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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매달 첫주에 “영화 속 잊혀지지 않는 클래식 명곡” 칼럼으로 찾아오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 쏘냥 (박소현)입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 ‘음악 영화 이야기’, 그 첫번째 영화 ‘불멸의 연인’에 등장하는 작품들 중 두번째로 다뤄볼 곡은 바로 ‘월광 소나타’입니다.
저번 시간에 다뤘던 비창 소나타와 23번 열정 소나타와 함께 베토벤의 3대 피아노 소나타 중 한 곡인 ‘월광 소나타 (Piano Sonata No.14 in c# minor, Op.27-2 ‘Moonlight’)’는 베토벤의 32개의 소나타 중 가장 유명한 14번째 소나타입니다.
‘월광’이란 이름은 베토벤이 직접 지은 제목은 아닙니다. 베토벤이 1801년에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월광 소나타는 베토벤이 ‘환상곡 풍으로 (Quasi una fantasia)’란 부제를 붙인 작품번호 27의 2개의 소나타 중 두번째 작품입니다. 첫번째 작품인 13번 소나타가 전통적인 음악 형식을 따른 것과 대조적으로 월광 소나타는 즉흥적인 연주에 탁월한 실력을 보였던 피아니스트이기도 하였던 베토벤이 전통적인 음악 구조를 벗어나 서정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선율을 강조시킨 작품입니다.
월광 소나타는 저번 시간에도 다뤘던 영화 ‘불멸의 연인’ 속 불멸의 연인 후보 중 한명이었던 ‘줄리에타 귀차르디 (Julie ‘Giulietta’ Guicciardi, 1784-1856)’에게 베토벤이 1802년에 헌정한 곡입니다. 영화 속에서 줄리에타가 아버지와의 내기를 위하여 베토벤에게 새로운 피아노를 집에 들이게 되었고, 아무도 없는 자신의 집에서 피아노를 테스트해줬으면 좋겠다는 편지를 보낸 후에 비밀의 방에서 아버지와 함께 베토벤이 연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에서 베토벤이 연주하는 곡이 바로 이 월광 소나타입니다.
3년이 넘게 이어지던 귓병이 점점 나빠지고 있었으며, 귀차르디와의 사랑도 난항을 겪고 있는 등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베토벤은 귀차르디에게 월광 소나타를 헌정하고 이별을 겪은 1802년에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를 썼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은 당시 베토벤이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희망을 갖기 위해, 또 귀차르디에게 자신과의 사랑에 대한 확신을 주기 위하여 이 월광 소나타를 작곡하고 헌정을 한 것이 아니었을까란 추측을 하기도 합니다.
베토벤이 잘 들리지 않는 귀를 피아노에 갖다 대며 월광 소나타 1악장의 시리도록 서글픈 멜로디를 연주하는 이 ‘월광 소나타’의 장면은 영화 ‘불멸의 연인’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명장면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1악장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Adagio Sostenuto)’뿐만 아니라 짧은 2악장 ‘알레그레토 (Allegretto)’, 그리고 베토벤 특유의 휘몰아치는 듯한 열정적인 패시지로 가득찬 3악장 ‘프레스토 아지타토 (Presto Agitato)’로 이뤄진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는 많은 작곡가들에게 충격과 음악적 영감을 안겨줬습니다. 베토벤의 제자이자 피아노 연습곡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체르니 (Carl Czerny, 1791-1857)’는 이 곡의 1악장에 대하여 ‘이 곡은 멀리에서 들려오는 밤의 장면과 같다. (Es ist eine Nachtszene, wo aus weiter Ferne)’라고 표현하였으며, 헝가리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리스트 (Franz Liszt, 1811-1886)’는 월광 소나타의 2악장을 ‘2개의 심연 속에 피어난 꽃’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리스트와 함께 피아노 음악 작품들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폴란드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쇼팽 (Frederic Francois Chopin, 1810-1849)’은 월광 소나타 3악장에서 음악적 영감을 받아 1834년, 피아노 독주를 위한 ‘즉흥 환상곡 (Fantasie-Impromtu No.4 in c# minor, Op.66)’를 작곡하였습니다.
베토벤이 직접 ‘월광’이란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면 이 피아노 소나타 14번의 이름은 누가 붙인 것일까요?
원래 이 곡은 ‘정자 소나타 (Laubensonate)’라고 불렸던 곡입니다. 베토벤이 1악장을 정자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냈던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의 시인이자 음악 평론가였던 ‘루드비히 렐슈타프 (Ludwig Rellstab, 1799-1860)’가 베토벤이 세상을 떠나고 5년의 시간이 흐른 후인 1832년, ‘이 소나타의 1악장을 듣는 것은 달빛 아래의 피어발트슈테터호수 (스위스 루체른)에서 보트 유람을 했던 기억을 느끼게 한다. (Beim Hoeren des ersten Satzes an eine Bootsfahrt auf dem Vierwaldstaettersee erinnert fuehlte.)’라고 표현한데서 유래한 것입니다.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토탈리콜’, ‘호로비츠를 위하여’, ‘피아니스트’ 뿐만 아니라 공포 영화 ‘폰’에서 핸드폰 벨소리로도 쓰였으며, 애니메이션 ‘스머프’, ‘4월은 너의 거짓말’에서도 등장하는 ‘월광 소나타’는 영화 ‘불멸의 연인’ 속에서 고통과 희망 없는 미래 속에서 고뇌하는 베토벤의 인간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는 장면에 등장하며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깊은 울림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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