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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냥의 클래식 칼럼/리뷰 [책 속의 클래식]

리뷰 2022년 10월호 - 가곡의 교과서 독일 시인 하이네의 '노래의 책', 슈베르트 백조의 노래 <1>

by zoiworld 2022.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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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스며든 클래식]

#72. 가곡의 교과서 독일 시인 하이네의 ‘노래의 책’ – 23. 슈베르트 백조의 노래 <1>

 

독일의 대문호 하인리히 하이네 (Heinrich Heine, 1797~1856)노래의 책 (Buch der Lieder) 속의 시들을 토대로 작곡된 많은 작품들 중 23번째 다뤄보려는 가곡들은 프란츠 슈베르트의 대표적인 가곡집 백조의 노래 아틀라스그녀의 초상입니다.

 

독일 낭만 음악을 확장시킨 작곡가이자 독일 가곡의 틀을 완성시킨 작곡가라 평가되며 가곡의 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프란츠 슈베르트 (Franz Peter Schubert, 1797-1828)’는 미완성 교향곡, 피아노 오중주 송어’,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비롯하여 가곡 마왕’, ‘송어600여곡의 가곡을 작곡하였습니다. 그의 3대 가곡집으로 불리는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처녀 (Schoene Muellerin, D.795)’, ‘겨울 나그네 (Winterreise, D.911)’, ‘백조의 노래 (Schwanengesang, D.957)’ 중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처녀와 겨울 나그네는 1823년과 1827, 슈베르트가 아직 살아있을 때 출판되었던 가곡집입니다.

슈베르트의 마지막 가곡집인 백조의 노래는 슈베르트가 사망하고 난 다음 해인 1829년에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겸 출판업자였던 토비아스 하스링거 (Tobias Haslinger, 1787-1842)’가 슈베르트가 사망한 1828년에 작곡한 14개의 가곡들을 모아 출판한 가곡집입니다. 이 가곡집은 백조는 죽기 직전에만 소리를 내어 운다는 전설을 토대로 작곡가들의 최후의 작품에 이름 붙이는 백조의 노래 (Swan Song)’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으며, 이는 슈베르트가 의도하여 연작 가곡집으로 출판한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처녀겨울 나그네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주목하여야 할 것입니다.

 

슈베르트의 백조의 노래에 수록된 14개의 가곡들 중 첫 번째부터 일곱 번째의 노래는 독일의 시인이자 음악 평론가였던 루드비히 렐슈타프 (Heinrich Friedrch Ludwig Rellstab, 1799-1860)’의 시를 가사로 하고 있습니다. 그 중 4번 곡인 세레나데 (Staenchen)’은 가장 유명한 곡이자 악기와 피아노로도 많이 편곡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곡인 14비둘기 전령 (Die Taubenpost)’는 오스트리아의 시인이자 고고학자였던 요한 가브리엘 자이들 (Johann Gabriel Seidl, 1804-1875)’의 시를 가사로 하고 있습니다.

슈베르트가 백조의 노래에 수록된 14개의 가곡들을 연가곡집으로 내려고 했었는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자이들의 시를 제외한 13개의 가곡들이 슈베르트의 친필 사인 아래에 차례로 쓰여있기 때문에 연속적인 곡들로 슈베르트가 생각하였다고 유추해 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슈베르트가 렐슈타프와 자이들의 작품들을 제외한 하인리히 하이네의 시를 가사로 한 남은 6개의 곡들을 다른 출판사에 별도로 출판을 하여 제안을 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어 최소 두 개의 독립적인 가곡집으로 분리하려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슈베르트의 백조의 노래 중 여덟 번째 곡 아틀라스 (Der Atlas)’부터 열세 번째 곡 도플갱어 (Der Doppelgaenger)’까지는 모두 하인리히 하이네의 시집 노래의 책중 세 번째 연작시 귀향 (Die Hemkehr)’에 수록된 시를 가사로 하고 있습니다.

백조의 노래 8아틀라스 (Der Atlas)’는 하이네의 연작시 귀향24번째 시를 가사로 하고 있습니다. ‘아틀라스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의 종족입니다. ‘티탄 (Titan/타이탄)’ 족인 아틀라스는 제우스와 티탄의 전쟁에서 제우스와 맞서 싸웠으며, 제우스가 승리한 후 대지의 서쪽 끝에서 영원히 하늘을 짊어지는 형벌을 받게 됩니다. 하인리히 하이네의 시 아틀라스는 이러한 징벌을 받는 아틀라스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슈베르트 역시 이러한 하이네의 시의 내용을 음악 속에 드러내기 위하여 매우 극적인 피아노의 반주와 비장한 성악의 멜로디를 통하여 아틀라스의 고통과 불행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Der Atlas (아틀라스)

Ich ungluecksel’ger Atlas! Eine Welt,

Die ganze Welt der Schmerzen muss ich tragen,

Ich trage Unertraegliches, und brechen

Will mir das Herz im Leibe.

 

Du stolzes Herz! Du hast es ja gewollt,

Du wolltest gluecklich sein, unendlich gluecklich

Oder unendlich elend, stolzes Herz,

Und jetzt bist du elend!

 

나는 불쌍한 아틀라스! 세상을,

이 모든 고통의 세상을 짊어져야 한다.

나는 짊어질 수 없는 것을 짊어지고, 부러진다.

내 심장이 터질 것 같구나.

 

자부심 강한 너, 심장이여! 네가 원했던 것이다!

너는 행복하기를 원했다, 영원한 행복을

아니면 끝없는 불행을, 자랑스러운 심장이여!

그래서 너는 지금 불행하구나.

 

백조의 노래 9그녀의 초상 (Ihr Bild)’는 아틀라스 바로 직전인 하인리히 하이네의 노래의 책 속 연작시 귀향23번째로 수록된 시를 가사로 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그녀의 초상화를 보고 그리워하고 이별을 괴로워하는 화자의 심정을 비통하게 그려낸 시처럼 슈베르트는 앞선 아틀라스와 극단적으로 비교될 정도로 단순화시킨 반주를 통하여 공허한 화자의 심정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마치 한 폭의 그림만이 걸려있는 갤러리 안에 가득 찬 슬픔을 슈베르트만의 방식으로 부드럽게 그리고 있는 가곡입니다.

 

Ihr Bild (그녀의 초상)

Uch stand in dunkeln Traeumen

Und starrte ihr Bildniss an.

Und das geliebte Antlitz

Heimlich zu leben began.

 

Um ihre Lippen zog sich

Ein Laecheln wunderbar,

Und wie von Wehmuthstharenen

Erglaenzte ihr Augenpaar.

 

Auch meine Traenen flossen

Mir von den Wangen herab.

Und ach, ich kann es nicht glauben.

Dass ich dich verloren hab’!

 

나는 어두운 꿈 속에 서서

그녀의 초상을 바라본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던 그 얼굴이

서서히 생기를 찾기 시작한다.

 

그녀의 입가에

놀랍게도 미소가 그려지고

슬픔에 가득 찬 눈물이 맺히듯

그녀의 두 눈이 반짝였다.

 

또한 나의 눈물도 흘러내렸다.

내 뺨을 타고..

그리고 아, 나는 믿을 수가 없다.

내가 너를 잃었다는 것을!

 

다음 시간에는 슈베르트 백조의 노래 두 번째이자 마지막 시간으로 10어부의 딸’, 11도시’, 12해변에서’, 그리고 13도플갱어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