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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 개봉된 영화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The Fall)’은 감각적인 뮤직비디오나 CF를 주로 제작하였던 인도 출신의 영화 감독 ‘타셈 싱 (Tarsem Singh, 1961-)’이 연출을 맡았던 판타지 모험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1981년에 제작된 불가리아 영화 <요호호 (Yo ho ho)>의 리메이크 작으로 영화 <호빗>, <트와일라잇: 브레이킹 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에 출연한 배우 ‘리 페이스 (Lee Pace, 1979-)’가 주인공인 ‘로이 워커’, 그리고 루마니아 출신의 아역 배우 ‘카틴카 운타루 (Catinca Untaru, 1997-)’를 또 다른 주인공인 5세의 ‘알렉산드리아’를 맡았습니다.
아쉽게도 개봉을 처음 하였던 해에는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았고 영상미의 수준이 매우 높았음에도 여러 이유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하였으나, 이미 제작때부터 4K로 제작된 이 영화는 2024년 연말 ‘디렉터스 컷’으로 새롭게 영화관에 오르며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이 영화는 큰 스크린의 영화관에서 봐야하는 CG없이 올 로케이션으로 제작된 영화라는 입소문을 타며 영화의 장소를 찾는 데만 18년이 걸렸다는 감독의 말이 수긍이 되는 압도적인 영상미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1915년, 스턴트맨인 로이 워커는 크게 다쳐 어쩌면 반신불구로 살아야 한다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사랑하는 여자친구도 잘나가는 배우에게 빼앗기고 삶을 이어갈 의지조차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어느 날 그의 병상으로 암호가 가득한 편지 한 장이 날아옵니다. 바로 루마니아의 이민자 소녀 알렉산드리아가 간호사 애블린에게 보낸 편지가 바람에 날려 병상으로 떨어진 것이죠. 오렌지 나무에서 오렌지를 따는 일을 하던 알렉산드리아는 왼팔을 크게 다쳐 깁스를 하고 입원 중이었는데요. 로이는 알렉산드리아에게 재미있는 모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합니다.
오디어스에게 쌍둥이 형제 블루 밴디트가 죽임을 당한 블랙 밴디트가 주인공인 이 이야기에서 블랙 밴디트는 로이를 대변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오디어스에게 복수를 꿈꾸는 폭파 전문가 루이지, 인도인 전사, 찰스 다윈, 흑인 노예였던 오타벵가, 그리고 주술사까지 이렇게 여섯 명의 복수자들이 오디어스를 추적하는 이야기는 알렉산드리아의 상상 속에서 현실 속 인물들인 오렌지 농장의 일꾼들이나 병원 직원들이 분장하여 전개됩니다. 사실 이 모든 이야기는 로이가 알렉산드리아를 꼬득여 그녀가 자신이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모르핀을 가져오게 만드는 계략입니다. 로이 때문에 죽을 뻔한 그녀에게 절망적인 결말을 이야기하는 로이이지만, 알렉산드리아의 간청으로 로이는 죽음과 절망 대신 삶을 선택하게 되고 모두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흑백 영화의 한 장면처럼 흑백 화면으로 매우 느리게 전개되는 시작 장면부터 영화의 마지막 장면의 엔딩 크레딧과 함께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이 있는데, 그 음악이 바로 베토벤의 교향곡 7번 중 2악장입니다.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은 9개의 교향곡을 비롯하여 수많은 명곡을 우리에게 남긴 음악의 성인인데요. 그가 5번 교향곡 <운명>과 6번 교향곡 <전원>을 함께 완성한 후인 1811년부터 1812년까지 작곡한 교향곡이 바로 ‘교향곡 7번 가장조, 작품번호 92번 (Symphony No.7 in B Major, Op.92)’입니다. 가장 고전적인 모습으로 다시 회귀한 교향곡이라 칭송을 받는 이 곡은 베토벤의 열렬한 후원자였던 ‘모리츠 폰 프리스 백작 (Moritz Christian Johann Reichsgraf von Fries, 1777-1826)’에게 헌정되었습니다.
1악장 ‘포코 소스테누토-비바체 (Poco Sostenuto Vivace)’, 2악장 ‘알레그레토 (Allegretto)’, 3악장 ‘프레스토 (Presto)’, 4악장 ‘알레그레토 콘 브리오 (Allegretto con brio)’로 구성된 베토벤의 교향곡 7번은 얼핏 보면 느린 악장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곡입니다. 하지만 2악장 ‘알레그레토’가 이 작품에서 가장 느린 곡이며, 초연시에도 가장 큰 호응을 받았던 악장입니다. 이 작품에 감동을 받은 바그너는 이 2악장 ‘알레그레토’에 대하여 “불멸의 알레그레토”라 불렀다는 기록이 남아있으며, 슈만은 이 주제를 토대로 변주곡을 작곡하기도 하였습니다. 베토벤의 전기 영화인 <불멸의 연인>에도 등장하여 매우 익숙한 이 음악은 느린 장송 행진곡의 느낌이 들어 있는 곡이기도 합니다. 매우 정적이면서도 열정이 함축되어 있는 명곡이 영화 ‘더 폴’에 등장하며 이 영화의 웅장한 시작과 위대한 끝을 장식하여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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