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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냥의 클래식 칼럼/리뷰 [책 속의 클래식]

리뷰 2020년 1월호 - 가곡의 교과서 독일 시인 하이네의 '노래의 책', 잊혀진 작곡가 알베르트 푹스의 6개의 노래 속 일제 공주

by zoiworld 2020.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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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대문호 하인리히 하이네 (Heinrich Heine, 1797~1856)노래의 책 (Buch der Lieder) 속의 시들을 토대로 작곡된 많은 작품들 중 열두번째로 다뤄볼 작품은 잊혀진 작곡가 알베르트 푹스 (Leonhard Johann Heinrich Albert Fuchs, 1858-1910)6개의 노래 (6 Lieder) 일제 공주 (Die Ilse)입니다.

 

알베르트 푹스는 스위스 출신의 독일 작곡가입니다. 비올라, 플루트 작품들로 유명한 독일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칼 라이네케 (Carl Reinecke, 1824-1910)의 제자였던 알베르트 푹스는 1889년부터 약 10년간 독일 카이저 슈타트 (Kaiserstadt)에서 콘서바토리를 세우고 음악 교육자로도 활약하였습니다. 독일 오르가니스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막스 레거 (Johann Baptist Joseph Maximilian Reger, 1873-1916)의 스승이었던 알베르트 푹스는 막스 레거의 재능을 일찍 발견하고 자신이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던 하우스 콘서트에서 막스 레거에게 쳄발로 연주를 맡기곤 하였습니다. 특히 이 하우스 콘서트에서는 희귀한 원전 악기들이나 사라질 뻔 한 올드 악기들을 연구하여 연주를 하는 등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하였으며, 현재도 알베르트 푹스는 고전 악기가 사라지지 않고 보존될 수 있도록 한 데 공헌을 한 인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독일에서 잊혀질 뻔한 역사적인 악기들을 보존하고 그 연주법을 연구한 것에 대한 노고를 인정받아 1908년 교수 직함을 받았으며, 드레스덴에는 알베르트 푹스의 이름을 딴 푹스슈트라세 (Fuchsstrasse)란 도로명이 있습니다.

 

알베르트 푹스는 현악 사중주 작품번호 40 (Stringquartet Op.40), 바이올린 소나타 작품번호 36 (Sonates for Violin & Piano Op.36), 첼로 소나타 작품번호 27 (Sonata for Cello & Piano, Op.27), 첼로 협주곡 작품번호 25 (Cello Concerto Op.25) 등의 기악 작품을 비롯하여, 사랑의 길 작품번호 31 (Weg der Liebe, Op.31), ‘발퀴리 작품번호 15 (Wallkueren, Op.15), ‘겨울밤 작품번호 23 (Winternacht, Op.23), ‘붉은 입에서의 키스 작품번호 21 (Ein Kuss von rothem Munde, Op.21), ‘오늘과 내일 작품번호 34 (Heute und morge, Op.34)’ 등 100곡이 넘는 독일 가곡을 작곡하였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작곡가 알베르트 푹스에 대한 연구는 독일에서조차 심도있게 이뤄지지 않아, 그의 작품 번호들조차 정렬된 목록이 제대로 존재하지 않으며, 악보조차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알베르트 푹스의 작품 중에는 작품 번호가 존재하지 않거나 어떤 음악인지 알 수 조차 없는 곡들도 존재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알베르트 푹스의 메조 소프라노와 피아노 반주를 위한 6개의 노래 (Sechs Lieder fuer Mezzo-Sopran mit Pianofortebegleitung)입니다. 1879년에 출판된 것으로 알려진 이 작품의 작품 번호는 알려져 있지 않으며 6개의 가곡 중 5개가 하이네의 시를 가사로 하고 있습니다.

알베르트 푹스의 6개의 노래 2반짝이는 여름날 아침에 (Am Leuchtenden Sommermorgen), 3그리고 꽃들이, 작은 꽃들이 안다면 (Und wuesstens die Blumen, die kleinen), 4어느 공주의 꿈을 꾸었어 (Mir traeumte von einem Koenigskind), 그리고 6일제 공주 (Die Ilse), 이렇게 4개의 가곡이 하이네의 노래의 책 속의 시에 작곡을 한 곡들입니다.

알베르트 푹스가 2반짝이는 여름날 아침에 (서정적 간주곡 중 45번째 시), 3그리고 꽃들이, 작은 꽃들이 안다면 (서정적 간주곡 중 22번째 시), 그리고 4어느 공주의 꿈을 꾸었어 (서정적 간주곡 중 41)과 달리 노래의 책 중 두번째 연작인 서정적 간주곡 (Lyrisches Intermezzo)이 아닌 네번째 연작 하르츠 여행에서 (Aus der Harzreise)에 수록된 시를 가사로 쓴 가곡이 바로 6개의 노래 중 마지막 곡인 일제 공주입니다.

 

 

Die Ilse (일제 공주)

Ich bin die Prinzessin Ilse,

Und wohne im Ilsenstein;

Komm mit nach meinem Schlosse,

Wir wollen selig sein.

 

나는 일제 공주야.

일제 바위에서 살지.

나의 성으로 같이 가자.

당신과 행복을 나누고 싶어.

 

Dein Hauot will ich benetzen

Mit meiner klaren Well,

Du sollst deine Schmerzen vergessen,

Du sorgenkranker Gesell!

 

나의 맑은 물결로

당신의 머리를 적셔줄게.

걱정으로 병든 친구여.

고통을 잊도록 해보자!

 

In meinen weissen Armen,

An meiner weissen Brust,

Da sollst du liegen und traeumen

Von alter Maerchenlust.

 

내 하얀 두 팔에 안겨,

나의 하얀 가슴에 기대어.

그렇게 누워 옛 동화 속의

즐거운 세상을 꿈꾸어 보렴..

 

Ich will dich kuessen und herzen,

Wie ich geherzt und gekuesst

Den lieben Kaiser Heinrich,

Der nun gestorben ist.

 

난 입맞춤을 하며 널 안을거야.

내가 입맞춤하고 껴안았듯,

사랑하는 하인리히 황제를..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그를..

 

Es bleiben tot die Toten,

Und nur der Lebendige lebt;

Und ich bin schoen und bleuhend,

Mein lachendes Herze bebt.

 

죽은 이는 다시 살아나지 않지,

살아있는 자만이 살아 있는 것.

난 아름답게 피어오르고,

나의 가슴은 활짝 웃고 있어.

 

Komm in mein Schloss herunter,

In mein kristallenes Schloss.

Dort tanzen Fraeulein und Ritter,

Es jubelt der Knappentross.

 

나의 성으로 내려와.

수정으로 만든 나의 성으로..

거기에는 아가씨들과 기사들이 춤을 추고

시동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지.

 

Es rauschen die seidenen Schleppen,

Es klirren die Eisensporn.

Die Zwerge trrompteten und Pauken,

Und fiedeln und blasen das Horn.

 

비단 옷자락이 바스락거리고,

박차들이 달그락거리지.

난쟁이들이 트럼펫을 불고 북을 치고 있어.

그리고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뿔피리를 불고 있지.

 

Doch dich soll mein Arm umschlingen.

Wie er Kaiser Heinrich umschlang;

Ich hielt ihm zu die Ohren.

Wenn die Trompet erklang.

하지만 난 당신을 품에 안고 있을거야.

하인리히 황제를 껴안았듯이..

난 그의 귀를 꽉 막았었어..

트럼펫 소리가 울려퍼질 때..

 

 

 일제 공주일제 (Ilse)는 독일의 브로켄 (Brocken) 지방에 흐르는 강의 이름으로 일제 산 (Ilsenburg, 일젠부르크)일제 바위 (Ilsenstein, 일젠슈타인)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하이네는 1824, 하르츠 지방을 여행하며 영감을 받아 쓴 시를 모아 연작 하르츠 여행에서를 완성하였는데, 그 중 6번째 시인 이 일제 공주는 하이네가 일제 산을 오르며 이 지역과 일제 바위와 관련된 전설들을 토대로 쓴 시입니다. 하르츠 지방 인근에 머물렀던 하인리히 1, 4, 5세 등의 여러 왕들의 죽음을 지켜본 일제 바위를 공주로 의인화 시킨 이 시는 독일 작곡가 아우구스트 피셔 (August Fischer, 1828-1892), 베른하트 호퍼 (Bernhard Hopffer, 1840-1877) 등 수많은 작곡가들의 가곡의 가사로 쓰여졌습니다.

 

알베르트 푹스와 같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지 못한 수많은 작곡가들도 사랑하였던 가곡의 교과서, 하인리히 하이네의 노래의 책 일제 공주와 알베르트 푹스의 잊혀진 가곡 일제 공주, 언젠가 한국의 무대 위에도 다양한 작곡가들의 숨겨진 작품들이 많이 올려지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책 속에 스며든 클래식 40번째 글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