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스며든 클래식]
#56. 가곡의 교과서 독일 시인 하이네의 ‘노래의 책’ – 20.슈만의 '시인의 사랑' <3>
독일의 대문호 ‘하인리히 하이네 (Heinrich Heine, 1797~1856)’의 ‘노래의 책 (Buch der Lieder)’ 속의 시들을 토대로 작곡된 많은 작품들 중 스무번째로 다뤄보려는 작품들은 독일의 위대한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던 ‘로베르트 슈만 (Robert Alexander Schumann, 1810-1856)’이 1840년에 작곡한 가곡집 ‘시인의 사랑 (Dichterliebe, Op.48)’의 세번째이자 마지막 시간으로 ‘시인의 사랑’에 수록된 노래의 책 속 시를 가사로 하고 있는 16개의 노래 중 13번 ‘나는 꿈 속에서 울고 있었네’부터 16번 ‘오래된 나쁜 노래들’까지 4곡입니다.
13. 꿈 속에서 나는 울었네 (Ich hab’ im Traum geweinet)
Ich hab’ im Traum geweinet,
Mir traeumte, du laengst im Grab.
Ich wachte auf, und die Traene
Floss noch vor der Wange herab.
Ich hab’ im Traum geweinet,
Mir traeumte, du waer’st mir noch gut.
Ich wachte auf, und noch immer
Stroemt meine Traenenflut.
꿈 속에서 나는 울었네
그대가 무덤에 묻혀있는 꿈이었지.
잠에서 깨어난 후에도 눈물이
여전히 내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렸어.
꿈 속에서 나는 울었네.
그대가 날 여전히 사랑하는 꿈이었지.
잠에서 깨어난 후에도 눈물을
쏟아지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네
슈만의 ‘시인의 사랑’ 중 열세번째 곡인 ‘꿈 속에서 나는 울었네 (Ich hab’ im Traum geweinet)’는 하이네의 노래의 책 중 두번째 연작시 ‘서정적 간주곡 (Lyrisches Intermezzo)’의 55번째 시를 가사로 쓰고 있는 가곡입니다. 이 곡은 마치 ‘레치타티보 (Recitativo)’처럼 피아노의 반주가 거의 없이 가사를 읊듯 부르는 노래입니다. 꿈 속에서 사랑하는 이를 만나고 그리워하는, 그러나 꿈에서 깨어났을 때의 공허함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14. 매일 밤 꿈에서 당신을 봐요 (Allnaechtlich im Traume seh’ ich dich)
Allnaechtlich im Traume seh’ ich dich
Und sehe dich freundlich gruessen,
Und laut aufweinend stuerz’ ich mich
Zu deinen suessen Fuessen.
Du siehst mich an wehmuetiglich
Und schuettelst das blonde Koepfchen;
Aus deinen Augen schleichen sich
Die Perlentraenentroepfchen.
Du sagst mir Heimlich ein leises Wort.
Und gibst mir den Strauss von Zypressen.
Ich wache auf, und der Strauss ist fort,
Und das Wort hab’ ich vergessen.
매일 밤 꿈에서 당신을 봐요.
당신은 내게 다정하게 인사를 하죠.
난 목 놓아 울며
사랑스러운 그대의 발 앞에 무너져내려요.
그대는 슬픔에 가득 찬 눈으로 날 바라보며
작은 금발 머리로 고개를 저으며
진주와 같은 눈물 방울방울들이
그대의 눈에서 흘러내려요.
그대는 내게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속삭이고
사이프러스 나무로 만든 꽃다발을 줘요.
잠에서 깨어나면, 꽃다발은 사라지고
그대가 한 말들도 기억나지 않죠
앞선 ‘꿈 속에서 나는 울었네’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한 슈만의 시인의 사랑 중 14번째 곡 ‘매일 밤 꿈에서 당신을 봐요 (Allnaechtlich im Traume seh’ icg dich)’는 서정적 간주곡의 56번째 시를 가사로 하고 있습니다. 슈만은 이 곡을 ‘꿈 속에서 나는 울었네’에 비하여 훨씬 밝은 분위기로 작곡하긴 하였지만, 이 곡 역시 차분함을 잃지 않는 잔잔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15. 오래된 동화에서의 손짓 (Aus alten Maerchen winkt es)
Aus alten Maerchen winkt es / Hervor mit weisser Hand,
Da singt es und da klingt es / Von einem Zzuberland;
Wo bunte Blumen bluehen / Im Gold’nen Abendlicht,
Und lieblich duftend gluehen, / Mit braeutlichem Gesicht
Und gruene Baeume singen / Uralte Melodei’n,
Die Luefte heimlich klingen, / Und Voegel schmettern drein;
Und Nebelbilder steigen / Wohl aus der Erd’ hervor,
Und tanzen luft’gen Reigen / Im wunderliichen Chor;
Und laute Quellen brechen / Aus wildem Marmorstein.
Und seltsam in den Baechen / Strahlt fort der Wilderschein.
Ach, koennt’ ich dorthin kommen, / Und dort mein Herz erfreu’n
Und aller Qual entnommen, / Und frei und selig sein!
Ach! Jenes Land der Wonne, / Da she’ ich oft im Traum,
Doch kommt die Morensonne, / Zerfliesst’s wie eitel Schaum.
오래된 동화에서 하얀 손이 내게 손짓하네.
거기서는 마법의 세계를 노래하는 소리가 들리네.
황금빛 저녁 노을 속에서 알록달록한 꽃들이 피어나고,
신부와 같은 얼굴로 다정한 향기를 피어내는 곳.
푸르른 나무들이 무척이나 오래된 멜로디를 노래하고
공기가 비밀스럽게 흔들리고 새들이 그 사이를 날개짓하네.
안개로 그린 그림이 땅에서부터 솟아나고
바람이 환상적인 합창단을 만들어내는 곳.
거친 대리석을 뚫고 솟아난 요란한 샘물과
거대한 바위 틈으로 가끔 흐르기 시작하는 작은 냇물들이 있는 곳.
아, 그 곳에 갈 수 있다면, 그 곳에서 내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찰 것이고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으리!
아! 환희의 나라를, 꿈에서만 자주 만날 수 있구나.
하지만 아침이 밝아오면, 허무한 거품처럼 사라져버리네
하이네의 노래의 책 중 ‘서정적 간주곡’의 43번째 시를 가사로 삼은 이 ‘오랜 동화에서의 손짓 (Aus alten Maerchen winkt es)’은 희망에 가득 찬 꿈을 그린 가사 내용처럼 매우 밝고 긍정적인 힘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마법의 세계’는 하이네가 ‘동화’로 표현하고 있는 행복했던 시절, 순수했던 추억에 대한 환상으로 자주 쓰던 단어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지막은 조금은 쓸쓸하게 끝나고 있지만 꿈 속의 희망을 그리며 앞선 두 곡의 불안감보다는 조금 더 희망적인 곡이라 할 수 있으며 슈만도 하이네의 의도를 이 곡에 잘 그리고 있습니다.
16. 오래된 나쁜 노래들 (Die alten, boesen Lieder)
Die alten, boesen Lieder, / Die Traeume schlimm und arg,
Die last uns jetzt begraben, / Holt einen grossen Sarg.
Himeim leg’ ich gar manches, / Doch sag’ ich noch nicht was,
Der Sarg muss sein noch grosser, / Wie’s Heidelberger Fass.
Und holt eine Totenbahre, / Von bretterm fest und dich;
Auch muss sie sein noch laenger, / Als wie zu Mainz die Brueck.
Und holt mir zuch zwoelf Riesen, / Die muessen noch staerker sen.
Als wie der heil’ge Christoph / Im Dom zu Koeln am Rhein.
Die sollen den Sarg forttragen, / Und senken ins Meer hinab,
Denn solchem grossen Sarge / Gebuehrt ein grosses Grab.
Wisst ihr, warum der Sarg wohl / So gross und schwer mag sein?
Ich legt’ auch meine Liebe / Und meinen Schmerz hinein.
오래된 나쁜 노래들과 무섭고 불쾌한 꿈들
이제 우리 모두 벗어버리자. 커다란 관을 하나 가져오렴.
난 관 속에 많은 것을 집어넣겠지만, 그게 어떤 것인지는 아직 말하지 않으리.
관은 하이델베르크의 맥주통보다 더 커야 할 것이야.
그리고 상여를 가져오렴. 두껍고 견고한 나무판자로 이뤄진 것으로
상여도 마인츠의 다리보다 훨씬 더 길어야 해.
그리고 열두명의 거인을 데려와. 그들은 훨씬 더 힘이 세야해.
라인 강변 쾰른 대성당의 성 크리스토프보다도.
거인들은 관을 운반하여 바다에 던져버려야 해.
거대한 관은 거대한 무덤에 묻혀야 하니.
너희는 알고 있느냐 왜 그 관이 그토록 무겁고 커야 하는지?
나는 내 사랑과 내 아픔을 함께 넣을 것이기 때문이야.
슈만의 16곡으로 이뤄진 가곡집 ‘시인의 사랑’의 마지막 곡인 ‘오래된 나쁜 노래들 (Die alten, boesen Lieder)’는 하이네의 ‘노래의 책’ 중 65개의 시로 이뤄진 연작시 ‘서정적 간주곡’의 마지막 65번째 시를 가사로 하고 있습니다. 아픔과 슬픔으로 가득 차있던 사랑을 버리고 새로 시작하고자 하는 ‘시인’의 의지가 강하게 나타나는 시의 구절처럼 슈만의 가곡 역시 매우 힘차고 강한 멜로디의 흐름으로 작곡되어 강렬한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하이네의 ‘노래의 책’ 중 두번째 연작시 ‘서정적 간주곡’의 시들로 가사를 꾸며 완성된 슈만의 가곡집 ‘시인의 사랑 (Dichterliebe, Op.48)’은 하이네의 시 속에 담겨진 시인의 속마음을 음악적으로 매우 정교하게 표현하고 있는 음악들로 채워져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슈만의 가곡집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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