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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냥의 클래식 칼럼/삼성 명예 칼럼(完)

2015년 3월 #14. 남미의 블랙박스, 작곡가 빌라 로부스와 아리아

by zoiworld 2015.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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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14. 남미의 블랙박스, 작곡가 빌라 로부스와 아리아

 

https://www.familysamsung.com/nonmember/familycolumn_show/19346?page=9&perPage=10&sort=id&order=desc

 

 

 

 

 

 

안녕하세요. 한 달에 한번씩은 칼럼을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는 쏘냥입니다. 우선 제 귀국 독주회에 와주신 많은 독자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독주회가 끝나면 시간 여유가 있어 마음 잡고 칼럼을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독주회가 끝나고 2일 뒤에 연주, 또 내일모레인 금요일에도 6명의 미녀(?!) 바이올리니스트들이 한 작곡가에 대한 곡들만 연주하는 릴레이 기획 연주회에 함께 하게 되어 정신이 없네요.

 

하지만 한 분이라도 기다리는 분이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오늘 제 독주회 프로그램 중 저와 피아니스트를 제일 괴롭혔던 곡과 이 곡을 작곡한 브라질 작곡가에 대해 칼럼을 써보려 합니다.

브라질 화폐 "REAL(헤알)"에 그려진 빌라 로부스, (이미지 출처 : 구글)

 

세계 기호학회 회장이자 음악 기호학의 권위자인 핀란드의 음악학자 에로 타라스티 (Eero Tarasti, 1948~)가 분석하기 힘든 매력과 완성도 때문에블랙 박스라는 별명을 붙였던 이 곡은 바로 브라질의 작곡가 빌라 로부스의 칸틸레나(아리아) 입니다.

 

핀란드의 음악학자 에로 타라스티 (Eero Tarasti, 1948~). (이미지 출처: 구글)

 

브라질의 작곡가 헤이토르 빌라 로부스 (Heitor Villa-Lobos, 2005년 포르투갈어에 의한 외래어 표준법의 제정이 이뤄지며 빌라 로보스가 아닌 빌라 로부스가 맞지만 둘 다 쓰이고 있어요) 1887년 브라질의 예수상과 카니발로 유명한 리오 데 자네이로(Rio de Janeiro)에서 태어났어요. 

 

리우 데 자네이로의 전경, (이미지 출처 : 구글)

 

스페인 이민자 출신 도서관 사서이자 아마추어 음악가였던 아버지 라울(Raul)에게서 음악의 기초를 배운 빌라 로부스는 그가 11세가 되던 1899년 부친을 여의고 까페에서 첼로를 연주하며 생계를 이어갔었습니다.

 

요요마의 연주로 들어보는 빌라 로부스의 합창 5번 브라질의 영혼 (Alma Brasiliera) (출처 : 유튜브)

 

1905 17세가 된 빌라 로부스는 브라질의 전통 음악을 연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났고 1907년 리오 데 자네이로의 국립 음악원 (National Conservatory)에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답니다. 하지만 그는 민족주의 음악에 깊이 빠져있었고 그렇기에 바로크, 고전 등 클래식의 기본 형태에 브라질 민속 음악의 특색을 접목시키는데 집중했어요.

 

빌라 로부스의 부인 루실리아 (이미지 출처:구글)

 

그렇게 몇 번의 아마존 깊은 오지로의 전통 음악 채집 여행을 떠났던 빌라 로부스는 1913년 피아니스트였던 루실리아 기마라에스 (Lucilia Guimaraes, 1886~1966)를 만나 결혼을 하였습니다. 2년 후 그가 27세가 되었을 때 음악회에서 그의 음악을 발표하며 작곡가로 데뷔했어요. 그 때 센세이션을 일으키게 된 그만의 독특한 음악 스타일은 1923년 빌라 로부스가 국비로 파리에서 유학을 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답니다.

 

젊은 시절의 빌라 로보스, (이미지 출처 :구글) 

 

1930년 모두의 환대를 받으며 귀국한 빌라 로부스는 조국을 대표하는 음악 교육자로, 빌라 로부스 관현악단, 합창단을 창설하였으며, 어린 학생들을 위한 학교용 민요를 수집하는 등 브라질의 음악 환경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했어요.

 

Turibio Santos가 연주하는 기타를 위한 12개의 연습곡 중 1~5 (출처: 유튜브)

 

빌라 로부스는 국제적 명성을 얻었으며 그의 작품 활동은 굉장히 활발했는데 편곡한 작품을 작품 번호에 넣느냐 넣지 않느냐에 따라 800~2000편까지의 작품을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 대부분의 곡들은 기타 곡에 집중되어 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곡은 위에 올려놓은 1929년 작품인 “12 Etude”입니다.

 

스페인의 기타리스트 세고비아 (이미지 출처: 구글)

 

빌라 로부스와 친분이 깊었던 스페인의 기타 연주자 세고비아(Andres Segovia, 1894~1987)는 이 연습곡을 이탈리아 작곡가 스카를라티(Giuseppe Domenico Scarlatti, 1685~1757)와 폴란드 작곡가 쇼팽(Frederic Francois Chopin, 1810~1849)의 피아노 연습곡과 비교하며 기타의 연주 테크닉을 증진시키기 위해 정말 중요한 곡이지만 또한 연주곡으로서도 나무랄 것 없는 완벽한 곡이라 평가했답니다.

 

 

브라질 화폐 뒷면 (이미지 출처: 구글)

 

그러나 빌라 로부스의 최고의 작품은 바로 브라질 풍의 바흐 5(Bachianas Brasileiras No.5)” 이겠죠? 빌라 로보스는 음악의 아버지 바흐의 음악에 심취해 모든 인류를 잇는 줄은 바로 바흐의 음악이란 믿음을 가졌어요. 1930년부터 1945년까지 바흐의 푸가에서 뼈대인 대위법 양식을 받아와 브라질 민요의 특징과 리듬을 통해 살과 영혼을 붙여서 브라질 풍의 바흐 9곡의 모음곡을 완성시켰어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에서.. (출처: 유튜브,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그 중 5번 모음곡 중 첫 곡인 칸틸레나(Cantilena)가 바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밀애”, “정사 및 각종 드라마나 CF 등의 배경 음악으로 쓰이며 우리 귀에 익숙해졌으며 저와 제 피아노 반주자를 독주회 준비기간 내내 괴롭혔던 곡, “블랙박스 입니다. 1938년 발표된 이 칸틸레나(Cantilena)는 작은 가곡 이란 뜻의 이태리어이며 이 작품 역시 빌라 로부스 특유의 몽환적이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겨납니다.

 

칸틸레나의 작사를 한 소프라노이자 여류 시인이엿던 루트 코레아 (이미지 출처: 구글)

 

이 곡의 전반부와 마지막은 보칼리제(Vocalise)로 작곡되었어요. 보칼리제는 가사가 없이 아아~” 우우~”로만 부르는 창법을 뜻합니다. 이 곡의 중반부에는 이 작품을 처음 불렀던 브라질의 여류 시인이자 성악가였던 루트 코레아 (Ruth Valdares Correa, 불명)의 시가 읊어집니다.

 

브라질 출신 소프라노 시야오 (Bidu Sayao, 1902~1999)의 칸틸레나 전곡 (출처: 유튜브)

 

“Tarde uma nuvem rósea lenta e transparente.
Sobre o espaço, sonhadora e bela!
Surge no infinito a lua docemente,
Enfeitando a tarde, qual meiga donzela
Que se apresta e a linda sonhadoramente,
Em anseios d’alma para ficar bela
Grita ao céu e a terra toda a Natureza!
Cala a passarada aos seus tristes queixumes
E reflete o mar toda a Sua riqueza…
Suave a luz da lua desperta agora

A cruel saudade que ri e chora!
Tarde uma nuvem rósea lenta e transparente
Sobre o espaço, sonhadora e bela!”

 

저녁, 아름답게 꿈꾸는 허공에 투명한 장미빛 구름이 한가로이 떠있네.

 

달은 달콤하게 땅거미를 수놓고 있네.

꿈꾸듯 어여쁜 화장을 한 아가씨처럼..

온 세상은 하늘과 땅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달의 불평에 모든 새들은 침묵하네.

그리고 바다는 달의 광채만을 반사하고 있네.

부드럽게 빛나는 달은 이제 막 깨어났고,

잔인한 고통은 웃음과 울음 소리조차 잊었네.

 

저녁, 아름답게 꿈꾸는 허공에 투명한 장미빛 구름이 한가로이 떠있네..

 

식민지의 고통과 울분이 꾹꾹 눌려져서 초월해버린 듯한 이 곡은 브라질 특유의 열정이 넘쳐 흐르지만 그 속에서도 기괴할 정도로도 슬프고도 에로틱한 선율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인의 피에 흐르는 한과도 묘하게 닮아있기에 애처로우면서도 아름다운 멜로디로 우리를 다독여 줍니다.

 

이 칸틸레나는 빌라 로부스가 그의 뮤즈(Muse, 음악의 여신)이자 애인이였던 민딘하(Mindinha)에게 바친 곡입니다. 빌라 로부스의 일생에서는 두 여성이 함께 했는데 그 중 한명이 위에서 언급한 그와 1913년에 결혼한 피아니스트 루실리아이고, 또 다른 한명이 바로 1930년 이후 거의 모든 작품을 헌정받은 아르민다 네베스 달메이 (Arminda Neves d'Almeida, 1912~1985)입니다.

 

 

빌라 로부스와 민딘하의 오붓한 모습 (이미지 출처 : www.music.indiana.edu)

 

이 아르민다의 별명이 "민딘하"였는데 빌라 로부스가 자신의 부인이였던 루실리아와 죽을때까지 이혼을 하지는 않았지만 민딘하는 빌라 로부스의 비서이자 애인, 뮤즈의 역할을 하며 빌라 로부스가 사망할 때까지 그의 곁을 지켰으며 그가 죽고난 후 그의 성을 이어 받아 아르민다 빌라 로부스로 개명한 후 그를 기념하는 일에 평생을 바쳤어요.

 

빌라 로부스의 교향곡 10 Amerindia, (출처: 유튜브)

 

빌라 로부스는 이 곡 외에도 교향곡 10아마존 유역(Amerindia)”, 기타 협주곡, 가곡 브라질의 세레나데등 다양한 곡을 작곡하였으며 1959년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세상을 떠난 후에도 전 세계에 브라질뿐만 아니라 라틴 아메리카, 남미란 신세계의 새로운 음악을 개척한 선구자로 칭송받고 있습니다.

 

다음 4월에 선보일 칼럼에서는 봄을 맞이하여! 봄에 어울리는 다양한 음악들에 대해 까발려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그렇듯 질문, 연주 일정 등의 문의는 tschiny@hanmail.net 이나 www.soipark.net 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