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스며든 클래식]
#45. 가곡의 교과서 독일 시인 하이네의 ‘노래의 책’ – 15. 막스 레거의 5개의 노래 작품번호 98 중 '하늘의 눈들로부터'
독일의 대문호 ‘하인리히 하이네 (Heinrich Heine, 1797~1856)’의 ‘노래의 책 (Buch der Lieder)’ 속의 시들을 토대로 작곡된 많은 작품들 중 열다섯번째로 다뤄볼 작품은 독일의 작곡가 ‘요한 밥티스트 요제프 막시밀리안 ‘막스’ 레거 (Johann Baptist Joseph Maximillian ‘Max’ Reger, 1873-1916)’의 ‘5개의 노래, 작품번호 98 (5 Gesaenge, Op.98)’ 중 첫번째 곡인 ‘하늘의 눈들로부터 (Aus den Himmelsaugen)’입니다.
막스 레거는 독일의 ‘바이에른 (Bayern)’에서 태어나 라이프치히 대학 음악 대학 학장과 음악원 작곡 교수를 역임하였으며 특히 바흐 이후의 최고의 오르가니스트이자 오르간 작품 작곡가로 인정받은 작곡가이자 오르가니스트이자 피아니스트였습니다. 그는 17개의 오케스트라 작품을 비롯하여 6개의 현악 사중주, 6개의 현악6중주, 9개의 바이올린 소나타, 4개의 첼로 소나타, 3개의 클라리넷 소나타, 3개의 비올라 독주를 위한 모음곡, 수를 세기 힘들 정도로 많은 가곡과 1900년에 작곡한 ‘B-A-C-H 주제에 의한 환상곡과 푸가 작품번호 46 (Fantasie und Fuge ueber BACH Op.46)’을 비롯하여 50곡에 가까운 오르간 작품을 남겼습니다.
오페라를 제외한 모든 형식의 작품들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있는 막스 레거는 자신이 숭배하던 브람스, 바그너를 잇는 작곡가를 지향하였던 음악가입니다. 그렇기에 막스 레거는 바흐의 대위법과 바그너, 브람스, 리스트와 같은 독일 작곡가들의 화성을 복잡하게 합쳐놓은 음악 세계를 만들어 갔으며, 현재까지도 후기 낭만 음악과 현대 음악의 중간에 서있는 음악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막스 레거가 1906년에 베를린에서 초판을 발행한 ‘5개의 노래, 작품번호 98’은 5명의 독일 시인들의 시를 가사로 쓴 작품입니다.
두번째 곡인 ‘좋은 조언 (Der gute Rat)’는 독일의 시인 ‘게오르그 샤츠 (Georg Schatz, 1763-1795)’를, 세번째 곡인 ‘일요일 (Sonntag)’은 독일의 시인이자 철학자였으며 역사가이기도 하였던 ‘루드비히 우흘란트 (Ludwig Uhland, 1787-1862)’의 시를 가사로 썼습니다. 또 네번째 곡인 ‘조용히 잠들어 있는 정원 (Es schlaeft ein stiller Garten)’은 191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 (Gerhardt Haputmann)’의 형이자 현재는 폴란드에 속해져있는 당시 독일 출신의 작가 ‘카를 하우프트만 (Carl Ferdinand Max Hauptmann, 1858-1921)’의 시를, 마지막 곡인 ‘여름밤 (Sommernacht)’는 독일의 저술가이자 작가였던 ‘게르트루트 트리펠 (Gertrud Triepel, 1863-1920)’의 시를 가사로 사용하였습니다.
막스 레거의 ‘5개의 노래, 작품번호 98’의 첫번째 곡이 바로 하이네의 ‘노래의 책’에 수록된 시 ‘하늘의 눈들로부터 (Aus den Himmelsaugen)’을 가사로 붙인 작품입니다. 이 시는 노래의 책 중 마지막 연작시인 ‘북해 (Die Nordsee)’의 두 소연작시 중 첫번째 소연작시 속 7번째 시 중 하나입니다. 7번째로 수록된 이 시의 제목은 ‘밤의 선실에서 (Nachts in der Kajuete)’이며, 6개의 작은 시들의 묶음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 중 ‘하늘의 눈들로부터’는 ‘밤의 선실에서’의 6개의 시들 중 3번째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하이네의 Aus den Himmelsaugen>
Aus den Himmelsaugen droben
Fallen zitternd golden Funken
Durch die Nacht, und meine Seele
Dehnt sich liebeweit und weiter.
O ihr Himmelsaugen droben!
Weint euch aus in meine Seele,
Dass von lichten Sternentraenen
Ueberfliesset meine Seele.
하늘의 눈들로부터
높은 하늘의 눈들로부터
황금 불꽃들이 떨림과 함께 떨어진다.
밤을 가르며, 그리고 내 영혼은
사랑으로 넓게 그리고 더 넓게 뻗어간다.
오 높은 하늘의 눈들이여!
내 영혼 속에서 슬프게 울어다오,
빛나는 별들의 눈물로
내 영혼이 넘쳐 흐를 수 있도록.
하이네의 시 ‘높은 하늘의 눈들로부터’는 20명이 넘는 많은 작곡가들에게 가사로 사용되었습니다. 독일, 스위스계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 작곡가였으며 ‘부슈 콰르텟 (Bush Quartet)’을 창단해 제1바이올린 연주자로도 활동하였던 ‘아돌프 부슈 (Adolf Georg Wilhelm Busch, 1891-1952)’가 1922년에 ‘높은 하늘의 눈들로부터’를 사용하여 성악, 비올라, 그리고 피아노를 위한 작품을 작곡하였습니다. 또 프랑스 출신의 영국 여류 작곡가 ‘모드 발레리 화이트 (Maude Valerie White, 1855-1937)’가 1885년에 작곡한 ‘16개의 독일 노래들 (16 German Songs)’ 중 6번째 곡 역시 하이네의 ‘높은 하늘의 눈들로부터’를 가사로 사용하였습니다. 막스 레거의 ‘높은 하늘의 눈들로부터’는 쉼없이 반복되는 감정의 변화가 느껴지듯 밝은 분위기와 긴장되는 분위기가 교차하는 곡입니다. 처음 들었을 때는 난해하게도 느껴질 수 있는 2분여의 짧은 곡이지만 불협과 협화음을 넘나드는 화성의 변화 끝에는 잔잔하면서도 아름답게 마무리 짓는 이 가곡은 북해의 섬 ‘노르더나이 (Nordernei)’의 밤하늘 아래에서 창작의 아이디어를 얻은 기억을 토대로 찬가에 가까운 시들을 작곡하였던 하이네가 펜을 잡았을 때의 심정이 느껴집니다. 슬픔이 내재되어 있으나 사랑과 영혼의 풍족함으로 극복을 하고자하는 ‘높은 하늘의 눈들로부터’의 내용을 막스 레거 특유의 노련함으로 잘 표현한 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