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런치 주소는 https://zoimusicworld.tistory.com/3382 입니다.
2025년에 전세계에 개봉하여 지금도 영화관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탈리아의 영화 <비발디와 나>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곡가이자 실제로도 성직자였기에 ‘붉은 머리의 사제 (Il prete Rosso)’란 별명으로 불리는 ‘안토니오 비발디 (Antonio Lucio Vivaldi, 1678-1741)’, 그리고 그가 40년간 교사로 지냈던 베네티아의 여자 고아원인 ‘오스페달레 델라 피에타 (Ospedale della Pieta)’, 일명 ‘피에타 고아원’의 매우 특별한 음악적 능력을 지닌 고아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비발디가 1725년에 완성한 바이올린 협주곡 모음집이며 최초의 표제 음악이라고도 불리는 그의 대표작 <사계 (Le quattro Stagioni, Op.8>이 탄생한지 3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완성된 이 영화는 이탈리아 출신의 오페라 연출가였던 ‘다미아노 미키엘레토 (Damiano Michieletto, 1975-)’의 장편영화 데뷔작입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출신의 작가 ‘티치아노 스카르파 (Tiziano Scarpa, 1963-)’가 2009년에 출간한 소설 <어머니 왜 나를 버렸나요?>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비발디가 주인공이 아닌, 갓난아기였을 때 피에타 고아원에 버려진 천재적인 바이올린 연주자인 16세의 소녀 체칠리아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이탈리아의 젊은 배우이자 가수 ‘테클라 인솔리아 (Tecla Marianna Insolia, 2004-)’가 체칠리아 역을, ‘미헬레 리온디노 (Michele Riondino, 1979-)’가 비발디 역을 맡았습니다.
영화는 18세기 초 베네치아에서 가장 큰 고아원이자 재능 있는 소녀들을 음악을 시켜 오케스트라를 꾸려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피에타 고아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 오케스트라는 부유한 후원자들의 주머니를 열기 위한 수단이었죠. 그리고 그 곳의 많은 소녀들에게는 나이가 많은 이들의 후처로 간택 당하는 운명이 가장 나은 미래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이 곳에서 갓난아이 때부터 16세가 될 때까지 언제 올지 모를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를 원망하고 그리워하며 기다리는 뛰어난 바이올린 연주자인 소녀가 바로 체칠리아입니다. 살랑거리는 봄바람과 함께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아이들을 가르칠 인물이 다시 돌아오는데, 그가 바로 비발디였습니다. 비발디는 체칠리아의 빛나는 예술적 재능을 발견하였고, 전쟁이 끝나는 대로 장교의 부인이 되며 악기를 관둘 숙명을 기다리고 있는 체칠리아는 점차 새로운 것을 꿈꾸게 됩니다.
비발디는 가난한 집안의 아홉 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으며, 어렸을 때부터 천식은 물론 죽음의 경계에 서있었던 매우 허약한 아이였습니다. 그런 이유로 수도원으로 보내져 사제가 된 그는 평생 음악을 연주하고 작곡하며 우리에게 <사계>를 비롯하여 <조화의 영감 (L’estro armónico, Op.3)>, 50여편의 오페라, <글로리아>, <니시 도미누스>, <스타바트 마테르>와 같은 수많은 오라토리오와 종교 음악들을 작곡하였습니다. 그리고 500여편의 기악곡들 중 그의 대표작인 <사계>는 원래 <조화의 영감>에 수록되어 있던 4개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따로 떼어내어 각각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묶었으며, 빠르고 느리고 빠른 3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악장에 비발디가 직접 쓴 것이 아닌가 추측하는 짧은 시인 ‘소네트 (Sonnet)’가 작품의 분위기를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 4개의 바이올린 협주곡 모음곡 중 첫 번째 바이올린 협주곡이 바로 <바이올린 협주곡 1번 마장조, 작품번호 8번, RV.269 ‘봄’ (Violin Concerto No.1 in E Major, Op.8, RV.269 ‘La Primavera’)>입니다. 1악장 ‘알레그로 (Allegro)’, 2악장 ‘라르고 (Largo)’, 3악장 ‘알레그로 파스토랄레 (Allegro Pastorale)’로 구성된 이 곡에 붙은 소네트는 각각 1악장 “따뜻한 봄이 왔다. 새들은 즐겁게 아침을 노래하고 시냇물은 부드럽게 속삭이며 흐른다. 갑자기 하늘에 검은 구름이 몰려와 번개가 소란을 피운다. 어느덧 구름은 걷히고 다시 아늑한 봄의 분위기 속에서 노래가 시작된다”, 2악장 “파란 목장에는 따뜻한 봄볕을 받으며 목동들이 졸고 있다. 한가하고 나른한 풍경이다”, 3악장 “아름다운 물의 요정이 나타나 양치기가 부는 피리소리에 맞춰 해맑은 봄 하늘 아래에서 즐겁게 춤춘다”가 붙어있습니다.
영화 <비발디와 나>의 원제는 <프리마베라 (Primavera)>, 봄입니다. 비발디의 <사계> 중 첫 번째 바이올린 협주곡의 이름이죠. 그렇기에 영화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1악장 알레그로의 선율이 쉼 없이 등장하고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도 흘러나옵니다. 영화 전반에 등장하는 이 곡 외에도 체칠리아가 비발디에게서 받은 악보를 보며 고민하는 장면 등에서 등장하는 <두 대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협주곡 라단조, 작품번호 565번 (Concerto in d minor for 2 Violins and Cello, RV.565)> 중 4악장 ‘라르고 (Largo)’도 놓쳐선 안됩니다. 이 곡은 비발디가 1711년에 출간한 <조화의 영감>의 11번째 곡으로 수록되어 발표되었으며 1악장 ‘알레그로 (Allegro)’, 2악장 ‘아다지오 (Adagio)’, 3악장 ‘알레그로’, 4악장 ‘라르고’, 5악장 ‘알레그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교사로 막 부임한 비발디가 체칠리아를 비롯한 단원들과의 첫 합주 때 필사해서 숙지하라며 던져놓고 떠난 악보이기도 하며, 오디션을 볼 때 연주한 곡인 <트리오 소나타 라단조, 작품번호 63번 ‘라 폴리아’ (Trio Sonata in d minor, RV.63 ‘La Folia’)>도 매우 인상적입니다. 15세기 포르투갈에서 시작된 춤곡의 멜로디로 수많은 음악가들이 변주곡을 만들었는데요. 비발디 역시 이 유명한 선율을 토대로 변주곡을 완성하였죠.
당시 수많은 고아 소녀들을 돈벌이로 활용하던 시대상도, 그 속에서 예술을 통하여 자유를 갈망하던 한 소녀와 그녀에게 그런 음악적 영향을 끼친 위대한 작곡가 비발디의 삶을 다채롭게 그려낸 영화 <비발디와 나>, 우리는 앞으로 4회동안 오늘 만나본 <사계> 중 ‘봄’, <조화의 영감> 중 ‘2대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협주곡 라단조’, <트리오 소나타 ‘라 폴리아’>를 제외하고 영화 속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비발디의 4개의 작품을 차례로 만나보겠습니다.
'쏘냥의 클래식 칼럼 > [브런치스토리] 클래식 매거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영화를 살린 클래식 #126. 비발디와 나 <3> 바이올린 협주곡 1번 라장조 (0) | 2026.08.07 |
|---|---|
| 영화를 살린 클래식 #125. 비발디와 나 <2> 니시 도미누스 (1) | 2026.08.07 |
| 알쓸신클-뇌가 섹시해지는 클래식 115. 악기 이야기 - 클라리넷 (0) | 2026.08.07 |
| 알쓸신클-뇌가 섹시해지는 클래식 114. 쏘작가의 칼럼들! (1) | 2026.08.07 |
| 영화를 살린 클래식 #123. 영화 '다이하드 2', 시벨리우스 <핀란디아> (0) | 2026.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