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스며든 클래식]
#54. 가곡의 교과서 독일 시인 하이네의 ‘노래의 책’ – 18.슈만의 '시인의 사랑' <1>
독일의 대문호 ‘하인리히 하이네 (Heinrich Heine, 1797~1856)’의 ‘노래의 책 (Buch der Lieder)’ 속의 시들을 토대로 작곡된 많은 작품들 중 열여덟번째로 다뤄볼 작품은 바로 독일의 위대한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던 ‘로베르트 슈만 (Robert Alexander Schumann, 1810-1856)’이 1840년에 작곡한 가곡집 ‘시인의 사랑 (Dichterliebe, Op.48)’입니다. ‘시인의 사랑’에 수록된 16개의 노래가 모두 하이네의 시집 ‘노래의 책’의 시를 가사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은 그 첫번째로 시인의 사랑이 쓰여지게 된 배경과 첫 다섯곡을 다뤄보려고 합니다.
슈만이 스승의 딸이었던 피아니스트 ‘클라라 비크 슈만 (Clara Josephine Schumann, 1819-1896)’과 오랜 연애를 끝으로 결혼을 하게 된 1840년은 슈만이 평생 작곡한 250여곡의 가곡의 절반이 작곡된 시기이기도 합니다. 슈만은 이 해에만 ‘미르텐 (Myrthen, 1840)’, ‘여자의 일생 (Frauenliebe und –leben, Op.42)’, ‘연가곡 (Liderskreis nach Heinrich Heine, Op.24)’ 등의 가곡집을 완성하여 발표하였는데, 특히 연가곡 작품번호 24번과 시인의 사랑이 모두 하이네의 노래의 책 속의 시를 가사로 사용하였던 점에서 문학을 사랑한 것으로 이미 널리 알려져있는 슈만이 하이네의 시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곡집에는 서사시처럼 이야기 시로 구성되어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가곡집이 종종 있지만, 슈만의 ‘시인의 사랑’은 그런 구성으로 되어있지 않고 각각 개별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가곡 모음집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특히 시인의 사랑 속 16개의 가곡은 모두 하이네의 ‘노래의 책’ 중 두번째 연작시 ‘서정적 간주곡 (Lurisches Intermezzo)’에 포함된 시들을 가사로 쓰고 있으며 젊은이의 슬픔을 그리고 있습니다.
1. 아름다운 5월에 (Im Wunderschoenen Monat Mai)
Im Wunderschoenen Monat Mai,
Als alle Konspen sprangen,
Da ist in meinem Herzen
Die Liebe aufgegangen
Im wunderschoenen Monat Mai,
Als alle Vegel sangen,
Da hab’ ich ihr gestanden
Mein sehnen un verlangen..
아름다운 5월에
모든 꽃봉오리들이 피어날 때에
내 가슴 속에서
사랑이 피어나기 시작하였네
너무나 아름다운 5월에
모든 새들이 노래할 때
나는 그녀에게 고백하였네
내 그리움과 열망을..
슈만의 ‘시인의 사랑’ 중 첫번째 곡인 ‘아름다운 5월에 (Im wunderschoenen Monat, Mai)’는 시인의 사랑 속 가곡들 중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사랑이 시작되는 것을 봄으로 그리던 오랜 문학적 표현 방법이 사용된 시입니다. 특히 하이네의 서정적 간주곡에서 사랑과 이별을 계절과 많이 연결시켰는데 이 아름다운 5월에는 슈만의 매우 아름답지만 슬픈 멜로디와 만나 ‘사랑에 빠져 고백을 하는 아름다운 5월의 젊은 청년’의 불안하지만 두근거리는 마음을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2. 나의 눈물에서 피어나는 (Aus meinen Traenen spriessen)
Aus meinem Traenen spriessen
Viel bluehende Blumen hervor
Und meine Seufzer warden
Ein Nachtigallenchor.
Und wenn du mich lieb hast, Kindchen,
Schenk’ ich dir die Bluemen all’,
Und vor deine Fenster soll klingen
Das Lied der Nachtigall
수없이 많은 꽃들이 나의 눈물에서
싹을 틔워 활짝 피어나고
그리고 내 한숨들은
나이팅게일들의 합창이 되리라.
그리고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나의 사랑아.
그 꽃들을 모두 당신께 바치리라.
그리고 당신의 창문 앞에서
나이팅게일의 노랫소리가 울려퍼질겁니다.
두번째 곡 ‘나의 눈물에서 피어나는 (Aus meinen Traenen spriessen)’은 서정적 간주곡의 두번째 시로 사랑에 애닳은 마음을 눈물에서 피어나는 꽃이라 표현하던 독일의 전통적인 문학적인 표현이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시입니다. 1분여의 짧은 가곡이지만 체념을 한 듯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이에게 간절함을 표현하는 마음이 잘 드러나는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3. 장미, 백합, 비둘기와 태양 (Die Rose, die Lilie, die Taube, die Sonne)
Die Rose, die Lilie, die Taube, die Sonne,
Die liebt’ ich einst alle in Liebeswonne.
Ich lieb’ sie nicht mehr, ich liebe alleine
Die kleine, die Feine, die Reine, die Eine;
Sie selber, aller Liebe Bronne,
Ist Rose und Lilie und Taube und Sonne.
장미, 백합, 비둘기와 태양,
나는 그 모든 것을 기쁨 속에 사랑했었지.
나는 이제 그것들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
작고 맑고 순수한 한 사람을 사랑할 뿐
그녀 자신이, 모든 사랑의 샘물인 그녀가,
장미와 백합과 비둘기와 태양이라네.
30여초의 매우 빠르고 짧은 곡인 시인의 사랑의 세번째 곡인 ‘장미, 백합, 비둘기와 태양 (Die Rose, die Lilie, die Taube, die Sonne)’는 ‘서정적 간주곡’의 세번째 시이며, 자신이 이전에 좋아하던 모든 것들을 잊어버릴 정도로 사랑하는 이에 대한 마음이 크다는 것을 과장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하이네의 의중을 슈만은 이를 성악가가 빠른 스타카토의 노래로 표현하도록 작곡하였습니다.
4. 당신의 눈을 보고 있으면 (Wenn ich in deine Augen seh’)
Wenn ich in deine Augen seh’,
So schwindet all’ mein Leid und Weh
Doch wenn ich Juesse deinen Mund,
So werd’ ich ganz und gar gesund.
Wenn ich mich lehn’ an deine Brust,
Kommt’s ueber mich wie Himmelslust;
Doch wenn du sprichst: ich liebe dich!
So muss ich weinen bitterlich.
당신의 눈을 보고 있으면,
내 모든 아픔과 고통이 사라진다네.
당신의 입술에 입맞춤을 하면,
나는 더할 나위 없이 완전하게 건강해진다오.
당신의 가슴에 내 몸을 기대면,
하늘의 기쁨이 내게 쏟아진다오.
그러나 당신이 ‘너를 사랑해’라고 내게 말한다면,
난 쓰라린 눈물을 흘려야만 할 것이오.
책 속에 스며든 클래식의 42번째 칼럼 ‘가곡의 교과서 독일 시인 하이네의 ‘노래의 책’ 13. 글라주노프의 5개의 로망스’에서도 다룬 적 있는 이 시는 서정적 간주곡의 4번째 시로 하이네 특유의 반전인 영원히 행복할 것 같던 연인에게서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에 구슬프게 울 수 밖에 없다는 이별을 예상하는 듯한 반전이 잘 드러난 작품입니다. 공허한 멜로디를 자랑하는 글라주노프의 가곡과 달리 슈만은 이 곡을 매우 밝고 간결하게 작곡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시의 내용을 잘 모르면 그저 사랑의 노래로 착각을 할 수 있는 곡입니다.
5. Ich will meine Seele tauchen (내 영혼을 적시리라)
Ich will meine Seele tauchen
In den Kelch der Lilie hinein;
Die Lilie soll klingend hauchen
Ein Lied von der Liebsten mein.
Das Lied soll schauern und beben
Wie der Kuss von ihrem Mund,
Den sie mir einst gegeben
In wunderbar suesser Stund’.
내 영혼을 적시리라.
백합의 꽃받침 속으로
백합은 소리내어 속삭이리라
나의 사랑의 노래를
그 노래는 전율하고 떨려야 할 것이오.
마치 그녀 입술의 키스처럼
그녀가 내게 해준
너무나 달콤하였던 황홀하였던 때의.
시인의 사랑의 다섯번째 곡 ‘내 영혼을 적시리라 (Ich will meine Seele tauchen)’는 하이네의 시집 ‘노래의 책’ 속 두번째 연작시 ‘서정적 간주곡’의 7번째 시로 불안정한 영혼의 모습을 아름다운 피아노 반주와 함께 그리고 있는 가곡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슈만의 ‘시인의 사랑’ 그 두 번째 시간으로 보다 많은 슈만의 가곡집 ‘시인의 사랑’ 속에 스며든 하이네의 ‘노래의 책’ 속 시들을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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