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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냥의 클래식 칼럼/삼성 7기 칼럼(完)

2014년 10월 #8.지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

by zoiworld 2015.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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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8.지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

 

https://www.familysamsung.com/nonmember/familycolumn_show/18498?page=19&perPage=10&sort=id&order=desc

 

 

 

 

안녕하세요.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죠?

전 어제 인천에서 연주 끝나고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 타이어가 펑크 나서

갓길에서 30분 가까이 추위를 제대로 느꼈답니다..

소달구지 같은 렉카차를 타고 기흥까지 오는 색다른 경험을 하긴 했지만요..^-^;;;

나름 스펙타클한 시트콤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하하~~무한 긍정~~!

 

 

가을이라 센티멘탈해지는 요즘,

낙엽을 밟으며 고독을 즐기며 들을 수 있는 클래식 음악 중 최고봉인

지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에 대해 칼럼을 써보겠습니다.

 

 

 

<하이페츠의 음반 표지, 출처: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145BE0434FFC311020>

 

 

 

지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

굉장히 웅장하고 거대해 보이는 이 제목은 제가 멋대로 갖다 붙인 게 아니라

90년대 러시아 출신 명바이올리니스트 야샤 하이페츠(Jascha Heifetz,1901~1987) CD

홍보하던 문구랍니다.

 

 

오늘 소개시켜드리려는 그 지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은 바로 샤콘느 입니다.

물론 CD에서의 지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은 비탈리의 샤콘느였지만

전 오늘 비탈리의 샤콘느와 바흐 샤콘느 두 곡을 모두 지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으로 소개시켜드리려 합니다.

 

 

 

샤콘느(Chaconne)

샤베트도 아닌 샤콘느는 뭘까요?

샤콘느, 혹은 치아콘나(Ciacconna)로 불리는 음악은

16세기 경에 라틴 아메리카에서 스페인으로 넘어온 아주아주 느린 춤곡이랍니다.

비장하고 슬픈 분위기와는 달리 춤곡이라니 의외죠?

 

샤콘느는 왈츠처럼 3박자이긴 하지만 매우 느린 3박자이고 우리가 아는 3박자는 강약약의 박자이지만

샤콘느는 비엔나 왈츠나 탱고처럼 두번째 박에 강이 들어가는 약강강의 곡이예요.

 

 

 

 

 

<바로크 샤콘느 춤, 출처:http://youtu.be/WaK0wYF5AEI>

 

 

 

위의 동영상을 보면 춤곡같죠??^^

이 샤콘느는 프랑스 남부와 스페인에서 유행한 춤곡에서 시작되어서

바로크 시대에 유행하던 기악 모음곡들의 하나로 자리잡게 된답니다.

 

샤콘느처럼 춤곡에서 시작돼서 기악곡으로 자리잡은 양식에는

우리가 잘 아는 미뉴엣(Menuette)을 비롯,

알레망드(Allemande, 4박자의 프랑스 춤곡),

사라방드(Sarabande, 3박자의 매우 느린 춤곡),

지그(Gigue, 4박자의 영국 춤곡),

쿠랑트(Courante, 3박자의 프랑스 춤곡) 등이 있어요

 

 

또 샤콘느는 보통 고음이 멜로디와 주제를 연주하는 것과 달리

낮은 음이 주제를 이끌어 간답니다.

그 위에서 고음이 각종 변주와 기교를 통해서 음악을 꾸며주고 있구요.

 

 

샤콘느는 17,18세기의 바로크 시대에 연주된 음악 양식이지만

20세기 넘어서도 많은 작곡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장르(?!)랍니다..

 

 

<샤콘느 스텝, 출처 :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110EDD474E70C9830C> 

 

 

 

이 샤콘느 중 가장 유명한 곡 2곡이 바이올린 곡이라는 것!

 

그 중 한 곡이 바로 서양 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곡 중의 하나라

후세 음악가들로부터 높게 평가되는 바흐샤콘느입니다.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조만간 바흐와 그의 아버지, 그의 아들들에 대해 다뤄보려 하기 때문에

오늘은 짧게 바흐에 대해 다루고 넘어가려 합니다.

 

 

<바흐의 초상화, 출처: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6/6a/Johann_Sebastian_Bach.jpg> 

 

 음악의 아버지로 유명한 Bach의 집안은 200년 넘게 50명이 넘는 음악가를 배출한 음악가 집안인데요.

그 중 우리의 바흐는 음악의 어머니인 헨델과 함께

바로크 시대의 양대 산맥이였던 작곡가이자 오르가니스트였죠.

 

바흐는 마태 수난곡, 요한 수난곡,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소나타와 파르티타,

첼로 솔로를 위한 Suite, 브란덴 부르크 협주곡,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등 셀 수 없이 많은 곡을 작곡했죠.

 

그 중 오늘 다루려고 하는 샤콘느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소나타와 파르티타 중

파르티타 2 D단조, BWV(Bach Werkverzeichnis, 바흐 작품 번호) 1004 5번째, 마지막 곡입니다.

 

 

 

 

<노년의 하이페츠가 연주하는 바흐의 샤콘느, 출처: http://youtu.be/6q-Zqz7mNjQ>

 

 

 

파르티타(Partita)는 위에서 언급했듯 춤곡들을 모아 엮은 모음곡집을 뜻해요.

 

바흐의 파르티타 2번은 전 곡을 모두 갖추지 않은 파르티타 1번과 달리 모두 5곡이 묶여있는데

 

1. 프렐류드(Prelude, 오프닝곡이죠)

2. 쿠랑트

3. 사라방드

4. 지그

5. 샤콘느

..로 이뤄져있어요.

 

바흐는 굉장히 신앙심이 강했던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파르티타는 그의 신앙심을 표출한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곡 속에는 바흐의 절규가 스며져 있답니다.

 

 

 

<바흐의 육촌이자 첫번째 부인이였던 마리아 바바라 바흐 (Maria Barbara Bach, 1684~1720)

출처:

http://dhslove.wordpress.com/2012/10/30/%EA%B0%80%EC%9D%84-%EB%B0%94%ED%9D%90%EC%9D%98-%EC%83%A4%EC%BD%98%EB%8A%90bach-chaconne%EC%97%90-%EB%B9%A0%EC%A7%80%EB%8B%A4/> 

 

 

 

1720년 바흐는 지금의 명성과 달리 찢어지게 가난했으며

그의 아내였던 마리아 (Maria Barbara), 는 위의 그림과 달리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았답니다.

 

바흐는 원래 돈을 벌기 위해 작곡이나 연주를 하지 않는 작곡가였으나

병든 아내의 치료비를 위해 연주 여행을 떠났답니다.

 

하지만..

바흐가 연주여행을 마치고 돌아오기 3일 전,

13년간 바흐 옆에서 7명의 자녀를 양육했던 그의 첫째 부인인 마리아는

이미 숨을 거뒀고,

 

바흐는 그녀의 임종을 지키지도 못한 채

제대로 된 장례식도 치르지 못하고 땅에 묻혀버린 아내의 무덤만을 마주하게 되었답니다.

 

처음에 바흐는 죽은 아내를 위해 레퀴엠(진혼곡)을 작곡하려 했으나

레퀴엠은 예수의 죽음과 부활에 관한 내용이였기 때문에 샤콘느를 작곡하게 되었다고 해요.

 

 

이 곡은 크게 3파트로 나눠집니다.

슬펐다가-좀 즐거워졌다가-다시 슬퍼진답니다.

 

첫번째 파트는 지상으로 쫓겨난 천사의 노래,

두번째 파트는 천사가 다시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모습,

세번째 파트는 다시 땅으로 내려와 영원함을 원하는 인간적인 천사의 뒷모습을 표현하기 때문에

바흐의 샤콘느는

영원으로의 끝없는 비상이라 이름 붙여지기도 했답니다.

 

 

 

 

<시게티가 연주한 바흐의 샤콘느, 출처:http://youtu.be/KV1VSQ0XXWQ>

 

 

 

그러나

첫번째 파트는 아내의 죽음에 울부짖는 바흐의 모습,

두번째는 죽음까지 수용하려는 바흐의 마음,

마지막으로 슬픔이 다시 돌아오지만 첫 파트의 절규가 아닌,

속으로 삼키고 있는 그의 비통한 마음을 표현하기에

 

이 샤콘느 또한 지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에 더 어울리지 않을까요?

 

 

 

바흐의 샤콘느는

12-14분동안 바이올린 혼자서 이끌어가야 하는 고난위도의 곡이라

 모든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두려워하면서도 꼭 정복!하고 싶어하는 곡이기도 하답니다.

오죽하면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시게티(Josef Szigetti, 헝가리, 1892-1973)

평생 이 곡을 연구했다고 하더군요.


바흐의 샤콘느는 다른 여러 작곡가들에게 편곡이 되었는데

가장 유명한 편곡 버전은

이탈리아 토스카나 출신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부조니(Ferruccio Busoni, 1866~1924)

피아노를 위해 편곡한 버전입니다.

 

 

하지만 제가 오늘 알려드릴 곡은

스승(슈만)의 아내를 사랑했던 브람스가 편곡한 샤콘느입니다.

 

 

 

 

<폴란드 출신의 피아니스트 짐머만(Krystian Zimerman, 1956~)이 연주하는 브람스의 왼손을 위한 샤콘느

출처:http://youtu.be/91KBiPlit-Y>

 

 

 

브람스는 클라라 슈만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샤콘느에 대해 이렇게 썼는데요.

 

 

샤콘느는 제게 있어 가장 경이롭고 신비한 작품 중 하나예요.

그 작은 악기(바이올린)을 위해 바흐는 그의 심오한 사상과 엄청난 감정을 표현했어요.

제가 만약 어쩌다가 영감을 받아 이런 곡을 썼다면

아마 땅이 흔들리는 벅찬 흥분과 감동으로 미쳐버리고 말았을거예요.

(http://blog.daum.net/jumaria/981 인용)

 

 

유명한 작곡가 슈만의 부인인 클라라 슈만 역시 굉장히 유명한 피아니스트였는데

힘든 연주 일정으로 오른손을 쓰지 못할 정도가 되었을 때

브람스는 그녀를 위해 왼손을 위한 바흐 샤콘느를 만들었답니다.

 

그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느껴지시나요?^^

 

 

 

 

두번째 다룰 샤콘느는 바로 지상에서 가장 슬픈 곡으로 별명 지어진

"비탈리"의 "샤콘느"입니다.

 

 

 

<비탈리의 초상화, 출처:http://www.peter-sheppard-skaerved.com/wp-content/uploads/2012/03/Tomaso+Antonio+Vitali+Tomaso_Antonio_Vitali.jpg>

 

 

 

 

토마소 안토니오 비탈리(Tomaso Antonio Vitali)

바흐보다 22년 먼저인 1663년에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태어난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였답니다.

 

그는 볼로냐 아카데미아 필하모니(Accademia Filarmonica di Bologna)를 창설한 사람 중 하나였으며

모데나(Modena, 이탈리아 북부 도시) 궁정의 수석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했답니다.

 

비탈리는 많은 곡을 작곡했으나 전해지는 작품은 거의 없어요.

 

또 모르죠.

어느 순간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이태리 어느 시골의 도서관에서 무더기로 발견되었듯

비탈리의 작품 또한 도서관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다

어느 순간 우리 앞에 나타날지도..

 

비탈리의 샤콘느는 그가 작곡한 것이 맞다 아니다란 논쟁이 아직까지 이뤄지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바로크 시대의 작품과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서정적이고 강렬한 음악이고

자필 악보도 없으며

그 곡 외에 비교할만한 다른 작품이 없어서랍니다.

 

 

 

<페르디난드 다비드의 초상화, 출처: http://www.nromusic.com/NRO/wp-content/uploads/2013/05/Ferdinand_david1.jpg>

 

 

 

어쨌든 1867,

비탈리가 죽은지 150년이 지난 해에

독일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페르디난드 다비드(Ferdinad David, 1810~1873)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편곡, 발표하며

원래 이 곡의 작곡가는 비탈리입니다.

라고 밝혔답니다.

 

뭐....

아니란 자료도 없으니 여전히 비탈리의 샤콘느로 불리고 있죠^^;;;;;;;;

 

 

 

<하이페츠가 연주하는 비탈리 샤콘느, 출처: http://youtu.be/97xlBipnzG8>

 

 

 

이 곡은 처음 샤콘느에 대한 설명을 할 때 알려드렸던 샤콘느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답니다.

 

피아노, 파이프 오르간, 오케스트라 등 반주를 맡은 파트가 긴 저음으로 골격을 만들어요.

골격들이 전체 주제를 이끌어가고 있고

 

독주인 바이올린은

슬러 스타카토(활을 한 방향으로 쓰며 멈췄다 다시 가는 것을 반복해 연속적인 스타카토를 하는 것),

스피카토(활을 튕기는 것),

더블 스탑(두 손가락 이상을 짚고 화음을 내는 것)

더블 트릴(화음을 모두 트릴로 연주하는 것)

같은 화려한 기교를 사용해서 변주한답니다.

 

 

비탈리의 샤콘느는

바이올린 독주에 피아노 반주로 연주 되는 것은 물론,

파이프 오르간, 오케스트라 등의 반주로 편곡, 연주되는데요.

 

 

전 내년 3 7

제 귀국 독주회에서 파이프 오르간과 함께 이 비탈리 샤콘느를 연주할 예정인데

영산아트홀에서 1부 마지막을 장식할 이 곡의

웅장하면서도 열정적인 모습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답니다^^

 

(물론 원하시고 시간이 되시는 분들께서는 메일이나 홈페이지로 문의 주시면 초대권 보내드리겠습니다..ㅎㅎ)

 

 

 

비탈리의 샤콘느는

비탈리와 같은 볼로냐 출신의 작곡가 레스피기(Ottorino Respighi, 1879~1936)

바이올린 독주와 현악 오케스트라, 오르간 버전으로 편곡을 하기도 했답니다.

 

 

 

<오스트리아 출신 화가 존 아담스(John Quincy Adams, 1874~1933)의 샤콘느, 첼리스트와 소녀,

출처:http://www.poster.net/adams/adams-chaconne-cellist-und-maedchen-9700620.jpg>

 

 

 

샤콘느란 장르는

바흐와 비탈리의 이 두 샤콘느 외에도

 

영국의 비올리스트이자 작곡가였던 벤자민 브리튼(Benjamin Britten, 1913~1976)

영국 출생의 바로크시대 작곡가였던 퍼셀(Henry Purcell, 1659~1695)

세대의 바이올린과 바소 콘티누오(Basso Continuo, 통주저음, 연속되는 베이스)를 위한 샤콘느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해 재해석한 샤콘느,

 

덴마크 지휘자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이며 작곡가였던 닐센(Carl Nielsen, 1865~1931)이 작곡한 샤콘느

 

등 여전히 많은 작곡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답니다.

 

 

 

 

깊은 슬픔을 안고 있는 바흐의 샤콘느와 비탈리의 샤콘느,

바이올린이 표현할 수 있는 지상에서 가장 슬픈 이 두 음악으로

깊어가는 가을을 느껴보는 시간이 되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늘 그렇듯 www.soipark.nettschiny@hanmail.net 은 여러분의 관심을 기다린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