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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냥의 클래식 칼럼/브런치 클래식 매거진

브런치 칼럼 #28.영화 친절한 금자씨, 2. 파가니니 -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카프리스 24번

by zoiworld 2017.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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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주소는 https://brunch.co.kr/@zoiworld/37 입니다...ㅎㅎ

 
오늘 28번째 영화 속 클래식 명곡 칼럼에서는 도입부에 강하게 등장한 비발디와 달리 매우 짧게 몇몇 장면에서만 등장할 뿐이지만 영화의 신스틸러 (scene stealer, 명품 조연 등 연기력이나 독특한 개성을 나타내 주연 못지않게 주목을 받는 캐릭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카프리스 중 24번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번 칼럼에서도 언급하였듯, 영화 친절한 금자씨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영화 마지막 작품이자 여성의 복수를 속죄의 형태로 보여주고 있는 걸작입니다.

 

선에서 악으로 변해가는 금자씨의 모습을 상징하는 음악이 비발디였다면, 이자크 펄만의 연주로 들려지는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번 테마는 금자씨의 동료들을 처음 만나는 장면이나 금자씨가 유괴 및 살인을 했다고 자백했던 아이의 부모에게 찾아가는 장면 등 5회 정도 짧게 영화에 나올 뿐이지만 그 때마다 복수의 페이지를 채운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주고 있는 복수를 위한, 악을 상징하는 음악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망상, 환상, 변덕이라는 뜻을 가진 이탈리아어 카프리치오 (Capriccio)에서 유래한 카프리스 (Caprice)는 일정한 형식에 구속되지 않은 자유로운 형식의 기악곡을 지칭합니다.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별명을 가진 니콜로 파가니니(Niccolo Paganini, 1782~1840) 1802년부터 1817년까지 작곡한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24개의 카프리스는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게 가장 힘든 초절기교의 테크닉 연습곡으로 파가니니가 39세가 되던 1819년 출판된 작품입니다.

 

파가니니의 최초 작품이기도 한 이 카프리스는 그 연습곡 하나하나가 기교적인 부분만이 아닌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뛰어난 완성도를 보이고 있기에 24개의 연습곡 하나하나가 솔로 연주나 앵콜, 각종 콩쿨이나 입학, 졸업 시험의 필수곡으로 연주되고 있습니다.

 

그 중 마지막 작품인 24번째 연습곡의 테마는 리스트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연습곡>, 브람스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 작품번호 35>,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등 후대에 수많은 작곡가들에 의해 편곡되어 연주되었을 정도로 매우 유명한 곡입니다.

 

24번은 주제와 10, 중음, 옥타브 등 바이올린의 각종 기교를 망라한 11개의 변주, 그리고 종지부로 이뤄져 있으며 친절한 금자씨에서는 테마 멜로디만이 나오는 것이 아닌 각종 변주의 부분들이 영화의 장면에 알맞게 삽입되어 있습니다.

 

유괴, 살해당한 아동의 부모 중 금자씨가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자백을 했던 아동의 부모는 금자씨와 가장 직접적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기도 한 그들을 찾아가는 금자씨, 사죄의 의미로 금자씨가 손가락을 직접 절단하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파가니니 카프리스 24번의 테마, 또 금자씨가 백선생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동료들과의 재회의 순간에도 이 테마는 흘러나옵니다.

 

별 의미없이 느껴지는 부분에서 급작스럽게 나오는 느낌을 주지만 영화 속을 조금만 더 파헤쳐보면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박찬욱 감독이 얼마나 치밀하게 음악에 신경을 썼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의 부인이 교도소 동료였고 그녀를 만나는 장면에서는 이 테마가 흐르지 않는 것을 볼 때도 그 치밀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려졌던 파가니니, 그리고 영화 친절한 금자씨 속에서 악으로 변한 금자씨의 복수를 상징하는 음악으로 쓰인 파가니니의 가장 유명한 작품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카프리스 24우아한 여성의 복수를 아름다운 색채로 장식하려던 박찬욱 감독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선택이 아니었을까요?

 

숨은 그림 찾기처럼 곳곳에 숨겨져있다 느닷없이 등장하는 이 파가니니의 테마를 영화 속에서 찾아보는 것도 친절한 금자씨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