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스며든 클래식]
#65.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유일한 단행본 시집 '서동시집'
독일 ‘작센 바이마르 아이제나흐 대공국 (Grossherzogtum Sachsen-Weimar-Eisenach, 1815-1918)’의 재상을 역임하기도 하였던 독일의 철학자이자 과학자, 그리고 독일 고전 문학을 대표하는 대문호 ‘요한 볼프공 폰 괴테 (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는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 시대’,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 ‘파우스트’ 등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입니다. 괴테는 소설 뿐만 아니라 ‘프로메테우스’, ‘마법사의 제자’, ‘마왕’과 같은 서사시와 희극 ‘슈텔라’, ‘클라비고’, 그리고 ‘색채론’과 같은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우리에게 남겼습니다.
방대한 연구와 창작 활동을 평생동안 쉬지 않고 해냈던 괴테는 의외로 단 한 권의 단행본 형태의 시집을 남겼는데요. 바로 괴테의 후기 작품 중 하나인 ‘서동시집 (West-Oestlicher Divan)’입니다.
‘West-Oestlicher Diwan’이라고 표기하기도 하는 이 시집은 괴테가 65세였던 1814년에 집필을 시작하여 5년 후인 1819년에 완성한 시집으로 196편의 시가 수록되어 처음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13년 후인 1827년에 43편의 시가 추가되어 총 239편의 시로 개정되어 ‘신 디반 (Neuer Divan)’으로 재출간된 서동 시집은 괴테가 페르시아를 대표하는 시인 ‘하피즈’의 시집을 보고 영감을 받아 구상을 시작하였습니다.
‘하페즈’라고도 불리는 페르시아의 서정 시인 ‘하피즈 (Khawje Shams-od-Din Mohammad Hafez-e Shirazi, 1315?-1390?)’는 페르시아의 4대 시인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서정 시인입니다. ‘디반 (Divan/Diwan)’은 페르시아어로 ‘책’을 뜻하며 하피즈의 시집인 ‘하페즈의 시집 (The Divan of Hafez)’는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이란에서는 하피즈의 시집은 꾸란과 함께 집집마다 꼭 소장하고 있는 책으로 알려질 만큼 위대한 시인의 위대한 시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쉽게도 한글로 번역되어 출간되지는 않았지만 하피즈의 시집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외교관이자 동양학자였던 ‘요제프 폰 하머푸르그스탈 (Joseph von Hammer-Purgstall, 1774-1856)’이 1812년부터 1813년까지 독어로 번역하여 발간되었으며, 이 시집을 읽고 감명받은 괴테가 ‘서동시집’을 집필하게 되었고, 우리는 괴테의 시들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하피즈 시의 영향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괴테가 서동시집을 쓰기 시작한 1814년은 그가 자신의 고향인 프랑크푸르트에 갔을 때 만나게 된 아름다운 ‘마리안네’를 만났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마리안네 폰 빌레마 (Marianne von Willemer, 1784-1860)’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소프라노이자, 배우였으며 괴테의 후원자이자 부유한 은행장이었던 ‘요한 야콥 빌레머 (Johann Jakob Willemer, 1760-1838)’의 세번째 부인입니다. 그녀가 아직 요한 빌레머의 약혼녀였던 시절 35살 연상이었던 괴테와 만나게 되었고 괴테와 마리안네는 우정 이상의 마음을 편지로 주고받았습니다. 이 편지들은 하피스의 시로 암호처럼 대화를 하거나 직접 지은 시로 채워져 있었으며, 서동시집 속 상당수의 시들은 이 서신의 일부를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마리안네가 쓴 편지 속 3편의 시도 서동시집에 수록되었습니다.
12개의 ‘서 (書)’로 이뤄진 서동시집 중 제8서 ‘줄라이카의 서 (Suleika Nameh-Buch Suleika)’는 노시인 ‘하템 (Hatem)’과 페르시아의 아름다운 여인 ‘줄라이카 (Sileika)’의 대화 시로 구성되어 괴테와 마리안네가 남녀간의 사랑을 넘어 정신적인 교감으로 완성되는 예술적인 승화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12개의 서는 3개의 서를 하나의 묶음으로 4개의 파트로 나눌 수 있는데요, 괴테가 인간과 신이 직접 교류하던 에덴을 그리는 ‘순수한 근원의 동방’의 풍경을 노래하는 시로 채워진 제1서 ‘가수/가인(歌人)의 서 (Moganni Nameh-Buch des Saenger)’와 자신이 영혼의 쌍둥이로 묘사한 하피스를 그리는 제2서 ‘하피스의 서 (Hafis Nameh-Buch Hafis)’,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그린 제3서 ‘사랑의 서 (Uschk Nameh-Buch der Liebe)’를 첫 번째로 묶어볼 수 있습니다. 괴테가 지금껏 쌓아 온 지혜와 다양한 시인들의 성찰과 시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제4서 ‘성찰의 서 (Tefkir Nameh-Buch der Betrachtungen)’와 제6서 ‘지혜의 서 (Hikmet Nameh-Buch der Sprueche)’, 그리고 풍자를 주로 한 제5서 ‘불만의 서 (Rendsch Nameh-Buch des Unmuths)’는 그 두 번째입니다.
세 번째는 제8서인 ‘줄라이카의 서’ 외에도 당시 전세계를 혼란에 빠트린 나폴레옹을 정복자 ‘티무르 (Temur, 1336-1405)’에게 대입시킨 제7서 ‘티무르의 서 (Timur Nameh-Buch des Timur)’와 술 따르는 청년과 노시인의 노래를 그린 제9서 ‘주막시동의 서 (Saki Nameh-Das Schenkenbuch)’로 구성되었습니다.
마지막 세 ‘서’들은 종교적인 내용과 죽음, 그리고 삶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제10서 ‘비유의 서 (Mathal Nameh-Buch der Parabeln)’, 제11서 ‘배화교도의 서 (Parsi Nameh-Buch des Parsen)’, 그리고 제 12서 ‘낙원의 서 (Chuld Nameh-Buch des Paradieses)’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마지막 서인 ‘낙원의 서’가 끝나고 나서 괴테는 ‘보다 나은 이해 (Besseren Verstaendnis)’라는 챕터를 통하여 독자들에게 ‘서동시집’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괴테의 ‘서동시집’은 수많은 음악가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중동 출신의 청년 음악가들로 구성되어 분쟁과 전쟁의 해결과 평화를 위한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 (West Eastern Divan Orchestra)’입니다. 이 오케스트라의 창립자이자 세계적인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과 함께 공연 투어를 지속하고 있는 이 오케스트라는 괴테가 서동시집을 쓰며 지향하였던 생각을 받들어 동서양을 넘어 인류의 화합과 평화를 추구하기 위하여 오케스트라의 이름 역시 서동시집으로 지었습니다.
슈베르트, 슈만, 멘델스존, 브람스, 휴고 볼프 등 수많은 작곡가들 역시 서동시집 속 시를 바탕으로 아름다운 가곡들을 작곡하였는데요. 다음 호부터는 하인리히 하이네의 ‘노래의 책’과는 또 다른 매력이 가득한 서동시집 속 가곡들을 각 ‘서’별로 만나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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