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쏘냥의 클래식 칼럼/리뷰 [책 속의 클래식]

리뷰 2021년 12월호 -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 차이코프스키의 환상 서곡 '햄릿'

by zoiworld 2022. 10. 13.
728x90

[책 속에 스며든 클래식]

#63.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 - 차이코프스키의 환상 서곡 '햄릿'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란 대사로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의 원제는 덴마크 왕자 햄릿의 비극 (The Tragicall Histories of Hamlet, Prince of Denmark)이며, 셰익스피어의 희곡 중 가장 긴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국의 국민시인이자 에이번의 시인으로 불렸던 윌리엄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 1564-1616)은 자신의 고국인 영국을 넘어 모든 영미권 문학을 대표하는 최고의 극작가이자 시인입니다. 초기 희곡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하여 한여름 밤의 꿈, 베니스의 상인, 말괄량이 길들이기, 십이야, 뜻대로 하세요, 이 다섯 작품으로 구성된 5대 희극과 오늘의 주인공인 햄릿오셀로, 리어왕, 맥베스로 구성된 4대 비극은 연극 무대에 올려지는 것은 물론 화가들의 소재, 오페라, 가곡, 발레 등 다양한 형태의 클래식 작품들의 소재가 되며 현재까지도 많은 예술가들의 영감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가 1599년부터 1601년 사이에 쓴 것으로 알려져 있는 비극 햄릿12세기 덴마크 왕가를 배경으로 자신의 아버지인 햄릿 왕을 죽이고 후계자로 왕위에 오르고 자신의 어머니인 거트루드와 결혼한 삼촌 클라우디우스에게 복수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520장의 비극으로 1602년에 초연이 이뤄진 후에 출판이 되었습니다.

가장 유명한 대사이자 31장에 등장하는 독백인 사느냐 죽느냐 (To be not to be)는 현대 영어에서 가장 널리 알려지고 인용된 대사가 되었으며, 셰익스피어는 이 대사를 통하여 햄릿이 삶의 불공평함과 고통, 죽음과 복수에 대한 고뇌에 빠진 복합적인 인물임을 표현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독일의 대문호인 괴테 (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를 비롯하여 영국의 시인이자 비평가 새뮤얼 콜리지 (Samuel Taylor Coleridge, 1772-1834), 독일의 시인이자 낭만주의 연극의 선구자로 불리는 프리드리히 슐레겔 (Karl Wilhelm Friedrich von Schlegel, 1772-1829), 러시아의 소설가 이반 투르게네프 (Ivan Sergeevich Turgenev, 1818-1883)와 같은 위대한 작가들이 햄릿의 성격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내렸으며 현재까지도 다양한 모습으로 재해석되어 무대에 올려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현재 재상인 폴로니우스의 아들인 레어티스는 프랑스에 나가있으며 그의 여동생인 오필리어는 햄릿과 사랑에 빠진 사이입니다. 햄릿은 망령이 된 아버지를 통하여 삼촌 클라우디우스에게 독살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유령이 진짜 자신의 아버지인지 그가 이야기 하는 것이 진실인지를 밝히기 위하여 떠돌이 극단이 왕국에 도착하자 자신의 아버지와 삼촌에 대한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리라고 명합니다. 극 중에서 독살 당하는 왕의 모습을 보고 화가 나 자리를 뜨는 삼촌의 모습을 보고 이것이 사실임을 알게 되고 복수를 결심합니다.

거트루드 왕비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햄릿을 자신의 방으로 부르고, 햄릿은 방에서 클로디우스가 기도하는 것을 보고 복수를 하려다 기도하는 때에 하는 것은 아니란 생각에 마음을 거둡니다. 거트루드 왕비의 방에 도착한 햄릿은 왕비와 말다툼을 하는 도중 인기척을 느껴 칼로 찌르고, 클라우디우스의 명령으로 몰래 엿듣고 있던 폴로니우스는 햄릿의 칼에 죽고맙니다.

폴로니우스는 영국으로 추방하며 그를 죽이라는 밀서 역시 보내게 됩니다. 오필리어는 아버지의 죽음과 그 살인자가 햄릿이란 사실에 미쳐버리고 결국 물에 빠져 죽습니다.

레어티스는 프랑스에서 돌아와 아버지와 동생의 비극에 격분하고 클라우디우스는 이 모든 것이 햄릿 때문이라 레어티스를 설득하여 복수의 기회를 주겠다고 설득시킵니다. 오필리어의 장례를 보기 위하여 돌아온 햄릿에게 결투신청을 한 레어티스의 손에는 클라우디우스의 계략으로 독이 묻은 칼이 쥐어졌으며, 클라우디우스가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독을 넣어둔 포도주를 햄릿 대신 마신 거트루드 왕비는 숨을 거두게 됩니다.

결투가 진행되던 중 독이 묻은 칼이 햄릿의 손에 들리게 되고 레어티스에게 상처를 입혔으나 자신도 치명상을 입은 햄릿은 레어티스와 극적인 화해를 하고 클라우디우스를 죽여 복수를 하게 됩니다.

 

괴테는 자신의 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에서 햄릿을 고귀하고 연약한 귀공자로 묘사하였으며, 투르게네프는 산문 햄릿과 돈키호테를 인간 본성의 양 끝에 서 있는 인물로 비교하며 햄릿을 북부인의 영혼이며, 반성과 분석의 영혼이며, 고통스럽고 음울하며 조화와 밝은 색채를 상실한 영혼이며 우아하고 때로는 섬세하기조차 한 외형을 한 결코 완만하지 않은 영혼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는 햄릿을 마마보이라고도 표현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대표하는 인물로 보기도 합니다.

 

오페라 미뇽을 작곡하기도 한 프랑스 작곡가 앙브루아즈 토마 (Anbroise Thomas, 1811-1896)1868년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토대로 5막의 오페라 햄릿을 완성하였습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1888년에 러시아의 작곡가 차이코프스키는 오케스트라를 위한 환상 서곡을 햄릿의 주제로 완성하여 발표하였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가장 많이 올려지는 발레인 호두까기 인형을 비롯하여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등으로 잘 알려진 차이코프스키 (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는 셰익스피어 작품들에도 푹 빠져있어 1873년 심포니 환상곡 템페스트 (The Tempest, Symphonic Fantasia after Shakespeare, Op.18)와 같은 작품을 작곡하기도 하였습니다.

 

연주회용 서곡이자 유이무삼한 환상 서곡 (Fantasy Overture) 두 작품을 세상에 남긴 차이코프스키는 같은 표제 음악이자 소나타 형식을 기초로 하고 있으나 미세하게 다른 교향시와 구분을 하기 위하여 환상 서곡이란 이름을 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차이코프스키가 남긴 두 개의 환상 서곡은 모두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1870년 초연되고 1881년 수정본을 다시 발표한 환상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 (Fantasy Overture <Romeo & Juliet>, TH.42, Cw.39)와 함께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햄릿 (Gamlet)을 소재로 한 환상 서곡 <햄릿> (Overture-Fantasy <Hamlet>, Op.67, TH.53)은 햄릿의 감정의 흐름을 따라 3개의 파트로 나눠 그려낸 작품입니다.

햄릿의 등장과 망령과의 만남, 폴로니우스와 오필리어, 망령이 나타난 후의 햄릿과 그의 죽음으로 구성된 환상 서곡 <햄릿>은 노르웨이의 작곡가 그리그 (Edvard Hagerup Grieg, 1843-1907)에게 헌정되었으며 이 곡은 러시아 안무가 보리스 에이프만 (Boris Eifman, 1946-)2005년에자신의 발레단과 함께 선보인 발레 안나 카레니나 (Anna Karenina)의 음악으로도 사용되었습니다.

 

차이코프스키는 1891년 프랑스의 배우였던 뤼시엥 기트리 (Lucien Guitry, 1860-1925)의 권유로 환상서곡 <햄릿>을 극음악으로 편곡하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에서 기트리의 페어웰 공연 때 처음 선보였습니다. 극음악으로 편곡된 <햄릿> 16개의 곡으로 구성되어 각각의 곡들이 환상 서곡의 축약형일 뿐만 아니라 새롭게 작곡된 곡들도 포함되었습니다.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끼쳤으며 지금도 가장 중요한 희곡 중 하나로 그려지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과 햄릿의 심리의 흐름을 환상 서곡이라는 오케스트라 음악의 형태로 그려낸 차이코프스키의 환상 서곡 <햄릿>을 함께 감상해본다면 명작의 깊이를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