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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냥의 클래식 칼럼/리뷰 [책 속의 클래식]

리뷰 2021년 9월호 - 가곡의 교과서 독일 시인 하이네의 '노래의 책', 안톤 루빈슈타인과 3개의 가곡

by zoiworld 2022.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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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스며든 클래식]

#60. 가곡의 교과서 독일 시인 하이네의 ‘노래의 책’ – 21.안톤 루빈스타인과 3개의 가곡

 

독일의 대문호 하인리히 하이네 (Heinrich Heine, 1797~1856)’노래의 책 (Buch der Lieder)’ 속의 시들을 토대로 작곡된 많은 작품들 중 21번째 다뤄보려는 가곡들은 러시아의 위대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안톤 루빈스타인 (Anton Grigoryevich Rubinstein, 1829-1894)’가 남긴 3개의 가곡입니다.

 

폴란드계 유대인이었던 아버지와 독일계 유대인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에 당시 러시아 음악계의 주류를 이루고 있던 국민악파와 다른 길인 독일 낭만파 음악을 승계하는 길을 걸어갔던 안톤 루빈스타인은 동생인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였던 니콜라이 루빈스타인 (Nikolai Grigoryevich Rubinstein, 1835-1881)과 함께 작곡가로서의 입지보다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로 더 명성을 펼쳤던 인물입니다. 어머니에게 처음 피아노를 배웠던 루빈스타인 형제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알렉산드르 빌로잉 (Alexander Ivanivitch Villoing, 1808-1878)의 제자가 되어 3년간의 연주 여행을 떠나며 유명세를 유럽 전역에 펼치게 되었습니다.

1844년부터 2년간 독일 베를린에서 작곡 등을 수학한 안톤 루빈스타인과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은 각각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에 음악학교를 세웠으며 이 두 음악학교가 바로 지금까지도 세계적인 음악원으로 손꼽히며 수많은 음악인을 배출한 바로 페테르부르크 음악원과 모스크바 음악원입니다. 안톤 루빈스타인은 1862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 (St. Petersburg Conservatory)을 세웠으며, 이 음악원에서 수학한 러시아의 위대한 작곡가 차이코프스키 (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는 안톤 루빈스타인의 동생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이 1866년에 세운 모스크바 음악원 (Moscow Conservatory)의 교수로 임명되었습니다.

 

러시아의 음악사에 중요한 큰 획을 그은 안톤 루빈스타인은 독일에서의 유학을 마치고 혼자 2년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작곡과 피아노를 수학한 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돌아왔으며, 첫 오페라 드미트리 돈스코이 (Dmitry Donskoy)를 비롯하여 오페라 어리석은왕 폼카 (Fomka durachok, 1853), 악마 (Demon, 1875), 마카베르 (Die Maccabaeer/The Maccabees, 1875), 6곡의 교향곡, 오라토리오 바벨탑 (Der Turm zu Babel, 1870) 등을 남겼습니다. 루빈슈타인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현재까지도 많이 연주되는 작품은 바로 그가 1852년에 작곡한 피아노를 위한 2개의 멜로디 (2 Melodies, Op. 3)이며 그 중 1번 바장조는 오케스트라나 하프, 또는 바이올린과 피아노, 첼로와 피아노 등 다양한 버전으로 편곡되어서 많이 연주되고 있습니다.

 

안톤 루빈스타인은 괴테나 하이네와 같은 독일 대문호의 시를 가사로 사용한 가곡을 많이 작곡했습니다. 루빈스타인이 1856년 세상에 선보인 하이네의 6개의 노래 작품번호 32 (6 Lieder von Heine, Op.32)6개의 곡 모두 하이네의 시를 가사로 하고 있으며 그 중 5번째 곡인 너는 한송이 꽃처럼 (Du bist wie eine Blume)가 바로 노래의 책에 수록된 곡입니다.

책 속에 스며든 클래식 43번째 글에서도 등장한 이 시는 라흐마니노프 뿐만 아니라 안톤 브루크너 (Anton Bruckner, 1861년 작곡), 리스트 (Franz Liszt, 1844년 작곡), 슈만 (Robert Schumann, 1840년 작곡) 200번이 넘는 가곡의 가사로 쓰였던 시이며 노래의 책 중 3번째 연작인 귀향 (Die Heimkehr)47번째로 수록된 시입니다.

 

너는 한송이 꽃처럼 (Du bist wie eine Blume)

Du bist wie eine Blume

[So hold und schoen und rein;]

Ich schau’ dich an, und Wehmut

Schleicht mir ins Herz hinein.

 

Mir ist, als ob ich die Haende

Aufs Haupt dir legen sollt’,

[betend], dass [Gott dich] erhalte

[So rein und schoen und hold.]

 

너는 한송이 꽃처럼
귀엽고 아름답고 순수하구나.
내가 너를 바라보고 있으면, 우수가
나의 가슴 속으로 스며들어온다.
 
나는, 너의 머리에 내 두 손을 얹고,
기도를 해야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항상 너가 귀엽고 아름다우며

순수하게 남아있기를.

 

안톤 루빈슈타인은 1861에두아르드 뫼리케 (Eduard Moerike), 아우구스트 코피쉬 (August Kopisch), 프리드리히 폰 잘렛 (Friedrich von Sallet) 등의 독일 시인들의 시를 가사로 한 6개의 노래 작품번호 62 (6 Lieder for Voice and Piano, Op.62)를 작곡하였습니다. 그 중 3번째 곡인 가문비나무 (Ein Fichtenbaum)이 하이네의 노래의 책 2번째 연작 서정적 간주곡 (Lyrische Intermezzo)33번째 시를 가사로 하고 있는 곡입니다.

 

가문비나무 (Ein Fichtenbaum)

Ein [Fichtenbaum] steht einsam

Im Norden auf kahler Hoeh;

Ihn schlaefert; mit wesser Decke

Umhuellen ihn Eis und Schnee.

 

Er traeumt von einer Palme,

Die fern im Morgenland,

Einsam und [schweigend] trauert

Auf brennender Felsenwand.

 

북방의 황량한 언덕 위에

가문비나무 한그루 외롭게 서있네.

얼음과 눈의 하얀 이불을 덮고

꾸벅꾸벅 졸고 있네.

 

가문비나무가 꿈꾸는 것은 야자수라네.

멀고 먼 동쪽의 어느 나라에서

뜨거운 암벽에 외롭게 서서

말없이 슬픔에 잠긴 야자수였네.

 

그리그 (Eduard Grieg)파니 멘델스존 (Fanny Mendelssohn-Hensel, 1838년 작곡)과 같은 작곡가들도 가사로 쓰기도 한 이 시는 하이네의 시들 중에 가장 많이 낭독되는 시로 기록되기도 하였습니다.

 

안톤 루빈스타인은 3개의 가곡을 하이네의 노래의 책에 수록된 시를 가사로 썼는데, 그 중 세번째가 바로 성악 듀엣을 위한 6개의 노래 작품번호 67 (6 Lieder for 2 Voices with Piano, Op.67)의 마지막 곡인 노래 (Lied)입니다.

이 곡은 하이네의 노래의 책 2번째 연작 서정적 간주곡10번째 시인 연꽃은 두렵기만 하여 (Die Lotosblume aenstigt)를 가사로 한 매우 정갈하면서도 성스러운 느낌이 풍겨오는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연꽃은 두렵기만 하여 (Die Lotosblume aengstigt)

Die Lotosblueme aengstigt

Sich vor der Sonne Pracht

Und mit gesenktem Hauote

Erwartet sie traeumend die Nacht.

 

Der Mond, [der] ist ihr Buhle

Er weckt sie mit seinem Licht,

Und ihm entschleiert sie freundlich

Ihr [frommes] Blumengesicht,

 

Sie blueht und glueht und leuchtet

Und starret stumm in die Hoeh;

Sie duftet und weinet und zittert

Vor Liebe und Liebesweh.

 

연꽃은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이

두렵기만 하여

고개를 숙이고 꿈을 꾸며

밤을 기다리기만 하네.

 

연꽃의 연인인 달이

달빛으로 연꽃을 깨우고

연꽃은 순수한 자신의 얼굴을

달에게 다정하게 보여주네.

 

연꽃은 환하게 피어나 반짝이며

말없이 하늘을 쳐다보네.

향을 내고 울면서 떠는 연꽃

사랑과 사랑의 고통 때문에.

 

태양 아래에서는 잘 살아남지 못하는 연꽃을 달을 사랑하고 달이 사라지면 고통받는 연인의 모습으로 그려 애닳은 사랑을 그리고 있는 이 아름다운 시는 슈만 (Robert Schumann, 1840년 작곡), 찰스 아이브스 (Charles Edward Ives, 1899년 작곡)과 같은 음악가에 의해서도 가곡으로 작곡되었으며, 안톤 루빈스타인은 1864년 듀엣곡으로 작곡하여 슈만, 아이브스의 곡과는 또 다른 매력의 가곡으로 완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