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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냥의 클래식 칼럼/리뷰 [책 속의 클래식]

리뷰 2021년 7월호 - 화가 최용건의 진동리일기 '조금은 가난해도 좋다면', 생상스 바이올린 협주곡 3번 중 2악장

by zoiworld 2022.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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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스며든 클래식]

#58. 화가 최용건의 진동리일기 '조금은 가난해도 좋다면', 생상스 바이올린 협주곡 3번 중 2악장

 

서울에서 태어나 강원도에서 자연과 어우러진 어린 시절을 보내며 남다른 감수성을 길러왔던 최용건 화백은 고등학생이 되자 다시 서울로 돌아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1988년부터 약 10년간 강원대학교를 출강하는 등 화가로서의 탄탄대로를 걸어온 화가입니다. 그는 1986년 동덕 미술관에서의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1991년 일본 동경도 화랑에서의 아시아 현대 미술제 참여, 1993년 서울 경인미술관 개인전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무역전시회관, 춘천 인제, 강릉, 동해 등 현재까지도 꾸준하게 개인전과 아트페어, 국제전을 위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성공괘도를 달리던 최용건 화백은 1996년 여름,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작은 산골 마을인 진동리에 하늘밭화실을 열어 민박과 경작을 하며 자연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1999년 첫 저서 <흙에서 일구어 낸 작은 행복>을 시작하여 2002<내린천 화가 최용건의 하하하’>, 2004<화가 최용건의 Ladakh 일기 ‘Ladakh, 그리운 시절에 살다’> 등의 책을 출간하며 최용건 화백이 느끼는 자연과 삶에 대한 고찰을 자신의 그림 작품들과 함께 많은 이들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최용건 화백이 2001년 출간한 에세이집 <화가 최용건의 진동리 일기 조금은 가난해도 좋다면’>소모적으로 흘러가는 도시에서 벗어나 조금은 가난하지만 그래서 더욱 온전한, 떠나 사는 즐거움을 그린 수묵화가 최용건의 산문집. 대량소비사회의 그늘을 박차고 나와 작고 소박하지만 땀흘리며 자신의 세계를 건설해가는 한 인간의 일상이 따스하고 검박하면서도 격조있게 드러나고 있다. 란 소개의 글처럼 진동리에서 민박과 양봉, 그리고 작게 경작도 하며 사는 최용건 화백이 자신이 그린 그림 작품들과 함께 담백한 글들로 써간 사계절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인 책입니다. 이 책은 출간 당시 많은 화제를 불러모으며 진동리의 하늘밭화실에서 하루를 보내며 자연의 정취를 느끼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 한동한 조용하던 백두대간 속 작은 진동리 마을이 북적거리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하였습니다.

 

최용건 화백의 에세이집 <화가 최용건의 진동리 일기 조금은 가난해도 좋다면’>에는 2군데에서 클래식 작품이 등장합니다. 처음으로 등장하는 장면은 바로 최용건 화백이 도시에서의 생활을 할 때는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바흐와 헨델의 관현악곡을 많이 들었다면, 인적이 드문 진동리에서 생활을 하면서는 가곡, 특히 김안서 작시, 김성태 작곡의 가곡 동심초를 자주 듣게 되었다는 언급을 하는 부분에서입니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조금 더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조금은 가난해도 좋다면에서 클래식 작품이 가장 인상적으로 등장하는 장면은 바로 목차에서부터 눈에 확 들어오는 생상을 들으며 잠자는 오리들입니다.

농한기에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던 최화백은 밤하늘의 별과 달빛을 바라보다 이렇게 별들이 아름다운 이유는 아마 오리와 닭들이 횃대 위에 올라앉아 한창 고운 꿈을 꾸고 있어서 그럴 것이란 상상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오리와 닭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곰곰이 궁리를 하던 최화백은 창문을 열어 골짜기가 울려 퍼지도록 크게 생상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의 2악장을 틀어 이 밤과 잘 어울리는 우아하고 감미로운 음악을 함께 감상합니다.

 

샤를 카미유 생상스 (Charles-Camille Saint-Saens, 1835-1921)’2세에 피아노를 시작하고 4세에 이미 피아노를 위한 작은 단편을 작곡한 프랑스의 천재 작곡가이자 지휘자였습니다. 생상스는 51세에 자신의 대표작인 동물의 사육제를 완성하였으며 교향곡 1-3, 교향곡 로마5개의 교향곡, ‘죽음의 무도’, ‘파에톤등의 교향시, 4개의 피아노 협주곡, 2개의 첼로 협주곡, 2개의 바이올린 소나타와 2개의 첼로 소나타,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 ‘헨리 8’, 발레 수다스러운 여자등 현재까지도 많이 사랑받는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생상스는 3개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하였는데, 그 중 바이올린 협주곡 3번 나단조 작품번호 61 (Violin Concerto No.3 in b minor, Op.61)’은 생상스가 45세가 되던 1880년에 쓴 자신의 마지막 바이올린 협주곡이었습니다. 생상스는 이 협주곡을 스페인 출신의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 파블로 데 사라사테 (Pablo de Sarasate, 1844-1908)’에게 헌정하였으며 사라사테는 이 곡을 18811월 파리에서 초연하였습니다. 생상스는 사라사테를 매우 아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1859년 자신의 첫 바이올린 협주곡을 당시 15세의 어린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사라사테에게 헌정하였으며 현재까지 가장 사랑받는 바이올린 비르투오조 작품이기도 한 1863년 작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Introduction et Rondo Capriccioso in a minor, Op.28)’ 역시 사라사테에게 헌정되어 사라사테의 독주와 생상스의 지휘로 초연 무대에 올려졌습니다.

 

생상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은 1악장 알레그로 논 트로포 (Allegro non troppo)’, 2악장 안단티노 크바지 알레그레토 (Andantino Quasi Allegretto)’, 3악장 몰토 모데라토 에 마에스토소알레그로 논 트로포 (Molto Moderato e Maestoso-Allegro non troppo)’, 이렇게 3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중 2악장은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바이올린 선율이 인상적인 서정적인 곡이며, 마치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곤돌라를 들으며 듣는 뱃노래가 연상되는 매우 매혹적인 분위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모르긴 해도 지금쯤 오리와 닭들은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운 생상스의 바이올린 선율에 취해 꿈 속에서나마 날개를 활짝 펴고 평소에 그리던 방태산 하늘을 훨훨 날고 있을 것이다..”라는 최용건 화백의 표현처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최용건 화백의 깊은 심성을 그려주고 있는 생상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의 아름다운 2악장의 선율과 함께 오늘은 한가하게 밤하늘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