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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영화 감독인 ‘라스 폰 트리에 (Lars von Tirer, 1956-)’는 님포메니악, 안티크라이스트,살인마 잭의 집과 같은 논란이 끊이지 않는 ‘문제적 작품’들을 연출하는 것으로 그 명성이 높은데요. 2011년에 개봉한 그의 영화 ‘멜랑콜리아 (Melancholia)’ 역시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어두운 매니악한 염세주의 철학이 잘 깃들여 있는 영화입니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스파이더맨, 작은 아씨들과 같은 영화로 아역 때부터 우리에게 큰 인상을 남긴 영화 배우 ‘커스틴 던스트 (Kirsten Caroline Dunst, 1982-)’가 주인공인 ‘저스틴’을 맡고, 프랑스의 영화배우이자 가수 ‘샤를로트 갱스부르 (Charlotte Gainsbourg, 1971-)’가 또다른 주인공인 ‘클레어’를 맡은 영화 ‘멜랑콜리아’는 1부와 2부를 나눠 1부는 ‘저스틴’, 2부는 ‘클레어’란 부제로 진행되는 영화입니다. 영화에서는 저스틴과 클레어 외에도 클레어의 남편 역인 ‘존’ 역에는 드라마 <24>의 주인공으로 우리에게 낯이 익은 ‘키퍼 서덜랜드 (Kiefer Wlliam Frederick Dempsey Georg Rufus Sutherland, 1966-)’이 맡았으며, 저스틴의 새신랑 ‘마이클’ 역에는 스웨덴 배우로 영화 ‘레전드 오브 타잔’에서 타잔 역으로 깊은 인상을 준 ‘알렉산더 스카르스고르드 (Alexander Johan Hjalmar Skarsgard, 1976-)’이 열연을 펼쳤습니다.
저스틴과 마이클은 결혼식을 올리지만 원래도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던 저스틴은 이러한 상황을 견딜 수 없어 이상한 행동들을 자꾸 하며 식을 망치고 맙니다. 결혼식장에서 그녀를 떠나버린 마이클까지! 상태가 점점 심해지는 저스틴은 클레어 부부의 집에서 지내게 되고, 클레어는 저스틴을 극진하게 간호합니다.
한편 행성 ‘멜랑콜리아’가 지구에 가까이 오며 충돌의 위기에 봉착하게 됩니다. 점점 멜랑콜리아가 가까이 오면서 오히려 저스틴은 마음의 평정을 되찾아 가지만, 언니인 클레어는 점점 불안감에 사로잡혀 무너져 내리기 시작합니다. 과학자의 말을 맹신하던 존의 확신처럼 ‘멜랑콜리아’가 다행스럽게도 지구를 비껴가 멀어져가며 클레어는 잠시 안도감에 휩싸이지만 행성은 비웃기라도 하듯, 되돌아 와서 지구와 정면으로 충돌해버리고, 저스틴과 클레어를 비롯한 인류는 멸망해버립니다.
우울함과 무기력함을 뜻하는 단어인 ‘멜랑콜리아’를 행성으로 보여주며 등장 인물들뿐만 아니라 관객들마저 ‘우울’에 잠식하게 만드는 아름답고도 잔인한 디스토피아적 영화 ‘멜랑콜리아’의 시작은 매우 인상적인 클래식 음악과 함께 시작합니다. 8분정도의 시간 동안 매우 정적이지만 마치 예술 잡지나 CF, 뮤직비디오처럼 감각적인 영상과 함께 흘러나오는 곡은 바로 독일의 작곡가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전주곡입니다.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의 전성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독일의 작곡가이자 극작가 ‘바그너 (Wilhelm Richard Wagner, 1813-1883)’는 ‘악극 (Musik Drama)’라고 불리는 연극적인 요소가 매우 강한 오페라 대작들을 많이 작곡하였습니다. 극작가가 되고 싶어했던 그는 서사적인 요소가 매우 잘 짜여진 오페라 ‘탄호이저’, ‘로엔그린’, ‘니벨룽의 반지’ 등을 작곡하였습니다.
독일 중세 시인 ‘코트프리트 폰 슈트라스부르크 (Gottfried von Strassburg, ?-1220)’가 1210년에 쓴 소설 ‘트리스탄’을 토대로 리하르트 바그너가 직접 대본을 쓰고 작곡을 한 악극 ‘트리스탄과 이졸데 (Tristan und Isolde, WWV.90)’는 1857년 완성되어 1865년에 뮌헨에서 초연된 3막의 오페라입니다.
바그너는 당시 유부남이었으나, 재정적인 도움을 주던 많은 지인들 중 한명인 ‘오토 베젠동크 (Otto Friedrich Ludwig Wesendonck, 1815-1896)’의 부인인 ‘마틸데 (Mathilde Wesendonck, 1828-1902)’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결국 둘의 사랑은 이뤄지지 않았으나, 바그너는 자신의 마음을 고백할 때 마틸데에게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대본을 선물로 바쳤다고 합니다. 바그너는 자신을 주인공인 ‘트리스탄’, 마틸데는 ‘이졸데’, 그리고 오토를 ‘마르케 왕’으로 이입을 시켰던 것이죠.
콘월의 왕인 ‘마르케 왕’의 조카 트리스탄은 전쟁에서 적으로 마주친 이졸데의 약혼자를 죽이고 자신도 부상을 당하게 됩니다. 그는 신비한 의술로 유명한 이졸데를 찾아가 상처를 치유하려 하고, 이졸데는 상처 부위에서 약혼자의 칼 조각을 발견하고 복수를 다짐합니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사랑이 싹트게 됩니다.
시간이 흘러 원래 아일랜드의 왕녀였던 이졸데는 마르케 왕과 결혼을 하게 되고, 트리스탄은 그녀를 에스코트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결국 둘은 사랑의 묘약 등으로 사랑이 깊어지게 되어 밀회를 즐기다 마르케 왕에게 들키게 되고, 마르케 왕에게 중상을 입은 트리스탄은 결국 이졸데의 품 안에서 숨을 거둡니다. 결국 이졸데도 그 뒤를 따르게 되는 비극으로 끝이 나게 됩니다.
바그너의 악극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서곡이 없습니다. 분위기를 띄워주는 ‘전주곡’만이 매 악장앞에 존재합니다. 이 전주곡은 음악사 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곡인데요. 바로 전주고의 첫 화음은 ‘트리스탄 화음’이라고 불리는 해결이 없는 불협화음을 포함한 연속적인 반음계적 선율을 진행시켜 ‘긴장 상태’를 해결하지 않는 이 시도는 당시 모든 전통적인 화성법과 조성 체계를 무너뜨리는 혁신적인 시도였습니다. 이는 바그너가 독일을 대표하는 철학자인 ‘쇼펜하우어 (Arthur Schopenhauer, 1788-1860)’과 만났을 때 ‘계류음 (Suspension)’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적용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이러한 바그너의 ‘트리스탄 이졸데’의 전주곡의 파격적인 시도와 독특한 분위기를 영화에 인상적으로 담아내고자 영화 ‘멜랑콜리아’의 오프닝 배경음악으로 시도한 것이 아닌가 분석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전주곡을 듣다보면 점점 심난해지는 이상한 영화인 ‘멜랑콜리아’의 문을 열어주고 영화의 전체 분위기를 그려주는 바그너의 악극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전주곡은 호불호가 강하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두 작품의 만남이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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