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스며든 클래식]
#68.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유일한 단행본 시집 <서동시집> - '가인의 서' 중 '자유로운 생각', '탈리스만'
1814년,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가 남긴 단 한 권의 단행본 시집인 ‘서동 시집 (West-Oesterlicher Divan)’은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노시인의 통찰과 잠언의 결집이라 할 수 있는 역작이죠, 그 두번째로 다뤄볼 시들은 12개의 ‘서 (書)’ 중 첫 번째 서인 ‘가수/가인 (歌人)의 서’에 수록된 ‘자유로운 생각 (Freisinn)’, ‘탈리스만 (Talismane)’입니다.
12개의 시로 구성된 ‘가인의 서’ 중 세 번째 시인 ‘자유로운 생각’은 ‘거침없는 생각’, ‘자유로운 마음’ 등으로도 번역되기도 한 시로, 말을 타고 자유를 갈구하는 화자와 그를 지켜주는 신을 찬미하는 내용으로 구성 된 2연의 시입니다.
자유로운 생각 (Freisinn)
Lasst mich nur auf meinem Sattel gelten!
Bleibt in euren Huetten, euren Zelten!
Und ich reite froh in alle Ferne,
Ueber meiner Muetze nur die Sterne.
Er hat euch die Gestirne gesetzt
Als Leiter zu Land und See;
Damit ihr euch daran ergoetzt,
Stets blickend in die Hoeh.
나를 나의 말 안장 위에 앉아 있도록 내버려 둬
너희는 너희의 오두막에, 너희의 장막에 머물러 있어라!
그리고 나는 즐거운 마음과 함께 먼 곳을 말을 달려 가려 한다네.
내 모자 위로는 오직 별들만 빛나고 있으리니.
그 분이 별들을 앉혀두었네.
땅과 바다까지 인도하도록
그로 인하여 너희가 항상
높은 곳을 바라보며 기뻐하라고
서시인 ‘헤지라’로 시작하여 이국적인 풍물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으로 그려낸 시선이 잘 녹아져 있는 ‘거침없는 생각’은 1857년 독일 낭만주의 지휘자이자 작곡가, 피아니스트였던 ‘한스 폰 뷜로 남작 (Hans Guido Freiherr von Buelow, 1830-1894)’가 작곡한 ‘5개의 노래 (Fuenf Lieder), Op.5’ 중 첫 번째 노래인 ‘거침없는 생각 (Freisinn)’, 1860년 러시아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안톤 루빈슈타인 (Anton Grigoryevich Rubinstein, 1829-1849)’가 작곡한 ‘6개의 노래 (Sechs Lieder), Op.57’ 중 다섯 번째 노래인 ‘거침없는 생각’, 1883년 독일의 오페라 작곡가이자 시인이었던 ‘아우구스트 붕게르트 (August Bungert)’가 쓴 성악과 피아노를 위한 ‘나를 나의 말 안장 위에 않아 있도록 내버려 둬 (Lasst mich nur auf meinem Sattel gelten), Op.24, No.4’ 등의 가사로 쓰였습니다.
독일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지휘자, 음악평론가였던 ‘로베르트 슈만 (Robert Alexander Schumann, 1810-1856)’은 가곡의 왕이란 타이틀은 슈베르트에게 빼앗겼으나 슈베르트를 이어 독일 가곡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음악가였습니다. 슈만은 하이네의 시를 모은 ‘가곡 모음 (Liederskreis), Op.24’, 아이헨도르프의 시를 모은 ‘가곡 모음 (Liederskreis), Op.39’, ‘미르테의 꽃 (Myrthen), Op.25’, ‘여자의 일생 (Frauenliebe und Leben), Op.42’, ‘시인의 사랑 (Dichterliebe), Op.48’ 등의 아름다운 가곡집을 우리에게 남겼습니다. 특히 아내였던 클라라 슈만과 결혼을 한 해인 1840년은 슈만이 가곡을 작곡하는데 몰두하여 무려 150여곡의 가곡을 완성하며 ‘가곡의 해’라고도 불리우는 해였습니다. 이 때 2개의 가곡 모음집과 ‘미르테의 꽃’의 아름다운 가곡들이 탄생하였습니다.
괴테의 서동시집에서 자주 만나게 될 가곡집 ‘미르테의 꽃’은 슈만이 클라라 슈만에의 사랑을 담아 결혼식 바로 전 날에 그녀에게 결혼 선물로 헌정한 작품입니다. 원래 순결을 상징하며 신부의 화관을 비롯하여 장식하는데 주로 쓰이는 꽃인 ‘은매화’인 ‘미르테 (Myrthe)’의 복수형인 ‘미르테들 (Myrthen)’이라고 불러야하는 것이 맞지만, 현재는 ‘미르테의 꽃’, ‘미르테’, ‘미르텐’ 등으로 불리고 있고 특히 ‘미르테의 꽃’이라 통용되고 있습니다.
26개로 구성된 슈만의 가곡집 ‘미르테의 꽃’은 노래 대부분이 클라라와의 행복한 사랑의 결실을 노래하고 있는데, 괴테를 비롯하여 뤼케르트, 하이네, 바이런, 번즈 등 다양한 국적의 시인들의 시를 가사로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곡인 ‘헌정 (Widmung)’이 가장 유명한 곡이며 세 번째 곡인 ‘호두나무 (Der Nussbaum)’, 7번째 곡인 ‘연꽃 (Lotusblume)’ 등도 많이 불리고 있습니다.
미르테의 꽃 중 두번째로 수록된 ‘자유로운 생각 (Freisinn)’은 괴테의 서동시집 중 ‘가인의 서’에 수록된 ‘자유로운 생각’을 가사로 하고 있습니다. 슈만은 괴테의 시에 어울리게 여러가지 효과를 이 짧은 가곡에 집어넣었습니다. 제1연의 자유로움을 표현하기 위하여 피아노에 부점 리듬을 이용하여 말발굽 소리를 묘사하게 작곡하였습니다. 또 제2연에서 대상이 신으로 바뀌어 신을 경배하는 느낌을 살리기 위하여 코랄 풍의 단조로 전조를 시키며, 다시 제 1연을 반복하여 그가 곡에서 표현하고자 한 ‘frisch (생동감있게)’를 효과적으로 만들었습니다.
‘가인의 서’ 중 네 번째 시인 ‘탈리스만 (Talismane)’은 ‘부적의 글귀들’로도 번역이 되는 시로 앞선 시 ‘자유로운 생각’보다도 더 무게감있게 신을 찬양하는 내용으로 완성된 5연 구성의 시로 서동시집 중 가장 유명한 글귀인 ‘동방은 신의 것! 서방은 신의 것!’이 등장하는 시이기도 합니다.
탈리스만 (Talismane)
Gottes ist der Orient!
Gottes ist der Occident!
Nord- ind suedliches Gelaende
Ruht im Frieden seiner Haende.
Er der einzige Gerechte,
Will fuer jedermann das Rchte.
Sei von seinen Hundert Namen
Dieser hochgelobt! Amen.
Mich verwirren will das Irren;
Doch du weisst mich zu entwirren.
Wenn ich handle, wenn ich dichte,
Gib du meinem Weg die Richte.
Ob ich ird’sches denk’ und sinne,
Das gereicht zu hoeherem Gewinne.
Mit dem Staube nicht der Geist zerstoben,
Dringet, in sch selbst gedaraengt, nacho ben.
Im Atemholen sind zweierlei Gnaden;
Die Luft einziehen, sich ihrer entladen;
Jenes bedraengt, dieses erfrischt;
So wunderbar ist das Leben geischt.
Du danke Gott, wenn er dich presst,
Und dank ihm, wenn er dich wieder entlaesst.
동방은 신의 것!
서방은 신의 것!
북과 남의 땅은 고요하게
주의 두 손 안에서 평화를 누리네.
그 분, 하나뿐인 정의로우신 분
누구에게나 올바름을 행하시려 한다.
그 분의 백 가지 이름 중에서
이 이름을 높이 기리리라! 아멘.
미몽이 나를 혼란케 하여도
당신은 나를 혼란 속에서 해방되게 하신다.
내가 행동할 때나 시를 지을 때에
당신은 내게 올바른 길을 알려주세요.
내가 현세의 것을 생각하든 궁리하든
그건 보다 높은 승리를 가져다 준다.
우리가 먼지가 되어도 우리의 영혼은 흩어버리지 않고
안으로 뭉쳐져, 밀고 올라간다, 높은 곳으로.
숨쉬는 가운데 두 가지 은총이 있으니
들숨과 날숨이 바로 그것,
들숨은 죄어오고 날숨은 후련하게 만든다.
생명은 이리도 놀랍게 섞여 있는 것.
신에게 감사하라. 그가 너를 짓누를 때에.
그리고 신에게 감사하라, 그가 너를 다시 놓아줄 때에.
이 시는 독일 서사가곡의 완성자라 불리는 ‘카를 료베 (Johann Carl Gottfried Loewe, 1796-1869)’에 의하여 1829년 ‘동방은 신의 것 (Gottes ist der Orient), Op.22’이란 제목의 가곡으로 탄생하였으며,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베네딕트 란트하르팅거 (Benedikt Randhartinger, 1802-1893)’도 괴테의 이 시를 가사로 한 곡을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슈만은 ‘미르테의 꽃’ 중 8번째 곡을 괴테의 ‘탈리스만’을 가사로 하였는데요. 슈만은 전체 시를 다 가사로 쓴 것이 아닌 제3연까지만 발췌하였고, ‘자유로운 생각’처럼 제1연을 한 번 더 반복하여 마무리 짓는 구성으로 꾸며 신을 향한 찬양을 강조하여 표현하고 있습니다.
슈만의 가곡 ‘탈리스만’은 세상을 창조한 신에 대한 찬미로 쓰여진 제1연을 레치타티보 형식으로 구연하였으며, 제2연은 신의 정의로움에 대한 찬양을 쓴 괴테의 의도를 강조하기 위해 셈여림을 작게 시작하여 크레센도와 액센트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제3연은 혼란에 빠져 신에게 갈구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과 그런 인간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신에 대한 내용을 따라가듯 단조에서 다시 장조로 전조되며 가사의 의미를 매우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슈만은 또한 1849년, 이중 합창과 피아노를 위한 작품으로 이 곡을 편곡하였는데요. 이 ‘이중 합창을 위한 탈리스만 (Talismane fuer Vierdoppelchoerige Gesaenge), Op.posth.141 No.4’는 찬양과 경이로움을 더욱 극대화시킨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쏘냥의 클래식 칼럼 > 리뷰 [책 속의 클래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뷰 2022년 8월호 - 에른스트 호프만 '모래사나이', 레오 들리브의 발레 '코펠리아' (0) | 2022.10.13 |
---|---|
리뷰 2022년 6월호 -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한 화가 '미켈란젤로'의 시집, 후고 볼프의 '미켈란젤로 시집' (0) | 2022.10.13 |
리뷰 2022년 4월호 - 천일야화 중 '칼라프 왕자와 중국 공주 이야기',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1) | 2022.10.13 |
리뷰 2022년 3월호 -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유일한 단행본 시집 <서동시집> 1. 가인의 서 중 '창조와 생명주기' (0) | 2022.10.13 |
리뷰 2022년 2월호 - 독일의대문호 괴테의 유일한 단행본 시집 '서동시집' (0) | 2022.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