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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냥의 클래식 칼럼/리뷰 [책 속의 클래식]

리뷰 2022년 8월호 - 에른스트 호프만 '모래사나이', 레오 들리브의 발레 '코펠리아'

by zoiworld 2022.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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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스며든 클래식]

#70. 에른스트 호프만 '모래사나이', 레오 들리브의 발레 '코펠리아'

 

책 속에 스며든 클래식에서 아홉 번째로 다뤘던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의 원작자인 독일의 작가이자 작곡가 에른스트 테오도어 아마데우스 호프만 (Ernst Theodor Wilhelm Hoffmann, 1776-1822)의 작품들은 꿈이나 환상과 같은 당시에 잘 다루지 않았던 인간의 어두운 심리나 그로테스크한 정신 세계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를 제외한 많은 작가들이 그의 작품들을 배척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였는데, 특히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호프만의 작품들이 몽유병자가 정신착란을 일으킨 상태에서 쓴 고백과 같은 글이라는 혹평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점차 정신분석학이 발달하며 그의 심오한 작품들은 뒤늦게 많은 이들에게 읽혀졌으며, 호프만은 환상소설의 선구자란 칭송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의 대표 작품들은 오페라나 발레 등의 소재가 되었는데 그 중,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의 원작인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의 왕>을 비롯하여 3개의 단편 소설 <12 31일 밤의 모험>, <고문관 크레스펠>, <모래사나이>는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의 세가지 사랑 이야기의 주제로 쓰였습니다.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1막에 자주 올려지는 올림피아 이야기의 주제가 된 호프만의 단편 소설 <모래사나이 (Der Sandmann)>는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오스트리아의 지그문트 프로이트 (Sigmund Freud, 1856-1939)1919년 쓴 자신의 저서 <두려운 낯설음 (Unheimlich)>에서 중점적으로 다룰 정도로 정신분석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소설입니다.

호프만이 1816년 쓴 단편 소설 <모래사나이>1817년 출판된 단편집 <밤의 풍경 (Die Nachtstuecke)>에 수록되었으며, 잠을 자려하지 않는 아이들을 해하는 무서운 모래 사나이에 대한 설화를 배경으로 한 3통의 편지와 주인공 나타니엘의 심리를 묘사하고 있는 이 소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유모에게서 모래사나이에 대한 전설을 듣고 공포심을 가지고 있지만 직접 마주하고 싶은 마음도 함께 들었던 어린 나타니엘은 집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바로 모래사나이의 소리라 확신하게 됩니다. 쿵쿵거리는 소음의 종착지인 아버지의 방에 몰래 들어가 옷장에 숨어있던 나타니엘은 늙은 변호사 코펠리우스를 목격하고, 그가 모래사나이라 확신하고 미움을 키워갑니다. 사실 나타니엘의 아버지는 코펠리우스와 알 수 없는 실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타니엘이 코펠리우스를 목격하고 1년여의 시간이 흐른 후, 실험 중 일어난 폭발사고로 인하여 아버지는 사망하고 맙니다.

성인이 된 나타니엘 앞에 나타난 기압계나 망원경 같은 것을 파는 행상 코폴라를 어린 시절 아버지를 죽게 만든 모래사나이 코펠리우스라 생각하게 되며 나타니엘은 점점 판단력을 잃고 트라우마에 빠져들게 됩니다. 나타니엘은 자신의 심리 상태를 친구 로타리오에게 보내지만, 이 편지는 실수로 로타니오의 여동생이자 나타니엘의 약혼자인 클라라에게 도착을 하고, 이 편지를 읽은 클라라는 나타니엘의 생각이 어린 시절의 충격에 의한 트라우마이라 위로합니다.

점차 자신의 몽상에 집착하게 된 나타니엘은 스펠란차니 교수의 자동인형 올림피아에게 반하게 되고 사람들이 인형일 뿐이라는 이야기를 믿지 않고, 결국 발작을 일으켜 교수의 목을 조르고 정신병원으로 끌려갑니다. 시간이 흘러, 클라라의 간호로 나타니엘은 산책을 갈 수 있을 정도까지 호전이 됩니다. 클라라와 로타리오와 함께 탑에 올라간 나타니엘은 코폴라에게서 구입한 망원경으로 클라라를 바라보다 발작을 일으켜 클라라를 죽이려 합니다. 다행히 로타리오가 클라라를 구하여 탑에서 내려갔지만, 나타니엘을 제어할 수는 없었습니다. 나타니엘은 탑 아래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코펠리우스의 환영을 보고 투신하고 맙니다.

 

기괴한 분위기와 암담한 최후를 그리고 있는 호프만의 단편 소설 <모래사나이>, 하지만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클래식 작품들은 가볍고 유쾌한 내용으로 각색이 많이 되었는데요. 희극발레를 대표하는 코펠리아 (Coppelia) 역시 그렇습니다.

발레 코펠리아와 함께 낭만 발레를 상징하는 명작 발레 지젤 (Giselle)을 작곡한 아돌프 아당 (Adolphe Charles Adam, 1803-1856)의 제자인 프랑스 작곡가이자 오르가니스트 레오 들리브 (Clement Philibert Leo Delibes, 1836-1891)는 오페라 라크메1막에 등장하는 꽃의 이중창 (Sous le dome epais)으로 잘 알려진 음악가입니다. 그는 오페라 라크메 외에도 발레 코펠리아, 실비아 등을 작곡하였습니다.

 

1870년 초연 무대에 올려진 레오 들리브의 발레 코펠리아2막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다양한 악기들의 솔로 연주 및 왈츠, 마주르카, 차르다시와 같은 여러 형식의 음악이 춤과 함께 등장하며 그저 부수음악이기만 하였던 발레 음악에서 진일보한 다양성을 추구하는 작품입니다. 호프만의 원작과는 달리 희극 발레답게 매우 흥겨운 줄거리로 묘사된 발레 코펠리아의 각색은 프랑스의 극작가 샤를르 뉘테르 (Charles Louis Etienne Nuitter, 1828-1899)와 발레리노이자 안무가 아르튀르 생 레옹 (Arthur Saint=Leon, 1821-1870)가 하였습니다. 생 레옹의 안무와 레오 들리브의 음악으로 완성된 발레 코펠리아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괴짜 과학자 코펠리우스가 만든 자동인형 코펠리아는 진짜 사람과 꼭 닮았습니다. 코펠리우스는 항상 자신의 집 2층 창문가에 코펠리아를 앉혀두고 마치 그녀가 책을 읽는 것처럼 꾸며놓아 마을 사람들은 그녀가 사람인 것으로 착각합니다. 한편, 스와닐다는 자신의 애인 프란츠가 코펠리아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착각하고 그녀의 정체를 알기 위하여 고군분투합니다. 결국 코펠리우스의 집에 숨어든 스와닐다와 친구들은 자동인형 코펠리아와 마주하게 됩니다. 이 때 집으로 돌아온 코펠리우스 때문에 모두 도망을 가지만 미처 피하지 못한 스와닐다는 마치 자동인형 코펠리아인 척 연기를 합니다. 하지만 정체가 탄로나게 된 스와닐다는 자신을 따라 코펠리우스의 집에 숨어들어온 프란츠와 함께 도망칩니다. 이렇게 화해를 하게 된 스와닐다와 프란츠는 결혼식을 올리게 되고, 자신의 죽은 아내를 본 딴 코펠리아를 망쳤다며 화를 내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는 코펠리우스에게 영주가 배상을 해주며 이 젊은 연인을 위하는 축제는 흥겹게 무르익어갑니다.

 

그리스로마신화 속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의 이야기를 재해석하여 인간의 정신세계와 어두운 내면을 그린 호프만의 단편 소설 <모래사나이>와 이를 희극발레로 다시 한번 재창조하며 자신의 출세작으로 성공시킨 레오 들리브의 발레 코펠리아 중 여러분의 마음을 사로잡은 결말은 어떤 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