떠난다는 간결하면서도 전형적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줄거리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한 흥행 성적을 올리며 안젤리나 졸리를 세계적인 배우의 대열에 올려놓은 작품이 되었습니다.
또한 속편 영화가 2편 더 제작되며 어드밴처 영화의 대표적인 남자 캐릭터는 인디애나 존스, 여자 캐릭터는 라라 크로포트라는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바흐가 1729년~1741년 경 작곡한 것으로 추정되는 바흐의 쳄발로 협주곡 5번 F단조 BWV. 1056은 지금은 소실된 “바이올린 협주곡 G단조 BWV. 1056R”의 원곡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중 2악장 라르고는 현악기들이 피치카토로 반주를 하는 위에 쳄발로가 주제를 연주하며 바흐의 “아리오소(아리아 풍의 기악곡)”이란 이름으로 독립적으로 연주되기도 하는 작품입니다.
라라 크로포트의 대저택 속 높고 넓은 홀에서 그녀가 잠옷 바람으로 줄에 몸을 맡긴 채 운동을 할 때 이 쳄발로 협주곡 2악장 라르고를 틀었는데 이 곡은 바흐의 쳄발로 협주곡 중에 가장 유명한 곡이며 실제 툼레이더 속에서는 피아니스트 장혜원 교수가 발매한 바흐 피아노 협주곡 Vol. 2 CD에 수록된 음악이 쓰여졌습니다.
첼로, 비올라 등 다양한 악기로도 편곡되어 영화 “러브스토리(Love Story)” 등 많은 로맨틱한 영화에 배경 음악으로 쓰이는 바흐의 우아한 아리오소가 쌍권총을 손에 쥔 늘씬한 여자 주인공의 어마어마한 액션으로 꽉 차있는 이 영화 속에서 상상하기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이먼 웨스트 감독은 격한 음악으로 장식되는 화려한 액션신 직전 평안함과 경건한 분위기 때문에 태교 음악으로도 많이 추천되는 이 작품을 삽입함으로써 라라 크로포트를 일개 도굴꾼이 아닌 우아함을 겸비한 여전사로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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