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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냥의 클래식 칼럼/브런치 클래식 매거진

브런치 칼럼 #95. 영화 '버드맨',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2악장

by zoiworld 2023.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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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주소는 https://brunch.co.kr/@zoiworld/248 입니다~

 

2014년 개봉 당시 연기력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등을 수상한 영화 <버드맨 (Birdman dor the unexpected virtue of ignorance)>는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바벨> 등의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Alejandro Gonzalez Inarritu, 1963-)가 감독과 제작, 그리고 각본을 맡은 영화입니다.

실제 히어로 물을 대표하는 영화 <배트맨>의 주역을 맡았던 배우 마이클 키턴 (Michael Keaton, 1951-)이 한물간 액션물 영화배우 리건 역을 맡으며 열연을 펼쳤으며, 역시나 히어로 영화인 <인크레더블 헐크>의 주연을 맡기도 하였으며 <파이트클럽>, 일류셔니스트> 등으로 잘 알려진 애드워드 노튼 (Edward Harrison Norton, 1969-)이 인기배우이지만 난봉꾼인 마이클 역을, 이 외에도 엠마 스톤, 나오미 왓츠, 에이미 라이언과 같은 유명 헐리우드 배우들이 열연을 펼친 영화 <버드맨>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슈퍼히어로 영화 버드맨의 주인공이었던 배우 리건 (마이클 키튼 분)은 한물간 배우로 지내다 브로드웨이에서 레이먼드 커버의 소설을 기초로 한 연극 사랑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들의 이야기의 감독 및 주연을 맡으며 재기를 꿈꿉니다. 하지만 퇴물 취급하는 세상의 시선과 마지막 기회라는 압박으로 버드맨의 환청으로 고통 받는 리건, 프리미어 공연 전날, 리건의 여자친구인 로라, 레슬리, 랄프 등의 배우들과 함께 마지막 리허설에 몰입합니다. 랄프의 연기가 탐탁지 않았던 리건의 마음을 읽은 것일까, 조명이 갑자기 랄프 위에 떨어져 다음날 있을 공연이 무대에 올려질지도 불확실해져 버립니다.

공연 프로듀서이자 변호사이며 리건의 친구인 제이크 (잭 갤리퍼내키스 분)의 추천으로 유명 배우 마이크 샤이너 (에드워드 노튼 역)를 영입하게 되고 그날 밤 마이크와 대본 리딩을 합니다. 함께 일하기 까다롭기로 소문난 마이크, 그러나 그는 이미 대본 숙지는 물론, 적극적인 연기를 통하여 리건의 걱정을 불식시킵니다. 제이크는 마이크의 몸값을 걱정하지만 리건은 자신이 모두 해결하겠다며 확신을 주고, 로라는 리건에게 임신 사실을 알립니다.

 

첫 공연 당일, 마이크는 일탈 행동을 보이며 다른 배우들과도 마찰을 일으키고, 리건은 매니저이자 자신에게 한없이 냉정한 딸 샘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과 자신을 계속 유혹하는 버드맨의 환청에 괴로워합니다. 마이크와 원작자 레이먼드 커버의 스토리까지 차용하며 연극을 성공시키려 하는 리건, 결국 뉴욕 타임즈에 실린 내용으로 마이크와도 싸우고, 브로드웨이 유명 평론가인 타비사에게 잘 보이기 위하여 접근하였으나 다음날 공연에 대해 혹평을 내릴 것이란 차가운 말만 듣게 된 리건은 술에 취해 건물 계단에 쓰러져 잠이 듭니다. 다음 날 아침 초췌한 리건 앞에 실제로 나타난 버드맨의 환각에 몸을 맡긴 리건, 무대 위에 실제 총을 가지고 올라가 연기를 이어가다 실제로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쏩니다.

 

병원에서 눈을 뜬 리건, 코를 쏴서 목숨을 건졌던 것이었습니다. 그의 연기는 극찬을 받았고, 관객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리건은 붕대를 빼고 코 성형수술로 인하여 전혀 다른 얼굴이 된 자신을 한참 바라보다 변기에 앉아있는 버드맨의 환각에 꺼지라고 말합니다.

리건은 병실 창문 밖에 날아가는 새들을 바라보다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나갑니다. 꽃을 꽂을 꽃병을 찾으러 잠시 나갔다 돌아온 샘은 아빠를 찾다 열려있는 창문 밖의 하늘을 바라보며 웃음짓습니다.

 

블랙 코미디 영화를 표방하고 있는 걸작 <버드맨>에는 다양한 클래식 음악들이 등장하여 영화의 분위기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리건의 독백 장면에 등장하는 말러 교향곡 9번의 1악장이나 공연 마지막 날 리건이 마지막 클라이맥스 장면을 위해 옷을 갈아입으며 로라와 이야기 나누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4번의 2악장, 타비사와 다툼 후 술집에서 술을 사는 장면에 등장하는 라벨의 피아노 트리오의 3악장 등이 그 주인공입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클래식 음악은 바로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 중 2악장입니다.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Sergei Vasilevich Rachmaninov, 1873-1943)는 러시아 출신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으며, 그의 피아노 협주곡 4개 중 2번과 3번은 영화 <샤인><피아니스트> 등의 배경음악으로 쓰이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피아노 협주곡에 나란히 선정될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들입니다. 그 외에도 교향시 <죽음의 섬>, 관현악과 피아노,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Rhapsody on theme of Paganini, Op.43)>과 같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라흐마니노프가 1907년에 독일 드레스덴에 체류할 때 작곡한 교향곡 2번 마단조 (Symphony No.2 in e minor, Op.27)은 다음해인 1908년에 러시아에서 초연이 되었습니다. 1악장 라르고-알레그로 모데라토 (Largo-Allegro moderato), 2악장 알레그로 몰토 (Allegro molto), 3악장 아다지오 (Adagio), 4악장 알레그로 비바체 (Allegro Vivace)로 구성된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은 교향곡 1번의 처참한 실패 이후 우울증까지 시달렸던 라흐마니노프가 치료를 통하여 극복한 후에 작곡된 곡으로 희망과 위로를 전하는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2악장 알레그로 몰토3악장 아다지오와 함께 많이 차용되고 있는 악장입니다. 긴장감 넘치는 리듬과 낭만적인 선율과 다이내믹이 인상적인 곡입니다.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의 2악장은 길에서 술에 취한 채 노숙을 한 리건에게 보이기 시작한 버드맨의 도움(?)으로 건물 옥상에서 날아서 극장 앞으로 내려오는 장면과 영화의 마지막에 병원 창문을 여는 리건의 모습에 투영되어 등장합니다.

 

리건의 환영을 부추기는 역할도 하지만 그의 해방을 상징하기도 하는 라흐마니노프의 긴장감 넘치면서도 밝은 행진곡의 느낌도 주는 이 음악은 리건의 심리 묘사도 함께 해주며 영화의 분위기를 잘 살려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