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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냥의 클래식 칼럼/리뷰 [책 속의 클래식]

리뷰 9월호 - 요제프 겔리네크의 소설 "악마의 바이올린", 파가니니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카프리스 24번

by zoiworld 2017.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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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제프 겔리네크 (Joseph Gelinek, 1758~1825)는 체코에서 태어나 비엔나에서 대부분의 음악 활동과 삶을 살았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입니다. 그는 18세기 가장 위대한 피아니스트로 알려져 있는 요한 알브레흐츠베르거 (Johann Albrechtsberger, 1736~1809)의 제자로 우리에게는 비엔나에서 있었던 명성 높은 국제 콩쿨에서 동시대 음악가였던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과 경합을 벌였으나 지고 말았던 비운의 음악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 다뤄볼 소설 악마의 바이올린 (El Violin del Diablo)의 작가이자 스페인의 피아니스트, 평론가 겸 방송 작가인 막시모 프라데라 (Maximo Pradera, 1958~)는 베토벤 전문가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 때문인지 소설을 쓸 때 필명 역시 이 요제프 겔리네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소설가 요제프 겔리네크, 즉 막시모 프라데라는 베토벤의 미완성 교향곡을 주제로 쓰여진 추리 소설 10번 교향곡 (La decima sinfonia)를 통해 전세계의 주목을 끌게 되었으며 27세의 나이로 죽다 (Morir a los 27) 등 클래식의 미스터리를 접목시킨 추리 소설을 꾸준히 발표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요제프 겔리네크가 쓴 소설 악마의 바이올린 역시 제목처럼 클래식 음악사 속 미신과 신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며 줄거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페인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아네 라라사발은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 오디토리움의 심포니홀에서 열린 연주회에서 파가니니 협주곡 B단조를 협연한 후 초절기교 작품으로 알려져있는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24개의 카프리스 중 가장 난해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 24번라단조를 앵콜로 연주합니다. 그 직후 인터미션 중에 시체로 발견되는 라라사발, 그녀의 가슴에는 악마라는 뜻의 아랍어 Iblis가 피로 그려져 있고 그녀가 소유하고 있던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도 사라져버렸습니다.


이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악마와 거래를 해 인간이 구사할 수 없는 연주 실력을 지녔다는 전설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파가니니가 소유했던 바이올린들 중 하나로 알려져있으며 라라사발 이전에 이 악기를 소유했던 사람들 중 몇명도 기괴한 사고를 겪었으며 그 중 몇명은 목숨을 잃기도 하였던 것으로 알려져있어 의문은 점점 증폭이 되어가고, 우연히 자신의 아들과 함께 이 연주회를 찾았던 페르도모 경위는 살해 현장을 목격하고 이 의문의 살인 사건을 맡게 됩니다.


 


 


하모닉스, 이중 트릴 주법, 왼손 피치카토, 다양한 음색의 스타카토 주법 등을 개척해낸 것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파가니니 (Niccolo Paganini, 1782~1840)는 하루 10시간 이상의 연습을 통하여 화려한 기교를 구사하게 되어 10대 중반에 연주 활동을 다니며 큰 명성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유전자 이상으로 생기는 희귀질환인 앨러스-단로스 증후군 (Ehlers-Danlos Syndrome)와 매독을 앓고 있었던 파가니니는 그 후유증으로 인한 독특한 외모로 인하여 사람들에게 많은 오해를 사게되었는데요. 손가락이 길고 관절 등의 연골조직이 활처럼 크게 휘어지는 이 병 덕분에 화려한 기교를 유연하고 쉽게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을 얻게 되었지만 그 화려한 기교와 함께 퀭한 얼굴, 심한 메부리코 등은 연주할 때 더욱더 음산한 이미지를 풍기게 되었고 그로 인해 사람들은 그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 화려한 연주 실력을 얻었다는 루머를 만들어내었습니다.


 


독일 시인 하이네 (Heinlich Heine, 1797~1856) 또한 1830년 함부르크에서 열린 파가니니의 연주회에서 그를 바이올린을 든 뱀파이어로 표현하였으며 독일의 대문호 괴테 (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 역시 1829년 바이마르에서 있었던 파가니니의 연주회를 보고 그의 기괴한 음악 세계에 관한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파가니니는 이 희귀병과 싸우며 노력을 통하여 최고의 자리에까지 올랐으며, 악마의 하수인이라는 루머까지 자신의 명성과 마케팅에 이용했던 음악가였으나, 악마의 현신이란 이유로 사후에 그의 시신은 오랜 시간 동안 고향의 땅에 묻히지 못하고 이곳 저곳으로 떠돌아다니는 비극을 겪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명성으로 인하여 현재까지도 파가니니의 이 기괴한 삶의 이야기는 다양한 영화나 소설 등의 소재가 되고 있으며 그의 모든 주법들이 망라되어 있는 그의 작품번호 1번 속 24개의 카프리스 작품들은 초절기교의 작품들로 모든 바이올리니스트의 필수 작품이자 언제나 긴장시키는 고난위도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카프리스 전곡 중 가장 유명한 테마를 지니고 있는 파가니니 카프리스 작품번호 1번 중 24번 테마와 바리에이션 가단조 (Caprice for Solo violin, Op.1, No.24 Tema con Variazioni in a minor)는 주제와 11개의 다양한 바이올린연주 주법들로 구성된 바리에이션, 그리고 피날레의 형식으로 작곡된 작품으로 파가니니와 이 작품에 감명받은 리스트 (Franz Listz, 1811~1887), 라흐마니노프 (Sergei Vasilevich Rachmaninov, 1873~1943), 브람스 (Johannes Brahms, 1833~1897) 등의 많은 작곡가들이 이 작품의 주제로 다양한 편성의 곡들을 작곡하였습니다.


 


요세프 겔리네크의 소설 악마의 바이올린 역시 천재 여류 바이올리니스트의 의문의 죽음을 파가니니의 루머와 접목시켜 그려내고 있는데요.


아네 라라사발이 죽기 직전 연주하는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번은 추리 소설 속의 복선 역할을 훌륭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왼손 피치카토 주법으로 멜로디를 연주해야하는 9번째 변주에서 라라사발의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손에서 빠져나가 공중에 떠올랐다 바닥에 떨어질 절체절명의 순간, 오케스트라의 첼로 수석이자 라라사발의 연인인 안드레아 레스칼리오가 잡아내는 해프닝이 일어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요?


그의 손에서 받아 다시 9번 변주부터 연주하기 시작해 무사히 앵콜을 끝낸 라라사발이 그 후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책 속에 스며든 클래식, 요제프 겔리네크의 추리 소설 악마의 바이올린과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카프리스 작품번호 1번 중 24번 테마와 바리에이션 가단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