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스며든 클래식]
#73. 가곡의 교과서 독일 시인 하이네의 ‘노래의 책’ – 24. 슈베르트 백조의 노래 <2>
독일의 대문호 ‘하인리히 하이네 (Heinrich Heine, 1797~1856)’의 ‘노래의 책 (Buch der Lieder)’ 속의 시들을 토대로 작곡된 많은 작품들 중 스물네 번째로 다뤄보려는 가곡들은 프란츠 슈베르트의 대표적인 가곡집 ‘백조의 노래’의 마지막 시간으로 저번 시간에 다룬 ‘아틀라스’와 ‘그녀의 초상’을 제외한 네 곡 10번 ‘어부의 딸’, 11번 ‘도시’, 12번 ‘해변에서’, 그리고 13번 ‘도플갱어’입니다.
가곡의 왕 ‘프란츠 슈베르트 (Franz Peter Schubert, 1797-1828)’의 3대 가곡집 중 하나인 ‘백조의 노래 (Schwanengesang, D.957)’의 14개의 가곡들 중 하인리히 하이네의 시를 가사로 하고 있는 8번에서 13번까지 6개의 노래는 모두 하인리히 하이네의 시집 ‘노래의 책’ 중 세 번째 연작시 ‘귀향 (Die Heimkehr)’에 수록된 시를 가사로 하고 있습니다.
제10곡인 ‘어부의 딸 (Das Fischermaedchen)’은 연작시 ‘귀향’의 8번째 시를 가사로 하고 있는 단순한 형식의 작품이지만 뱃사공들의 뱃노래에서 유래된 ‘바카롤 (Bacarolle)’ 형식을 띄고 있는 밝은 곡으로 어부의 딸에게 사랑에 빠진 화자가 자신의 마음을 파도에 비유하며 그 거친 파도가 있는 바다에도 두려움을 갖지 않는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가사가 희망찬 멜로디와 함께 흐르는 아름다운 곡입니다.
Das Fischermaedchen (어부의 딸)
Du schoenes Fischermaedchen,
Treibe den Kahn an’s Land;
Komm zu mir und setze dich nieder,
Wir kosen Hand in Hand.
Leg’ an mein Herz dein Koepfcehn,
Und fuerchte dich nicht zu sehr,
Vertrau’st du dich doch sorglos
Taeglich dem wilden Meer.
Mein Herz gleicht ganz dem Meere.
Hat Sturm und Ebb’ und Fluth,
Und manche schoene Perle
In seiner Tiefe ruht.
아름다운 어부의 딸이여,
배를 강가에 대고
내게로 와 내 곁에 앉아요.
손을 맡잡고 이야기 나눠요.
그대의 머리를 내 가슴에 기대어요.
그리고 아무 것도 무서워하지 말아요.
그대는 매일 거친 바다 앞에서도
두려움없이 그대의 몸을 맡기잖아요.
내 가슴도 바다와 같아서,
폭풍우도 밀물과 썰물도 있어요.
그리고 그 안에는 아름다운 진주들이
가득 잠겨 있어요.
11번 ‘도시 (Die Stadt)’는 노래의 책 중 연작시 ‘귀향’ 중 16번째 시를 가사로 하고 있습니다. 피아노가 그리고 있는 아르페지오로 시작되어 중반부에도 다시 등장하며 긴장감도 조성하지만 매우 아름다운 매력을 뿜어내고 있는 이 곡은 가사에도 등장하는 습한 바람으로 일어나는 물결을 헤치며 노를 저어가는 사공의 침통한 마음을 눈 앞에 펼쳐 보여주는 훌륭한 곡입니다.
Die Stadt (도시)
Am fernen Horizonte
Erscheint, wie ein Nebelbild,
Die Stadt mit ihren Tuermen,
In Abenddaemmerung gehuellt.
Ein feuchter Windzug kraeuselt
Die graue Wasserbahn;
Mit traurigem Takte rudert
Der Schiffer in meinem Kahn.
Die Sonne hebt sich noch einmal
Leuchtend vom Boden empor,
Und zeigt mir jene Stelle,
Wo ich das Liebste verlor.
머나먼 지평선에
안개처럼 아련하게 서있는
탑이 있는 도시가
저녁 노을에 싸여있습니다.
스쳐가는 축축한 바람은
잿빛 물결에 일렁이고
슬픈 박자와 함께
내 배의 뱃사공은 노를 저어간다.
태양은 다시 한번
빛을 땅으로 쏟아내어
내게 그 곳을 보여준다.
내가 사랑하는 그녀를 잃은 그 곳을
슈베르트의 가곡 중 가장 아름다운 곡 중 하나로 손꼽히는 가곡이기도 한 12번째 곡 ‘해변에서 (Am Meer)’는 스산한 불협화음으로 시작하여 불안정한 화자의 심리를 잘 그려주고 있습니다. 어부의 집에서 어부의 딸로 추정되는 화자가 사랑하는 사람의 눈물과 타들어가는 화자의 마음을 슬프고도 아름답게 그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 곡은 귀향의 14번째 시를 가사로 하고 있습니다.
Am Meer (해변에서)
Das Meer erglaenzte weit hinaus,
Im letzten Abendscheine;
Wir sassen am einsamen Fischerhaus,
Wir sassen stumm und alleine.
Der Nebel stieg, das Wasser schwoll,
Di Moeve flog hin und wieder;
Aus deinen Augen, liebevoll,
Fielen die Traenen nieder.
Ich sah sie fallen auf deine Hand,
Und bin auf’s Knie gesunken;
Ich hab’ von deiner weissen Hand
Die Traenen fortgetrunken.
Seit jener Stunde verzehrt sich mein Leib,
Die Seele stirbt vor Sehnen;
Mich hat das unglueckseel’ge Weib
Vergiftet mit ihren Thraenen.
바다 저 멀리까지 석양이
떨어져 빛나고 있을 때
외로운 어부의 집에서 우리는 앉아있었다.
단 둘이서 말없이 앉아있었다.
안개가 올라오고 물결이 일어나
갈매기가 여기저기로 날아가고
당신의 사랑스러운 눈에서
눈물이 고여 떨어졌다.
눈물이 그대의 손에 떨어지는 것을 보았고,
나는 무릎을 꿇었네.
그대의 하얀 손에 떨어진
그 눈물을 마셨네.
그 때 이후로 내 몸은 말라갔고
영혼은 그리움에 죽어만 갔네
그 가여운 여인이 떨군
독약 같은 그 눈물 때문에
슈베르트의 백조의 노래 중 하인리히의 ‘노래의 책’에 수록된 시를 가사로 한 마지막 곡인 13번째 곡 ‘도플갱어 (Der Doppelgaenger)’는 음산한 기운을 풍기고 있는 곡으로 마치 장송교향곡이 연상되는 피아노의 화음으로 시작됩니다. 마주치면 죽는다는 ‘도플갱어’는 분신처럼 나와 똑같이 생긴 제2의 나를 뜻하는데, 마주쳐서는 안되는 이를 보게 되었을 때의 소름끼치는 느낌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곡은 노래의 책 중 연작시 ‘귀향’의 20번째 시를 가사로 하고 있는 매우 느리지만 무거운 레치타티보의 특징도 보여주고 있는 가곡입니다.
Der Doppelgaenger (도플갱어)
Still ist die Nacht, es ruhen, die Gassen,
In diesem Hause wohnte mein Schatz;
Sie hat schon laengst die Stadt verlassen,
Doch steht noch das Haus auf demselben Platz.
Da steht auch ein Mensch und start in die Hoehe,
Und ringt die Haende, vor Schmerzensgewalt;
Mir graust es, wenn ich sen Antlitz sehe,
Der Mond zeigt meine eigne Gestalt.
Du Doppelgaenger, du bleicher Geselle!
Was aeffst du nach mein Liebesleid
Das mich gequaelt auf dieser Stelle,
So manche Nacht, in alter Zeit?
조용한 밤, 거리도 고요에 휩싸였다.
이 집에서 나의 사랑이 살았었다.
그녀는 오래 전에 이 도시를 떠났지만,
이 집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다.
그 곳에 또 한 명의 사람이 말없이 서있다.
고통으로 두 손을 비틀면서..
나는 그 사람을 보고 소름이 끼치고 말았다.
달빛은 내 자신의 모습을 비춰준 것이다.
나의 분신이여! 창백한 영혼이여!
너는 왜 나의 사랑의 슬픔을 흉내 내는가?
이 자리에서 나를 괴롭혔던 그 사랑의 슬픔을
수많은 밤이 흘러가도록
하이네의 노래의 책의 연작시들을 슈베르트만의 우수에 젖은 서정적인 멜로디와 화음, 아르페지오네, 다이내믹 등 천재 가곡 작곡가의 치밀함으로 장식된 피아노의 선율로 꾸며 화자의 두근거리는 마음과 고통, 그리고 그리움과 외로움 등을 밀도 깊게 표현한 작품이 바로 ‘백조의 노래’ 속 ‘아틀라스’, ‘그녀의 초상’, ‘어부의 딸’, ‘도시’, ‘해변에서’, 그리고 ‘도플갱어’일 것입니다. 하이네가 자신을 화자에 투영시킨 시를 토대로 한 가사와 함께 이 가곡들을 음미하면 더욱 그 깊이를 짙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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