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스며든 클래식]
#47. 가곡의 교과서 독일 시인 하이네의 ‘노래의 책’ – 16.무소르그스키의 '염원', '내 눈물로부터'
독일의 대문호 ‘하인리히 하이네 (Heinrich Heine, 1797~1856)’의 ‘노래의 책 (Buch der Lieder)’ 속의 시들을 토대로 작곡된 많은 작품들 중 열여섯번째로 다뤄볼 작품은 러시아의 작곡가 ‘모데스트 페트로비치 무소르그스키 (Modest Petrovich Mussorgsky, 1839-1881)’의 가곡 ‘염원 (Желание)’과 ‘내 눈물로부터 (Хотел бы в единое слово)’입니다.
러시아 국민악파의 지도자로 불렸던 작곡가 ‘밀리 발라키레프 (Mily Balakirev, 1837-1910)’와 음악학자이자 비평가였던 ‘블라디미르 스타소프 (Vladimir Vasilievich Stasov, 1824-1906)’가 주축이 되어 만든 러시아 국민 음악 작곡가들의 모임 ‘러시아 5인조 (Могучая Кучка/Moguchaya Cuchika/힘센 무리)’에는 오페라 ‘금계’, ‘세헤라자르’와 ‘왕벌의 비행’로 유명한 작곡가 ‘림스키 코르사코프 (Nikolai Rimsky-Korsakov, 1844-1908)’, 현악 사중주, 오페라 ‘이고리 공’으로 사랑받는 작곡가 ‘보로딘 (Alexander Porfiryevich Borodin, 1833-1887)’, ‘하이네의 시에 의한 가곡집’을 쓰기도 한 작곡가 ‘세자르 쿠이 (Cesar Cui, 1835-1918)’와 함께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가 멤버로 활동하였습니다.
피아노/관현악을 위한 10곡으로 이뤄진 모음곡 ‘전람회의 그림 (Картинки с выставки/Picture at an Exhibition, 1874)’, 교향시 ‘민둥산의 하룻밤 (Ночь на лысой горе/Night on bald mountain/민둥산에서의 하룻밤, 1867, 1886)’, 4막의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 (Борис Годунов/Boris Godunov, 1872)’ 등으로 잘 알려져 있는 러시아의 작곡가 무소르그스키는 부유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서 피아노를 배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관학교에 입학한 무소르그스키는 군인으로 살아가던 중, 당시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보로딘과 친분을 맺게되며 러시아 5인조의 작곡가들과 가까워지며 5인조의 리더였던 발라키레프로부터 작곡을 배우게 됩니다. 1858년 제대를 선택하고 본격적인 음악가의 길을 걷게 된 무소르그스키는 1861년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2세가 내린 ‘농노해방령’으로 인하여 집안이 풍비박산 나게 됩니다. 1874년 전람회의 그림의 성공 이후 점차 심해진 알코올 중독으로 인하여 42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무소르그스키는 시인, 작가, 건축가 등 다양한 예술가들과 활발한 교류를 하였고, 그 결과 친구였던 건축가이자 화가 ‘빅토르 하르트만 (Viktor Alexandrovich Hartmann, 1834-1873)’의 갑작스러운 사망을 추모하기 위하여 ‘전람회의 그림’을 완성하였습니다. 또 무소르그스키는 시인이었던 ’쿠투조프 공작 (Mikhail Ilarionovich Golenishchev-Kutuzov, 1848-1913)’의 시에 작곡을 한 4개의 가곡 모음집 ‘죽음의 노래와 춤 (Песни и пляски смерти/Songs and Dances of death)’을 발표하였습니다. 또 무소르그스키는 자신이 직접 가사를 쓴 모음곡 ‘어린이의 방 (Детская/The Nursery)’을 1868년에 완성하였으며, ‘어린이의 방’의 후속 작품인 2번째 모음곡 ‘오두막에서 (на даче/At the Dacha)’를 1872년에 작곡하였습니다.
이렇듯 여러 예술가들에게서 받은 영감을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에 투영하였던 무소르그스키는 하이네의 시집 ‘노래의 책’에 수록된 2개의 시에도 작곡을 하여 러시아와 무소르그스키의 색채가 가득한 2개의 가곡 ‘염원’과 ‘내 눈물로부터’를 탄생시켰습니다.
첫번째 가곡인 ‘염원 (Желание/Desire)’은 1866년, 러시아 극작가이자 시인 ‘레프 메이 (Lev Aleksandrocivh Mei, 1822-1862)’가 러시아어로 번역한 하이네의 시 ‘내 고통을 모두 쏟아 부을 수 있다면 (Ich wollt, meine Schmerzen ergoessen)’에 곡을 붙인 가곡입니다. 이 시는 하이네의 ‘노래의 책’ 중 세번째 연작시 ‘귀향 (Die Heimkehr)’의 61번째 수록된 시로, 무소르그스키 외에도 1875년 차이코프스키가 레프 메이의 번역본을 동일하게 가사로 써 발표한 가곡이 있습니다. 또 멘델스존이 1845년에 초판을 낸 ‘6개의 듀엣 작품번호 63 (6 Duets for 2 Voices & Piano, Op. 63)’의 첫번째 수록곡 ‘나의 사랑이 모두 쏟아지기를 (Ich woll’, meine Lieb’ ergoesse sich)’의 가사로 이 시를 사용하였습니다.
[Ich wollt, meine Schmerzen ergoessen/염원/ Желание]
<독>
Ich wollt, meine Schmerzen ergoessen.
Sich all in ein einziges Wort,
Das gaeb ich den lustigen Winden,
Die truegen es lustig fort.
Sie tragen zu dir, Geliebte,
Das schmerzerfuellte Wort;
Du hoerst es zu jeder Stunde,
Du hoerst es an jedem Ort.
Und hast du zum naechtlichen Schlummer
Geschlossen die Augen kaum,
So wird dich mein Wort verfolgen
Bis in den tiefsten Traum.
<러>
Хотел бы в единое словоЯ слить мою грусть и печаль,
И бросить то слово на ветер,
Чтоб ветер унёс его вдаль.
И пусть-бы то слово печали
По ветру к тебе донеслось,
И пусть-бы всегда и повсюду
Оно k тебе в сердце лилось.
И если б усталые очиСомкнулись под грезой ночной, О, пусть-бы то слово печалиЗвучало во сне над тобой! <한>단 하나의 단어에 나의 고통을모두 쏟아 부을 수 있다면발랄한 바람에게 그 단어를 줄 수 있을 텐데.바람은 그 말을 싣고 즐겁게 날아갈 것인데. 바람이 네게 전해 줄 거예요. 나의 사랑고통으로 가득 차있는 그 말을그대는 언제나 그 말을 듣게 될 거예요.어디에서나 그 말을 들을 거예요. 그리고 밤에 졸음이 몰려올 때에당신이 눈을 감기가 무섭게나의 말이 당신을 쫓아올 거예요.당신 꿈 속의 가장 깊은 곳에까지. 무소르그스키는 사랑인지 증오인지 헷갈릴 정도로 조금은 으스스한 분위기까지 풍기는 이 시의 분위기와도 어울리는 오묘하면서도 아름다운 멜로디를 작곡하여 한없이 아름다우면서도 스릴러 영화의 한 장면에 등장해도 어색하지 않을 듯한 가곡을 완성하였습니다.
무소르그스키가 하이네의 ‘노래의 책’에서 고른 두번째 시는 바로 두번째 연작시 ‘서정적 간주곡 (Lyrische Intermezzo)’의 두번째 시 ‘내 눈물로부터 (Aus meinen Traenen spriessen)’입니다. 독일에서 오랜 시간 사랑 받은 문학과 낭만주의 시들의 모티프 ‘사랑에 빠진 사람의 눈물에서 피어나는 꽃’을 소재로 삼은 하이네의 대표적인 시가 바로 ‘나의 눈물로부터’입니다. 러시아의 작가 ‘미카일로프 (Mikhail Larionovitch Mikhailov, 1829-1865)’는 1847년, 이 시를 ‘나의 많은 눈물 중에서 그대여 (Из слёз моих много, малютка)’라는 제목으로 번역하였으며, 무소르그스키는 1866년에 미카일로프가 번역한 이 시에 곡을 붙여 ‘나의 눈물로부터 (От моих слез)’란 가곡으로 발표하였습니다.
[Aus meinen Traenen spiressen/나의 눈물로부터/От моих слез]
<독>
Aus meinen Traenen spiressen
Viel bluehende Blumen hervor,
Und meine Seufzer warden.
Ein Nachtigallenchor.
Und wenn du mich lieb hast, Kindchen,
Schenk’ ich dir die Blumen all’,
Und vor deinem Fenster soll klingen
Das Lied der Nachtigall.
<러>
Из слёз моих много, малютка,Родилось душистых цветов;А вздохи мои превратилисьВ немолкнущих соловьёв. Уж только б меня полюбила --Тебе и цветы я отдам,И песнями станут баюкатьТебя соловьи по ночам.
<한>
나의 눈물로부터
수많은 꽃들이 싹을 틔워 활짝 피고
그리고 나의 한숨들은
나이팅게일들의 합창이 되리..
그리고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나의 사랑아.
그 모든 꽃들을 당신에게 선물할게요.
그리고 당신의 창문 앞에서
나이팅게일의 노래가 울려 퍼질 거예요.
피아노의 연타 위에 격앙된 목소리로 시작되는 이 곡은 사랑에 빠진 이의 간절함을 아름답게 그린 곡입니다. 2절에서는 잠시 무거워졌으나 다시 긍정적인 분위기를 풍겨오는 이 작품은 ‘염원’보다 더 간결한 피아노 반주와 밝은 분위기로 이뤄져 있는 곡입니다.
러시아 5인조의 다른 작곡가인 세자르 쿠이와 림스키 코르사코프 또한 각각 1858년과 1866년에 미카일로프가 러시아어로 번역한 하이네의 시 ‘나의 눈물로부터’를 가사로 한 가곡을 작곡하였는데, 무소르그스키의 곡과 비교하며 들어보면 같은 러시아 국민악파의 중심에 서있던 작곡가들이지만 각자의 음악적 소신과 특징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