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로 잘 알려져 있는 이 동화는 ‘신데렐라’ 동화와 비슷하게 우리에게 알려진 동화입니다. 신데렐라의 첫 기록이 담겨져 있는 이탈리아 시인 ‘잠바티스타 바실레 (Giambattista Basile, 1566-1632)’가 1632년부터 2년간 유럽 각국의 설화를 모아 엮은 동화집 ‘펜타메로네 (Il Pentamerone, 1634)’에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역시 ‘해와 달, 그리고 탈리아 (Sole, Luna, e Talia)’란 제목으로 처음으로 기록되었습니다. 바실레는 ‘지중해의 셰익스피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소설, 시집, 희곡 등 다양한 방면의 글들을 남겼습니다. 나폴리 베수비오 화산 폭발 후 전염병이 돌았을 때, 화산 폭발의 위험에서는 벗어났으나 전염병의 위험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사망한 바실레의 대표작인 ‘이야기 중의 이야기, 어린이들을 위한 여흥 (Lo Cunto de li cunti overo lo trattenemiento de peccerille)’는 바실레가 사망한 후에 여동생이 출간하였으며, 이 동화책은 후에 ‘펜타메로네’란 이름으로 재출판되며 널리 사랑받게 되었습니다.
‘펜타 (Penta)’는 고대 그리스어로 5, ‘메로네 (Merone)’는 하루, 날을 의미하고 있으며, ‘펜타메로네’는 ‘5일’, ‘5일의 이야기’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펜타메로네에는 50개의 동화를 수록하고 있으며 5일간 10명의 이야기꾼들이 돌아가며 동화를 ‘여흥’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잠자는 숲 속의 미녀’의 전신인 ‘해와 달, 그리고 탈리아’는 5일째 날의 5번째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1697년, 프랑스의 동화 작가 ‘샤를 페로 (Charles Perrault, 1628-1703)’는 바실레의 ‘해와 달, 그리고 탈리아’를 자신만의 색으로 각색하여 ‘잠자는 숲 속의 미녀 (La Bella au Bois dormant)’란 이름으로 발표합니다. 이 동화는 ‘교훈이 담긴 옛날 이야기 또는 콩트 (Histoures ou Contes du Temps passe)’란 이름으로 발표된 샤를 페로의 동화집에 실렸습니다. 이 동화집은 원제보다 부제인 ‘어미 거위 이야기 (Les Contes de ma Mere l’Oye)’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샤를 페로의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100여년이 지나 발표된 그림 형제의 ‘잠자는 숲 속의 미녀’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동화 작가로 유명한 독일의 언어학자 ‘야코프 그림 (Jacob Grimm, 1785-1863)’과 ‘빌헬름 그림 (Wilhelm Grimm, 1786-1859)’ 형제는 1812년 ‘그림 형제에 의하여 수집된 아이들과 가정의 민화 (Kinder- und Hausmaerchen, Grimms Elfenmaerchen)’를 출간하였습니다. 그림 형제 역시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독일어로 번역 및 새롭게 각색하여 그림 동화에 수록하였는데, 그림 형제의 동화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독일 북부의 구전 내용과 샤를 페로의 동화를 접목시켜 전혀 다른 결론을 낸 것이 특징입니다.
공주가 탄생한 것을 축하하는 파티에 모든 이가 초대받았으나 나쁜 마녀 한명만이 초대받지 못합니다. 이에 앙심을 품은 나쁜 마녀는 아름다움과 건강 등을 선물하는 마법사들의 축복의 주문이 이어지는 순간 나타나 성인이 되는 날에 물레에 손을 찔러 죽음을 당할 것이라는 저주만을 남기고 사라집니다. 아직 마법을 쓰지 않았던 마지막 마법사가 죽음의 저주는 풀 수 없지만 죽음 대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가 공주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의 키스를 받고 깨어날 것이라는 주문을 외우게 됩니다. 왕국에서 모든 물레를 없애버리라고 명령을 내리는 왕과 왕비, 그러나 시간이 흘러 성인식을 앞두고 있던 공주는 성의 구석진 한 방에서 발견한 물레에 찔려 깊은 잠에 빠지게 됩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 용맹한 왕자는 긴 모험 끝에 잠들어 있는 공주를 발견하고 키스로 잠에서 깨어나게 합니다. 왕자와 공주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위와 같은 우리가 알고 있는 줄거리와 달리 원본인 바실레와 샤를 페로의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조금 더 잔혹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바실레의 ‘해와 달, 그리고 탈리아’에서는 공주를 발견한 다른 나라의 왕이 잠든 공주를 강간하고, 잠든 와중 임신한 공주는 쌍둥이를 낳습니다. 배고픔에 자신의 손을 빨던 아기 때문에 박힌 가시가 빠지며 공주는 잠에서 깨게 되고, 다른 나라의 왕이 돌아와 그녀를 데려갈 것을 약속합니다. 하지만 왕에게는 이미 왕비가 있었고, 왕비의 계략에 죽음에 처할 뻔 한 공주와 쌍둥이 아이들은 왕의 도움으로 위험에서 벗어납니다. 결국 왕비는 사형을 당하고 공주는 왕비의 자리에 올라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샤를 페로의 ‘잠자는 숲 속의 미녀’에서는 공주를 잠에서 깨운 왕자의 어머니, 즉 공주의 시어머니가 식인을 하는 사람으로 등장합니다. 두 아이를 낳은 공주와 왕자를 맘에 들어하지 않았던 왕비는 공주와 두 아이를 잡아먹으려 음모를 꾸미다 발각되어 왕비는 처형을 당하게 됩니다.
그림 형제는 공주가 잠에서 깬 이후의 이야기를 과감하게 잘라내어 버리고, 왕자와 공주가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론으로 끝을 냅니다.
‘차이코프스키 (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의 발레 ‘잠자는 숲 속의 미녀 (Sleeping Beauty, Op.66)’는 샤를 페로의 동화를 토대로 작곡된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림 형제의 동화와 동일하게 끝을 맺고 있습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 극장의 극장장이었던 ‘이반 프세볼로즈슈키 (Ivan Alexandrovich Vsevolozhsky, 1835-1909)’가 러시아 발레의 부흥을 위하여 차이코프스키에게 발레 음악을 의뢰하여 구상되어진 작품입니다. 프세볼로즈슈키가 각본을 쓴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1890년에야 무대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3막 5장으로 이뤄진 발레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특히 1막에 등장하는 왈츠가 매우 유명한데, 이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왈츠 (Waltz from Sleeping Beuaty)’는 호두까기 인형 속 ‘꽃의 왈츠’와 함께 널리 연주되고 있습니다.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현재 발레 ‘백조의 호수 (Swan Lake, Op.20)’, ‘호두까기 인형 (Nutcracker, Op.71)’과 함께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후에 러시아 작곡가 ‘스트라빈스키 (Igor Stravinsky, 1882-1971)’가 여성과 남성 무용수가 함께 추는 ‘파 드 되 (Pas de deux)’의 이름을 딴 챔버 오케스트라를 위한 4개 악장의 ‘파랑새, 파 드 되 (Bluebird Pas de Deux, 1941)’로 편곡하여 발표하였습니다. 디즈니의 장편 애니메이션 ‘잠자는 숲 속의 공주 (1959)’ 역시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잠자는 숲 속의 미녀’의 줄거리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