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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냥의 클래식 칼럼/리뷰 [책 속의 클래식]

리뷰 2021년 11월호 - 가곡의 교과서 독일 시인 하이네의 '노래의 책',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2개의 가곡 '외로움', '나쁜 날씨'

by zoiworld 2022.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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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스며든 클래식]

#62. 가곡의 교과서 독일 시인 하이네의 ‘노래의 책’ – 22.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2개의 가곡 '외로움', '나쁜 날씨'

 

독일의 대문호 하인리히 하이네 (Heinrich Heine, 1797~1856)노래의 책 (Buch der Lieder) 속의 시들을 토대로 작곡된 많은 작품들 중 22번째 다뤄보려는 가곡들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3가지 가곡 모음집에 수록된 2개의 가곡 외로움나쁜 날씨입니다.

 

독일 후기 낭만 음악을 이끌어가는 가장 위대한 음악가라 손꼽히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Richard Strauss, 1864-1949)’신낭만주의 (Neo-Romanticism)’을 지향하는 지휘자이자 작곡가였습니다. 우리에게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오프닝을 장식한 곡이자 니체의 동명 소설을 주제로 하고 있는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Also sprach Zarathustra Op.30, 1896)’로 잘 알려져 있는 작곡가가 바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일 것입니다. 애처가로도 잘 알려져 있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이 곡 외에도 자신의 부인이자 세계적인 소프라노였던 파울리네 드 아나 (Pauline Maria de Ahna, 1863-1950)’을 만나게 된 자신의 첫 오페라 군트람 (Guntram Op.25, 1892)’, 오페라 살로메 (Salome Op.54, 1905)’, ‘엘렉트라 (Electra Op.58, 1898)’, ‘장미의 기사 (Der Rosenkavalier Op.59, 1911)’, ‘낙소스의 아리아드네 (Ariadne auf Naxos Op.75, 1912-1916)’ 등 미완성 작품까지 20개의 오페라를 작곡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슈트라우스는 4개의 교향곡과 함께 교향시 돈 후앙 (Don Juan, 1888)’, ‘맥베스 (Macbeth, 1890)’, ‘영웅의 생애 (Ein Heldenleben, 1898)’,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등을 작곡하며 교향시의 완성을 이룩해내었다는 평을 받는 위대한 작곡가이기도 합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또한 헤르만 길름 (Hermann von Gilm, 1812-1864)’, ‘아돌프 프리드리히 폰 샤크 백작 (Adolf Friedrich von Schark, 1815-1894)’, ‘펠릭스 단 (Felix Dahn, 1834-1912)’, ‘오토 율리우스 비어바움 (Otto Julius Bierbaum, 1865-1910)’, ‘칼 부세 (Carl Busse, 1872-1918)’, ‘리하르트 데멜 (Richard Dehmel, 1863-1920)’, ‘프리드리히 뤼케르트 (Friedrich Rueckert, 1788-1866)’ 등 독일의 시인들의 시나 시집을 가사로 하는 가곡집을 약 20개 정도 작곡하였을 정도로 독일 가곡에 대한 열정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시인들의 시집과 슈트라우스의 가곡도 책 속에 스며든 클래식에서 점차 다뤄볼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리겠습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하인리히 하이네의 시들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였던 것도 알려져 있는데, 하이네의 시가 들어있는 가곡집만 4개를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중 오늘 소개해드릴 하이네의 노래의 책에 수록된 시를 가사로 하고 있는 가곡은 ‘2개의 노래 (Zwei Lieder, Op.51)’ ‘5개의 작은 노래 (5 kleine Lieder, Op.69)’에 각각 수록되어 있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음악적 특징이 잘 드러나있는 노래 2곡입니다.

 

첫번째 곡은 바로 1901년에 초연이 올려진 ‘2개의 노래 작품번호 51’ 2번째 곡인 외로움 (Der Einsame)’입니다. 독일의 시인이자 변호사였던 루드비히 울란트 (Johann Ludwig Uhland, 1787-1862)’의 시를 가사로 하고 있는 첫번째 곡 계곡 (Das Tal)’과 함께 묶여 출판된 이 외로움은 하이네의 노래의 책 중 2번째 연작시 서정적 간주곡 (Lyrisches Intermezzo)’63번째 시를 가사로 하고 있으며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고 어둠과 정적 속에서 외로움과 그리움을 느끼는 사람의 쓰라린 마음을 아름다운 선율로 그린 가곡으로 중간에 바이올린의 선율이 떠나간 사랑의 아름다운 추억을 연상되게 만들어줍니다. 베이스 음역대에서 그 침울함과 허탈함이 극대화되기에 베이스들이 많이 애정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Der Einsame (외로움)

Wo ich bin, mich rings umdunkelt

Finsternss so dumpf und dicht,

Seit mir ncht mehr leuchtend funkelt,

Liebste, deiner Augen licht.

 

Mir erloeschen ist der suessen

Liebessterne golden Pracht,

Abgrund gaehnt zu meinen Fuessen.

Nimm mich auf, uralte Nacht.

 

나 어디에 있든 침울하고 갑갑하기 그지없는

어둠이 나를 감싸네.

더 이상 나를 밝히지 않은 후로는

나의 사랑, 반짝이는 너의 눈빛이

 

달콤한 사랑의 별이 밝혀주던

금빛의 찬란함이 나를 떠났고,

내 발 아래에 심연이 펼쳐지는구나.

나를 받아주오, 오래된 밤이여.

 

두번째 곡은 1918년에 작곡되고 초연이 올려진 ‘5개의 작은 노래들 작품번호 69’ 5번째 곡인 나쁜 날씨 (Schlechtes Wetter)’입니다.

독일의 소설가이자 시인 아힘 폰 아르님 (Carl Joachim Friedrich Ludwig ‘Achim’ von Arnim, 1781-1831)’의 시를 가사로 하고 있는 1(Der Stern)’, 2트로피 (Der Pokal)’, 3단조로움 (Einerlei)’와 함께 묶여서 발표된 숲으로의 여행 (Waldesfahrt)’나쁜 날씨는 모두 하이네의 노래의 책 중 연작시 서정적 간주곡에 수록된 곡입니다. 특히 예술 후원가인 예니 마우트너 (Eugenie Jenny Mautner, 1856-1938)’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그의 가족들이 비엔나에 머물 때 집을 편히 사용할 수 있게 제공해줬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헌정한 곡이자 서정적 간주곡의 54번째 시를 가사로 하고 있는 숲으로의 여행과의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며 기괴한 느낌까지 주며 시작되는 곡인 나쁜 날씨는 노래의 책 중 3번째 연작시인 귀향 (Die Heimkehr)’29번째 시를 가사로 하고 있습니다. 기묘한 음의 진행으로 나쁜 날씨를 표현하며 시작되는 곡이지만 희망적인 가사와 유머러스한 포인트들이 매우 인상적인 곡이 바로 가곡 나쁜 날씨입니다.

 

나쁜 날씨 (Schlechtes Wetter)

Das ist ein schlechtes Wetter,

Es regnet und stuermt und schneit;

Ich sitze am Fenster und schaue

Hinaus in die Dunkelheit.

 

Da schimmert ein einsames Lichtchen,

Das wandelt langsam fort;

Ein Muetterchen mit dem Laternchen

Wankt ueber die Strasse dort.

 

Ich glaube, Mehl und Eier

Und Butter kaufte sie ein;

Sie will einen Kuchen backen

Fuer’s grosse Toechterlein.

 

Die liegt zu Hause im Lehnstuhl

Und blinzelt schlaefrig ins Licht;

Die goldenen Locken wallen

Ueber das suesse Gesicht.

 

매우 나쁜 날씨구나.

비가 내리고 폭풍이 치고 눈이 내린다.

나는 창가에 앉아 쳐다본다.

바깥의 어둠을.

 

저기에 외롭게 밝혀진 불빛 하나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작은 엄마가 작은 등불을 들고

그 곳의 길을 건너간다.

 

아마 밀가루와 달걀

그리고 버터를 사서 가는 것 같다.

케이크를 구워

그녀의 큰 딸을 먹이려는 것이겠지.

 

딸은 집의 팔걸이 의자에 기대어

불빛을 보며 졸린 눈을 깜빡인다.

흘러내린 금빛 머리카락이

귀여운 얼굴 위로 넘실거린다.

 

위의 곡들과 가곡집 외에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6개의 노래 작품번호 56 (6 Lieder Op.56)’, ‘4개의 노래 작품번호 76 (4 Lieder Op.76)’에서도 하이네의 시집 노래의 책에 수록된 시를 가사로 하고 있는 노래들을 작곡하였습니다. 함께 찾아보며 들어본다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표현하고 있는 하이네의 시들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