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스며든 클래식]
#43. 가곡의 교과서 독일 시인 하이네의 ‘노래의 책’ – 14. ‘라흐마니노프 (S. Rachmaninoff)’의 6개의 로망스 중 ‘아이야! 너는 꽃처럼 아름답구나’
독일의 대문호 ‘하인리히 하이네 (Heinrich Heine, 1797~1856)’의 ‘노래의 책 (Buch der Lieder)’ 속의 시들을 토대로 작곡된 많은 작품들 중 열네번째로 다뤄볼 작품은 러시아의 작곡가 ‘세르게이 바실리예비치 라흐마니노프 (Sergei Vasil’evich Rachmaninov, 1873-1943)’의 ‘6개의 로망스, 작품번호 8’ 중 두번째 곡인 ‘아이야! 너는 꽃처럼 아름답구나 (Du bist wie eine Blume)’입니다.
라흐마니노프는 영화 ‘샤인’, ‘피아니스트’ 등에 등장하며 한국인이 사랑하는 클래식 100선에 항상 포함이 되는 피아노 협주곡 2번, 3번을 포함하여 5개의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한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 작곡가였습니다. 무려 30Cm 정도의 거리인 13도 (도에서 한 옥타브 위의 라까지)의 음을 한 손으로 연주할 수 있을 만큼의 큰 손을 가지고 있었던 라흐마니노프는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Rhapsody on a Theme of Paganini, Op.43)’, 피아노를 위한 ‘24개의 전주곡 (24 Preludes )’, 2개의 피아노 소나타, 17개의 ‘회화적 연습곡 (Etudes-tableaux Op.33 & Op.39)’ 등의 다양한 고난이도의 피아노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뿐만 아니라 ‘알레코 (Aleko, 1892)’, ‘인색한 기사 (The Miserly Knight, Op.24, 1905)’,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Francesca da Rimini, Op.25, 1906)’, 이렇게 3개의 오페라와 2개의 교향곡 등을 작곡하였습니다.
러시아 후기 낭만을 대표하는 슬라브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선율을 작곡한 것으로 잘 알려진 라흐마니노프는 가곡도 상당수 작곡하였습니다. ‘6개의 로망스’ 모음집 3개를 각각 1893년 (6 Romances Op.4, Op.8), 1916년 (Op.38)에 작곡하였으며, 1896년에는 ‘12개의 로망스 작품번호 14 (12 Romances Op.14)’, 또 1902년에는 ‘12개의 로망스 작품번호 21 (12 Romances Op.21)’를 작곡하였습니다. 라흐마니노프는 뿐만 아니라 1906년에는 ‘15개의 로망스 (15 Songs Op.26)’을 작곡해 총 6개의 로망스 모음곡을 작곡하였습니다.
그 중 라흐마니노프가 1893년에 작곡한 ‘6개의 로망스 작품번호 8 (6 Romances Op.8)’은 독일의 대문호 ‘볼프강 폰 괴테 (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와 하인리히 하이네, 그리고 우크라이나 출신의 시인이자 작가인 ‘타라스 셰프첸코 (Taras Hryhorovych Shevchenko, 1814-1861)’의 시를 러시아의 시인 ‘알렉세이 플레셰예프 (Aleksei Nikolayevich Pleschcheyev, 1825-1893)’가 러시아어 가사로 번역하여 곡을 붙인 가곡 6곡으로 이뤄진 모음집입니다.
모음곡의 마지막 곡인 ‘기도하는 사람 (A Prayer/Молитва <Moltiva>)’는 괴테의 시, 3번째 곡인 ‘우울 (Brooding/Дума <Duma>)’과 4번째 곡 ‘나는 슬픔 속에서 성장하였다 (I have grown Fond of sorrow/Полюбила я на печаль свою <Polyubila ya na pechal’ svoyu>)’는 셰프첸코의 시를 가사로 쓴 곡입니다.
‘6개의 로망스 작품번호 8’ 중 1번째 곡 ‘수련 (The Water lily/Речная лилея <Rechnaya lileya>)’, 2번 ‘아이야! 너는 꽃처럼 아름답구나 (Child! Thou Art as Beautiful as a flower/Дитя! Как цветок, ты прекрасна <Ditya! Kak tsvetok ty prekrasna>)’, 그리고 5번 ‘꿈 (The Dream/Сон <Son>)’은 하이네의 시들을 러시아어로 번역하여 가사로 쓴 곡들입니다.
라흐마니노프가 피아니스트 ‘아돌프 야로셰프스키 (Adolf Yaroschevsky, 1862-1911)’에게 헌정한 ‘수련’ 가사의 원작시는 하이네가 시집 ‘새로운 시들 (Neue Gedichte)’ 속 연작시 ‘새로운 봄 (Neuer Fruehling)’의 45개의 시 중 15번째에 수록한 시 ‘가녀린 수련 (Die schlanke wasserlilie)’입니다. 또 라흐마니노프가 이웃이자 친구였던 ‘나탈리아 스칼론 (Natalya Dmitriyevna Skalon, 1868-1943)’에게 헌정한 5번째 곡 ‘꿈’은 시집 ‘새로운 시들’ 중 연작시 ‘타향에서 (in der Fremde)’의 세번째에 수록된 시 ‘나는 한 때 아름다운 조국을 가졌었다 (Ich hatte einst ein schoenes Vaterland)’를 가사로 번역한 가사가 쓰여졌습니다.
라흐마니노프의 ‘6개의 로망스 작품번호 8번’ 중 하이네의 ‘노래의 책’에 수록된 시를 가사로 쓴 작품은 2번째 곡인 ‘아이야! 너는 꽃처럼 아름답구나’가 유일합니다. 노래의 책 속 세번째 연작시 ‘귀향 (Die Heimkehr)’의 47번째 시 ‘너는 한 송이 꽃처럼 (Du bist wie eine Blume)’을 알렉세이 플레셰예프가 러시아어 가사로 번역하여 라흐마니노프가 작곡을 한 이 곡은 작곡가이자 라흐마니노프의 친구였던 ‘미카일 슬로노프 (Mikhail Slonov, 1869-1930)’에게 헌정되었습니다.
<하이네의 독일어 원작시 Du bist wie eine Blume>
Du bist wie eine Blume
[So hold und schoen und rein;]
Ich schau’ dich an, und Wehmut
Schleicht mir ins Herz hinein.
Mir ist, als ob ich die Haende
Aufs Haupt dir legen sollt’,
[betend], dass [Gott dich] erhalte
[So rein und schoen und hold.]
<플레셰에프가 러시아어로 번역한 Дитя! Как цветок, ты прекрасна의 가사>
Дитя, как цветок ты прекрасна,
Светла, и чиста, и мила.
Смотрю на тебя, и любуюсь,
И снова душа ожила...
Охотно б тебе на головку
Я руки свои возложил;
Прося чтобы Бог тебя вечно
Прекрасной и чистой хранил.
너는 한송이 꽃처럼
귀엽고 아름답고 순수하구나.
내가 너를 바라보고 있으면, 우수가
나의 가슴 속으로 스며들어온다.
나는, 너의 머리에 내 두 손을 얹고,
기도를 해야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항상 너가 귀엽고 아름다우며
순수하게 남아있기를.
하이네의 시 ‘너는 한송이 꽃처럼’은 작곡가들에게 가사로 많은 사랑을 받은 시입니다. ‘로베르트 슈만 (Robert Schumann, 1810-1856)’가 가곡집 ‘미르테의 꽃 작품번호 25 (Myrthen, Op.25)’의 24번째 곡 ‘그대는 한송이 꽃처럼’의 가사로 이 시를 썼으며, 미국의 작곡가 ‘채드윅 (George Whitefield Chadwick, 1854-1931)’의 ‘3개의 작은 노래 작품번호 11 (3 little Songs, Op.11)’의 세번째 곡 역시 이 시를 가사로 썼습니다. 1885년까지 39번 정도만 가사로 사용된 ‘로렐라이’와 비교가 될 만큼 많이 가곡으로 작곡된 이 시가 가사로 작곡된 횟수만 해도 무려 222번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슈만의 ‘그대는 한송이 꽃처럼’이 연인에게 보내는 듯한 해석으로 밝고 잔잔하면서도 아름다운 분위기를 풍기는 가곡이라면, 슈만과는 또다른 느낌으로 아이에게 보내는 메시지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긴장감이 함께 느껴지는 라흐마니노프의 가곡 ‘아이야! 너는 꽃처럼 아름답구나!’는 하이네의 ‘노래의 책’ 속의 시를 자신만의 음악적 해석으로 풀어나간 러시아 후기 낭만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의 노련함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