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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냥의 클래식 칼럼/브런치 클래식 매거진

영화를 살린 클래식 #98. 영화 '쉰들러 리스트', 바흐 영국 모음곡 2번 중 '전주곡'

by zoiworld 2024.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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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주소는 https://brunch.co.kr/@zoiworld/318 입니다~

 

2차 세계대전 시 홀로코스트 기간에 일어난 잔인한 유대인 학살에 대한 영화 <쉰들러 리스트 (Schindlers List)>는 호주의 작가인 토머스 케넬리 (Thomas Keneally, 1935-)가 실존인물인 오스카 쉰들러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쉰들러의 방주 (Schindlers Ark)>를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1982년 세상에 선보인 <쉰들러의 방주>로 케넬리는 부커상을 수상하였으며, 11년이 지난 1993년 세계적인 영화감독이자 프로듀서인 스티븐 스필버그 (Steven Allan Spielberg, 1946-)에 의하여 영화로 제작되었습니다.

영화 E.T., 죠스, 쥬라기 공원, 인디애나 존스, 백 투 더 퓨처, 라이언 일병 구하기, 매치 미 이프 유 캔 등 셀 수 없이 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스필버그 감독 역시 유대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슈렉 등을 탄생시킨 드림웍스의 공동창립자로 영화계에 현존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위대한 감독 중 한 명인 그는 홀로코스트 (Holocaust), 즉 천만명이 넘는 유대인과 장애인, 동성애자 등 민간인들을 수용소에 집단으로 수용하고 학살한 인류의 비극을 흑백으로 담아냈습니다.

 

이 영화는 독일의 사업가로 나치들에 의하여 수감된 많은 유대인들의 목숨을 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실존 인물 오스카 쉰들러 (Oskar Schindler, 1908-1974)와 나치 친위대 장교이자 영화의 배경이 된 폴란드 크라카우-프와슈프 강제 수용소의 지휘관이었던 아몬 레오폴트 괴트 (Amon Leopold Goeth, 1908-1946)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제목인 쉰들러 리스트는 말 그대로 쉰들러가 만든 유대인 명단으로, 그가 유대인들을 자신의 공장에 취직시키는 방법으로 그들을 살리기 위한 명단을 뜻하고 있습니다.

 

영화 <테이큰>, <스타워즈>, <레 미제라블> 등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선보인 북아일랜드 출신의 배우 리암 니슨 (Liam John Neeson, 1952-)가 주인공인 쉰들러 역을 맡았으며,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악의 축인 볼드모트 역을 비롯하여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잉글리쉬 페이션트>, <킹스맨> 등에 비중있는 역할을 맡았던 영국의 배우 랄프 파인스 (Ralph Nathaniel Twisleton-Wykeham-Fiennes, 1962-)가 악랄한 수용소장 괴트 역을 맡았습니다. 또 영화 <마하트마 간디>, <셔터 아일랜드>, <정글북>, <아이언맨 3> 등에 등장한 인도계 잉글랜드 배우 벤 킹즐리 경 (Sir Ben Kingsley, 1943-)이 쉰들러를 돕는 유대인 회계사 이차크 슈텐 역을 맡았습니다.

 

영화는 독일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가 1939년 나치에게 점령당한 폴란드로 오며 시작됩니다. 그는 나치당에 입당하고 임금을 줄 필요가 없는 유대인을 자신의 공장에 이용하려 합니다. 그러나 유대인 회계사 이차크 슈텐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고, 또 독일군들의 만행을 보며 점차 유대인들과 폴란드인들을 구출하려는 데에 자신의 공장을 이용하기 시작합니다. 독일군의 만행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크라카우 수용소의 소장이었던 아몬 괴트의 하루 일과로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아침 식사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다는 이유나 심지어 아무 이유 없이 자신의 방 발코니에서 보이는 일하고 있는 유대인을 총으로 쏴 죽이며 하루를 시작하곤 하였습니다. 또 한 명의 유대인이 탈출하면 같은 수용소 방에 있는 나머지 사람들을 모두 죽이는 등의 학살을 아무렇지 않게 저질렀으며, 그렇게 죽인 500명이 넘는 유대인들의 시체를 자신의 애완견들에게 먹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크라카우의 살인자라고 불리던 괴트가 19433, 유대인들의 거주지역인 게토 (Ghetto)에 무자비한 학살을 가한 사건이 영화에 상세하게 등장합니다. 영화에서 쉰들러는 이러한 학살의 순간을 목격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군수품 공장에서 일할 노동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장교들에게 뇌물을 주고 천명이 넘는 유대인들을 구하게 됩니다.

 

잔인하기 그지없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나치당의 당원이었던 쉰들러는 자신이 구한 유대인들과 이별을 하기 전 자신이 가진 거의 유일한 것이라 할 수 있는 반지를 손에서 빼서 울며 이 것을 팔았다면, 차를 팔았다면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울부짖습니다. 그러나 이미 쉰들러는 자신의 모든 재산을 팔아 수많은 유대인들을 구한 후였죠. 이차크 슈텐은 그러한 쉰들러를 탈무드에 나오는 명언으로 위로합니다. 한 사람을 구하는 것이 바로 세계를 구하는 것이라고..

 

게토가 독일군에게 처참하게 짓밟히고 유대인들이 학살당하는 장면에 클래식 음악이 하나 등장하는데요. 바로 밖의 잔인함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은 한 피아노가 있는 집에서 독일인 장교가 연주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음악입니다. 이 음악을 듣고 있던 독일군들은 서로 이렇게 질문합니다.

이게 무슨 음악이지? 바흐?

아냐, 모차르트야

 

무고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질문보다 무표정하게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교의 음악이 더 궁금해하던 인간성의 상실이 적나라하게 느껴지던 이 장면에 연주된 음악은 바로 독일의 바로크 작곡가 바흐 (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가 건반을 위하여 작곡한 영국 모음곡 2<전주곡>입니다. 바흐는 하프시코드를 위한 6개의 영국 모음곡 (Englisch Suites for Harpsichord, BWV. 812-1817)을 작곡하였는데요. 건반을 위한 19개의 모음곡 중 이 6개의 모음곡만이 영국 모음곡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신빙성이 있는 것은 그 전의 프랑스 모음곡의 전통에서 벗어나 각 모음곡에 전주곡을 포함시켰다는 설과 영국인의 의뢰로 작곡되었다는 설입니다.

 

1715년에서 1720년 사이에 작곡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영국 모음곡 2번 가단조 작품번호 807(Suite No.2 in a minor, BWV.807)1악장 전주곡 (Prelude), 2악장 알레망드 (Allemande), 3악장 쿠랑트 (Courante), 4악장 사라방드 (Sarabande), 5악장 부레 (Bourree) 12, 그리고 6악장 지그 (Gigue)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바흐의 영국 모음곡 2 중 첫 곡인 전주곡은 하프시코드로 표현할 수 있는 매우 깔끔하고도 정갈한 음악을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영화 속에서 이 곡은 피아노로 연주되며 더욱 무심하고도 표정 없는 장교의 연주가 마치 그가 입은 군복처럼 깔끔하지만 서늘하고도 매섭게 흘러나오는 것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

 

게토의 잔인함을 극대화 시켜주고 인류애의 상실을 소름끼치도록 냉정하게 표현되도록 도와주고 있는 음악인 바흐의 영국 모음곡 2번 중 전주곡을 영화 쉰들러리스트와 함께 감상하시며,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우리의 마음에도 서늘하게 되새기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