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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언어가 탄생하여 대화를 통하여 소통하기도 훨씬 전에 나뭇가지나 동물의 뼈 같은 것을 두드리거나 하는 방식으로 교류를 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소통을 위한 도구들에서 발전한 것이 바로 ‘타악기 (Percussion Instrument)’중 특정한 음정이 없는 ‘무율 악기’들입니다. 그 오래된 역사만큼 타악기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또 자연의 소리를 묘사하거나 일상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음악에 집어넣어 흥미를 불러일으키거나 다양한 음악적 효과를 만들고자 하는 작곡가들이나 연주자들의 요구에 따라 독특한 악기들이 개발되었는데요. 이렇게 특수한 음을 만드는 악기들을 ‘효과 악기 (Effect Instrument)’라고 합니다. 이러한 효과 악기들은 악기 몸체가 진동하며 소리를 내는 악기이기 때문에 ‘체명 악기 (Idiophone)’에 속합니다.
효과 악기의 가장 대표적인 악기가 바로 트라이앵글입니다. 삼각형 모양의 굽은 막대를 다른 막대로 쳐서 소리를 내는 ‘트라이앵글’은 단테의 신곡에서 ‘별’을 상징하는 악기로 묘사할 정도로 맑은 소리를 자랑하죠.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효과 악기들 중 오늘은 자연의 소리를 흉내 낸 악기들을 만나보시겠습니다.
처마 아래에 달아놓은 풍경과 같은 이름이자 같은 효과를 내는 ‘윈드 차임 (Wind Chime)’은 금속이나 나무를 소재로 한 여러 개의 관을 연결하여 막대나 손으로 밀어 연주하는 악기입니다. 길이가 다른 관들은 서로 다른 음을 내기 때문에 ‘유율 악기’로 착각할 수도 있지만 특정한 음을 내지 않기 때문에 무율 악기로 구분하는 것이 맞습니다. 서로의 관이 부딪히며 소리가 나는데, 짧은 관이 더 높은 소리를 냅니다. 35개의 관이 연결된 윈드 차임을 짧은 쪽에서부터 차례로 밀면 마치 별이 떨어지는 듯한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이 악기는 현대 음악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 (Olivier Eugene Prosper Charles Messiaen, 1908-1992)’의 오페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나 현재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영국의 작곡가 ‘길스 스웨인 (Giles Swayne, 1946-)’의 교향곡 1번 같은 작품에 등장하는 것은 물론 가요나 ‘슈퍼 마리오’와 같은 게임 음악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땅의 민족이라는 뜻의 ‘마푸체’족은 현재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있는 남미의 원주민들입니다. 그들은 비를 기원하고 폭풍우를 불러일으키길 바라는 제사에 사용하기 위하여 선인장을 이용하여 하나의 악기를 만들었습니다. 가시를 뽑고 속을 비운 긴 선인장으로 만든 관 속의 내부표면에 아마 가시를 활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작은 핀 같은 것을 나선형으로 붙입니다. 속에 일정 양의 자갈이나 콩 같은 것을 채워 넣어 막아 만든 이 악기의 이름이 바로 비를 부르는 악기 ‘레인 스틱 (Rain Stick)’입니다.
길이가 긴 레인 스틱을 한 방향으로 눕혔다가 다른 방향으로 돌리면 한 쪽에 쏠려 있던 구슬이 쏠려 내려오며 관을 울려 나는 소리는 억수처럼 내리는 빗소리와 닮았습니다.
핀란드의 현대 음악 작곡가 ‘칼레비 아호 (Klaevi Aho, 1949-)’는 1인 50역을 맡으며 바쁘게 움직이는 타악기 연주자와 세상 모든 타악기 소리를 보고 들어볼 수 있는 솔로 타악기와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시에이디 (Siedi)’의 마지막을 레인 스틱의 연주로 장식합니다. ‘조세프 스완트너 (Joseph Schwantner, 1943-)’의 타악기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교향곡을 비롯한 현대 타악기 협주곡에서 레인 스틱은 잔잔한 분위기를 연출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윈드 차임이나 레인 스틱이 자연의 소리를 흉내 낸 악기들이라면, 동물의 소리를 흉내 낸 악기도 있을 것입니다. 동물의 소리를 묘사한 악기의 종류는 매우 많은데 그 유래는 페루의 고대 악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고대 ‘비쿠스 (Vicus)’ 문명 때부터 제작되어 온 도자기 악기인 ‘보테야 실바도라 (Botella Sivadora)’는 도자기로 만든 악기로 주전자로도 사용됩니다. 주둥이에 바람을 넣어 소리를 내는 이 악기는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어졌는데, 그 중에는 새의 모양을 본을 따 만든 악기도 있습니다.
이렇게 동물의 소리를 따서 만들어진 악기들은 대부분 공기를 불어서 소리내기 때문에 관악기로 분류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벌즈나 마림바, 트라이앵글처럼 때려서 소리를 내는 체명 악기 (Struck Idiophones)를 비롯하여 마라카스나 레인 스틱처럼 마찰을 일으켜 소리를 내는 체명 악기 (Friction Idiophones), 칼림바나 주즈하프처럼 튕겨서 소리를 내는 체명악기 (Plucked Idiophones) 같은 모든 체명 악기는 타악기에 속합니다.
요즘 허공에 손을 움직이며 안테나에서 나오는 전자기장을 간섭해서 소리를 내는 것으로 이슈를 일으킨 ‘테레민 (Leon theremin)’도 공기의 진동으로 소리 내는 체명 악기 (Blown Idiophones)에 속하기 때문에 타악기에 속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아래의 새 소리를 묘사한 모든 ‘버드 휘슬 (Bird Whistle)’들은 타악기에 분류되는 효과 악기들입니다. 첫 번째로 소개할 악기는 바로 뻐꾸기 소리를 흉내 낸 ‘뻐꾸기 휘슬 (Cuckoo Whistle)’입니다.
작곡가들은 오래전부터 뻐꾸기 소리를 흉내 낸 음악을 꾸준히 작곡했습니다. 3도 음, 즉 ‘미’와 ‘도’와 같은 음을 반복적으로 연주하면 뻐꾸기가 우는 듯한 소리가 만들어집니다. 프랑스 작곡가 카미유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속 아홉 번째 곡 ‘숲 속의 뻐꾸기’나 스웨덴 작곡가 요한 요나손 (Johan Emanuel Jonasson, 1885-1956)’의 ‘뻐꾹 왈츠 (Cukoo Waltz)’,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에 더욱 효과를 주기 위하여 등장한 악기가 바로 ‘뻐꾸기 휘슬’입니다. 이 효과 악기는 음악의 신동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 (Johann Georg Leopold Mozart, 1719-1787)’가 작곡한 ‘장난감 교향곡 (Toy Symphony in G Major)’의 2악장 ‘미뉴에트’에서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종달새나 꾀꼬리의 소리를 따라 하는 하이든의 현악사중주 <종달새 (Quartet in D Major in D MAjor, Op.64, No.5 ‘The Lark’)>나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에서 간혹 효과 악기로 쓰이기도 하는 ‘꾀꼬리 버드 휘슬 (Nightingale Bird Wistle)’은 정말 새가 지저귀는 듯한 착각에 빠질 것 같습니다. 독일의 작곡가 ‘이그나츠 라흐너 (Ignaz Lachner, 1807-1882)’가 1850년 경에 작곡한 것으로 알려진 <장난감 교향곡 Op.85>에 이 꾀꼬리 버드 휘슬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올빼미는 밤을 지배하는 새입니다. <사랑의 인사>, <위풍당당 행진곡> 등으로 잘 알려진 영국의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 (Sir Edward William Elgar, 1857-1934)’는 1907년 작곡한 <4개의 합창곡 (Four Part Songs, Op.53)> 중 마지막 곡 ‘올빼미들’에서 고요한 밤을 노래하는 올빼미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올빼미들의 소리는 다르죠. 보통 손을 둥그렇게 쥐고 그 사이에 공기를 불어넣으면 올빼미가 우는 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나는데요.‘올빼미 휘슬 (Owl Whistle)’은 엘가의 올빼미가 아닌 현실의 올빼미의 울음소리와 손으로 흉내 낸 올빼미 소리를 닮아있습니다.
자연과 동물을 흉내 내는 다양한 효과 악기들이 등장하고, 점차 우리 주위에서 접하는 일상 소음들을 흉내 낸 효과 악기들도 개발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사이렌을 흉내 내거나 옛날 자동차의 경적 소리를 닮은 혼 종류나 다양한 호루라기들이 그렇습니다. 타자기가 효과 악기로 등장하는 클래식 작품도 있죠. 다음 시간에는 이러한 일상의 소리들을 묘사한 다양한 효과 악기들을 만나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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