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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냥의 클래식 칼럼/리뷰 [책 속의 클래식]

리뷰 2022년 1월호 - 브로케스의 종교시 모음집. 헨델 9개의 독일 아리아

by zoiworld 2022.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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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스며든 클래식]

#64. 브로케스의 종교시 모음집 - 헨델 9개의 독일 아리아

 

독일에서 태어나 27세에 영국 런던에 정착하여 41세에 영국으로 귀화한 바로크 시대 작곡가 헨델 (Georg Friedrich Handel, 1685-1759)로날도, 46곡의 오페라 작품과 메시아를 비롯한 23곡의 오라토리오, 다양한 기악 작품들을 남기며 영국인들의 사랑을 받은 작곡가입니다. 음악의 어머니란 별명으로도 잘 알려진 헨델은 수많은 교회 음악들과 성가곡을 남겼으나 거의 대부분의 작품들을 영어나 이탈리아, 라틴어 가사를 사용하였으며, 모국어인 독어를 가사로 하고 있는 작품은 거의 작곡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헨델이 독어로 작곡한 작품 중 전곡을 독어로 작곡한 단 2곡의 작품이 한 작가의 작품들을 토대로 만들어졌는데요. 바로 독일의 작가 하인리히 브로케스의 작품들입니다.

 

하인리히 브로케스 (Barthold Heinrich Brockes, 1680-1747)는 함부르크의 부유한 상인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며, 1700년부터 1702년까지 2년간 독일의 할레 (Halle)에서 법과 철학을 공부하였습니다. 할레는 헨델의 고향이기도 한데, 브로케스는 이 곳에서 헨델과 친분을 쌓게 되었습니다.

1702년부터 1704년까지 2년간 프랑스와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을 여행하고 다시 함부르크로 돌아온 브로케스는 그러나 자신보다 5세 연하인 작곡가 헨델과 꾸준히 인연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1709년 어머니의 사망으로 큰 심경의 변화를 겪게 된 브로케스는 글을 쓰는데 전념을 하게 되었으며, 1712년 자신의 첫 작품인 브로케스 수난곡 <세상의 죄를 위하여 고난 받고 죽으신 예수> (Passions-Oratorium <Der fuer die Suende der Welt gemarterte und sterbende Jesus>)를 발표하며 유명세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다양한 바로크 작곡가들의 사랑을 받으며 수난곡이나 오라토리오의 가사로 쓰였는데요. 1716년부터 1767년까지 40편의 수난곡을 작곡하였던 필립 텔레만 (Georf Philipp Telemann, 1681-1767)의 현재까지도 전해져오는 절반 정도의 오라토리오 중 가장 잘 알려진 수난 오라토리오가 바로 브로케스의 수난곡 <세상의 죄를 위하여 고난 받고 죽으신 예수>를 가사로 사용한 수난곡입니다. 또한 1712년 브로케스의 수난곡이 발표되자마자 작곡에 들어가 곡을 완성한 카이저 (Reinhard Keiser, 1674-1739)의 작품이 현재까지도 연주되고 있으며, 1718요한 마테손 (Johann Mattheson, 1681-1764)1725고트프리드 스퇼첼 (Gottfried Heinrich toerzel, 1690-1749)와 같은 작곡가들이 브로케스의 수난곡을 토대로 작곡을 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브로케스가 함부르크로 돌아간 후에도 그와의 우정을 이어가던 헨델은 영국에서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던 1719년에 브로케스가 첫번째로 쓴 수난곡을 대본으로 하여 브로케스 수난곡 작품번호 48 (Brockes-Passeion, HWV.48)을 작곡하였으며, 이 곡은 텔레만의 수난 오라토리오와 함께 후대의 작곡가들에게까지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 곡들은 바흐가 직접 필사하였을 정도로 음악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었으며, 바흐는 자신의 대표 수난곡인 요한 수난곡2부에서 브로케스의 수난곡에 등장하는 시를 가사로 쓰고 있습니다.

 

자신의 첫 작품으로 큰 명성을 얻게 된 브로케스는 1715, 함부르크에서 언어학회를 설립하여 다양한 언어와 문학 작품들을 연구하고 번역하였습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1721년 브로케스는 자연과 창조에 대한 경의를 서술한 종교시 모음집 주 안에서의 기쁨, 의식과 윤리 (Irdisches Vergnuegen in Gott, bestehend in Physicaliisch- und Moralischen Gedichten)을 출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1748년까지 9권의 시집으로 발표된 이 종교시 모음집은 도합 5500페이지를 자랑하는 방대한 양의 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재는 약 550페이지 정도의 시로 구성되어 출간이 된 이 종교시 모음집은 오페라 작곡에 몰두하고 있던 헨델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측됩니다. 1724년 영국에서 부와 명예 속에서 살아가며 세속적인 음악들에 몰두하였던 삶을 살던 헨델은 브로케스의 종교시 모음집을 통하여 우주와 자연의 질서를 성립하고 세상을 아름답고 조화롭게 만든 신을 찬미하는 작품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곡이 바로 9개의 독일 아리아 (9 Deutsche Arien, HWV.202-210)인데요. 2년간 작곡에 몰두한 헨델은 브로케스의 종교시 모음집의 첫 9편의 시에 곡을 붙여 이 아리아를 완성하였는데, 이 곡은 소프라노와 바이올린이나 오보에 또는 플루트, 그리고 콘티누오를 위하여 작곡되었으며 오브리가토 부분을 장식하고 있는 바이올린이나 오보에 또는 플루트의 파트가 소프라노 성부의 비중이 거의 동일하게 작곡되었다는 희소성에서도 매우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1.     미래에 대한 쓸데 없는 걱정 (Kuenftger Zeiten Eitler Kummer, HWV.202)

2.     넘실거리는 파도의 흔들리는 불빛 (Das zitternde Glanzen der spielenden Wellen, HWV.203)

3.     향기로운 꽃송이들 (Suesser Blumen Ambraflocken, HWV.204)

4.     달콤한 고요함, 부드러운 샘물 (Suesse Stille, sanfter Quelle, HWV.205)

5.     노래하라 영혼아, 주를 찬양하여라 (Singe, Seele, Gott zum Preise, HWV.206)

6.     나의 영혼은 꿰뚫어 보며 듣나이다 (Meine Seele hoert im Sehen, HWV. 207)

7.     어두운 무덤에서 나온 너희들 (Die Ihr aus Dunkeln Gruenften, HWV.208)

8.     빛과 어둠이 뒤섞인 쾌적한 수풀에서 (In der angenehmen Buschen, HWV.209)

9.     불타는 듯한 장미, 대지를 수놓네! (Flammende Rose, Zierde der Erden, HWV.210)

 

비교적 단순한 구성으로 작곡된 이 9개의 독일 아리아는 그 선율의 아름다움이 매우 인상적이며 잔잔한 곡은 자연과 그 자연을 만들어 낸 신의 완벽을 찬송하고, 격정적인 곡조에서는 이러한 신의 축복을 잊고 세속적인 것에만 매달리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지적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는데요. 이는 헨델 자신에 대한 자조적인 부분이 섞여있는 것으로도 보여집니다.

 

9개의 아리아는 각각이 매우 아름다운 작품이라 많이 연주되고 있지만 그 중 1번째 곡인 미래에 대한 쓸데 없는 걱정5번째 곡인 노래하라 영혼아, 주를 찬양하여라, 그리고 마지막 곡인 불타는 듯한 장미, 대지를 수놓네!는 브로케스의 시와 찰떡 같은 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1.    미래에 대한 쓸데 없는 걱정

Kuenfiger Zeiten eitler Kummer

Stoert nicht unsern sanften Schlummer;

Ehrgeiz hat uns nie besiegt.

Mit dem unbesorgten Leben,

Das der Schoepfer uns gegeben,

Sind wir ruhig und vergnuegt.

 

미래에 대한 쓸데 없는 걱정이

우리의 고요한 잠을 방해하지 못할 것이니

허영이 우리를 이긴 적은 없다네.

창조주께서 우리에게 주신

근심 걱정 없는 삶으로

우리는 안정되고 충만되어 있다네.

 

5. 노래하라 영혼아, 주를 찬양하여라

Singe, Seele, Gott zum Preise,

Der auf solche weise Weise

Alle Welt so herrlich schmueckt.

Der uns durchs Gehoer erquickt,

Der uns durchs Gesicht entzueckt,

Wenn er Baeum und Feld bebluehmet,

Sei gepreiset, sei geruehmet!

노래하라 영혼아, 주를 찬양하여라.

그의 지혜로운 지혜를 통하여

모든 만물이 이처럼 찬란하게 장식되었다.

우리에게 아름다운 노래를 듣게하시고

우리에게 황홀한 광경을 보여주시고

들과 나무에 꽃이 피게 하시는도다.

찬양하여라, 찬미하여라!

 

9.    불타는 듯한 장미, 대지를 수놓네!

Falmmende Rose, Zierde der Erden,

Glaenzender Gaerten bezaubernde Pracht!

Augen, die deine Vortrefflichkeit sehen,

Muessen vor Anmut erstaunet, gestehen,

Dass dich ein goettlicher Finger gemacht.

불타는 듯한 장미, 대지를 수놓았네,

반짝이는 화원의 매혹적인 모습!

뛰어난 너의 자태를 눈으로 바라보면

아름다움에 놀라며 고백할 수 밖에,

주님의 손이 너를 창조하였음을 고백하게 되도다.

 

 

브로케스와 헨델의 심경의 변화와 자신을 되돌아보며 신앙심을 표현하는 작품이자 오랜 우정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인 브로케스의 종교시 모음집 주 안에서의 기쁨, 의식과 윤리와 헨델의 9개의 독일 아리아는 호소력 깊은 선율을 통하여 더욱 극적으로 표현되고 있는 아름다운 작품들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