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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냥의 클래식 칼럼/브런치 클래식 매거진

알쓸신클-82.악기 이야기- 팀파니 [Timpani]

by zoiworld 2023.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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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상과 함께하는 자세한 글은 https://brunch.co.kr/@zoiworld/249 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연주자가 커다란 북의 북판을 다이빙하듯 뚫고 들어가라는 악보와 정말 그렇게 연주하는 영상이 각종 커뮤니티에 퍼지며 큰 이슈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아르헨티나 출신의 독일 현대 작곡가인 ‘마우리치오 카겔 (Mauricio Raul Kagel, 1931-2008)’이 1992년에 작곡한 <팀파니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콘서트작품 (Konzertostück for Timpani and Orchestra)>가 그 주인공인데요.

 

이 커다란 북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인 ‘팀파니’이며, 카겔의 이 작품에서는 팀파니 연주자가 타악기를 연주할 때 주로 쓰는 다양한 말렛을 쓰는 것 뿐만 아니라 또 다른 타악기인 ‘마라카스 (Maracas)’나 ‘우드스톡 (Woodstock)’ 등과 손으로 팀파니에서 낼 수 있는 다양한 음색을 낼 수 있게 작곡이 되었습니다. 특히 커다란 깔때기 모양의 확성기로 알 수 없는 음성을 내며 연주해야 하는 팀파니 연주자의 고뇌를 보고 있노라면 마지막에 팀파니의 북판을 찢고 들어가라는 작곡가의 의도도 살짝 엿볼 수 있는 매우 독특한 작품입니다. 

 

익살스러운 악보로 진위 여부가 이슈화되며 우리에게 더욱 가까워진 타악기인 ‘팀파니’, 막명악기로 분류되는 ‘북’ 종류의 악기들 중 유일하게 음정을 지닌 타악기인 ‘팀파니’는 오케스트라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악기로 ‘타악기의 왕’이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럼 타악기의 왕 팀파니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팀파니는 몸통이나 틀에 가죽이나 플라스틱 막을 씌워 그 막에 두드리거나 긁어 소리를 만들어내는 ‘막울림악기 (Membraphone)’에 속합니다. ‘막명악기’라고 더 많이 불리는 이러한 구조의 악기에는 팀파니뿐만 아니라 베이스드럼이나 스네어드럼 같은 드럼 종류와 북, 콩가, 봉고, 탬버린과 같은 악기들이 있으며, 우리나라 악기인 ‘장구’나 ‘북’과 같은 악기들도 막명악기에 속합니다.

 

팀파니는 ‘헤드 (Head)’라고 불리는 송아지나 염소 가죽으로 만들어지거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북면을 ‘케틀 (Kettle)’이라고 부르는 밥그릇처럼 생긴 커다란 반구형의 북통에 씌워서 연주합니다. 그렇기에 팀파니를 케틀에 붙어있는 북이란 뜻의 ‘케틀 드럼 (Kettle drum)’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팀파니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로 때리다란 의미의 ‘틴파논 (τύμπανον/Tympanon)’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팀파니 (Timpani)’는 이탈리아어로 드럼을 의미하는 ‘팀파노 (Timpano)’의 복수형으로, 오케스트라에서도 한 대가 아닌 여러 대가 다르게 조율되어 연주됩니다.

 

고대 의식이나 군대의 신호, 행진 등을 위해 사용되었던 북에서 탄생한 휴대 가능한 케틀드럼이 17세기 이후 점차 북의 지름과 케틀의 크기가 커지며 현재의 팀파니가 되었는데요. 팀파니가 처음으로 오케스트라에 편성된 것은 이탈리아 출신의 프랑스 음악가 ‘장 밥티스트 륄리 (Jean Baptiste Lully, 1632-1687)’의 5막 서정 비극 ‘테세우스 (Thésée)’입니다. 그 이후에 바흐와 헨델의 작품들에서도 팀파니는 자주 편성되어 금관악기나 합창을 보조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주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극적인 효과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팀파니는 현대 오케스트라에서는 대부분 4대의 팀파니를 한 사람의 팀파니스트가 연주하는데 이를 표준 편성이라 부릅니다. 이 4대의 팀파니는 각각 32인치 (81cm), 29인치 (74cm), 26인치 (66cm), 23인치 (58cm) 의 다른 지름의 헤드를 가지고 있기에 각기 다른 음을 내고 있습니다. 막의 크기와 장력은 서로 반비례하기 때문에 막이 크면 클수록 낮은 음을, 장력이 세면 셀수록 높은 음을 내게 됩니다. 연주자를 둘러싸고 아치형으로 배치하는 팀파니는 보통 왼쪽에서부터 점차 음이 높아지게 배치하지만, 독일어권 팀파니 연주자들은 반대로 오른쪽이 가장 낮은 음역의 팀파니를 배치하기도 합니다. 

타악기 중에 거의 유일하게 오케스트라 스코어에서도 오선을 사용하여 음을 표기하는 악기인 팀파니는 그 크기에 따라 가장 낮은 음인 ‘레 (D2)’에서 ‘도 (C4)’까지 낼 수 있습니다. 또한 헤드를 6개의 나사로 고정시키고 그 장력을 조정하여 음높이를 변하게 할 수 있으며, 그 변화를 빠르게 조정하기 위하여 페달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2대에서 6대까지 작품에 따라 편성할 수 있는 팀파니는 보통 1대가 6개의 음을 낼 수 있는데 보통 튜닝게이지가 달려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페달의 앞부분을 앞꿈치로 누르면 장력이 올라가기 때문에 음이 올라가고, 뒷부분을 뒤꿈치로 누르면 반대로 음이 내려갑니다. 조율은 악기 헤드의 나사들을 하나씩 돌려서 음정을 맞췄으나, 하나의 핸들로 연결되어 조율하거나 페달을 이용해서 조율할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팀파니는 말렛의 종류뿐만 아니라 헤드의 어느 부분을 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소리를 냅니다. 기본적으로 말렛의 타구봉이 크면 그 음색도 크고 깊어지며, 타구봉의 크기가 작으면 얇고 가는 소리가 납니다. 팀파니는 헤드의 ‘막’만의 울림으로 소리가 나는 것이 아니고 케틀 속의 공기의 진동과 막의 진동이 서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헤드의 정 중앙을 치느냐 끝을 치느냐에 따라 그 음색이 크게 차이가 나게 됩니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는 팀파니의 가장자리 가까이를 치는 기본적인‘내추럴 (Natural)’을 비롯하여 건조하지만 큰 소리가 나는 ‘중앙 (Center)’, 음정이 없는 타악기 효과를 위해 헤드의 테두리를 쳐서 소리내는 ‘림 (Rim)’이나 옆면을 쳐서 소리내는 ‘팀파니 보틀 (Timpani bottle)’ 등의 주법이 있습니다. 특히 막에 손을 대거나 천을 덮어 약음기를 쓴 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고전 시대를 대표하는 오스트리아 작곡가 ‘하이든 (Franz Joseph Haydn, 1732-1809)’의 106곡의 교향곡 중 가장 유명한 교향곡으로 손꼽히는 ‘놀람 교향곡 (Symphony No.94 in G Major, Hob:1-94 ‘Surprise’)’는 졸고 있는 관객들을 깨우기 위해 잔잔한 2악장 ‘안단테’의 중간중간에 팀파니를 주축으로 한 모든 악기들이 매우 크게 연주하는 익살스러운 작품입니다. 하이든이 1791년에 작곡한 이 곡에서 팀파니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독어로는 ‘팀파니로 때리는 (Paukenschlag)’ 교향곡이라 불리며 103번 교향곡 ‘큰북연타 (Symphony No.103 E flat Major, Hob:1-103 ‘Drumroll/Paukenwirbel’)과 함께 팀파니를 직접 연주하기도 하였던 하이든의 노련한 팀파니 활용을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팀파니는 마림바와 함께 적극적으로 협주곡으로 많이 작곡되고 있는 악기이기도 한데요. 그 역사가 짧은 마림바와 달리 팀파니는 바로크 시대에 이미 솔로 협주곡이 작곡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또한 다양한 현대 작곡가들이 흥미로운 팀파니 협주곡들을 많이 작곡하였는데요. 그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은 바로 미국의 팀파니스트이자 작곡가 ‘윌리엄 크래프트 (William Kraft, 1923-2022)’가 2005년에 작곡한 ‘팀파니 협주곡 2번 (Cconcerto No.2 for Timpani and Orchestra)’입니다. 솔로 팀파니스트는 15개나 되는 팀파니를 마치 우리나라 전통 북춤인 ‘오고무’를 추듯 빙빙 돌며 쳐야하는 매우 고난이도의 작품입니다.

 

오케스트라에서 절대 빠져서는 안되는 악기이자, 솔로 악기로도 그 다양성을 마음껏 뽐내고 있는 타악기의 왕 ‘팀파니’의 매력에 더욱 깊이 빠지는 계기가 되셨나요? 오케스트라악기 시리즈, 그 열 번째 악기는 어떤 악기가 될지 많이 기대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