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리케의 시집, 그리고 후고 볼프의 뫼리케 가곡집 중 '봄에..'
오스트리아 작곡가이며 후기 낭만 음악, 특히 19세기 독일 가곡 “리트 (Lied)”를 완성시킨 작곡가로 알려진 “후고 볼프 (Hugo Wolf, )”는 “괴테 ()”, “하이네 ()”, “미켈란젤로 ()”, “입센 ()”, “아이헨도르프 ()” 등 많은 작가들의 시에 음악을 붙여 가곡집을 발표한 음악가입니다.
후고 볼프는 250곡이 넘는 가곡을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중 대부분을 1888년부터 1891년의 짧은 기간에 작곡하였는데, 하루에 2~3곡씩 작곡하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그가 이 3년의 짧은 시기 동안 가곡 작곡에 전념하게 된 것은 독일의 시인이자 목사였던 뫼리케와의 만남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독일 “슈바벤 (Schwaben, 현재 독일 바에이른 주 서남부 일대와 오스트리아 서부, 스위스 북부를 포함하는 지역)” 출신의 “에두아르트 뫼리케 (Eduard Friedrich Moerike, 1804~1875)”는 수도원에서 자라 목사가 된, 하지만 그 사이의 연애 경험을 통하여 아름다운 서정시를 쓴 낭만파 시인이었습니다.
뫼리케는 소설 “화가 놀텐 (Maler Nolte)”, “프라하로 여행 중인 모짜르트 (Mozart auf der Reise nach Prag)” 등을 저술하였는데요. 그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1838년 발표된 시집입니다.
이 시집은 사랑의 아픔과 기쁨 뿐만 아니라 독일의 목가적인 감성과 전원의 아름다움, 종교와 신화나 요정 이야기까지 뫼리케의 모든 감성이 집대성되어 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뫼리케의 시를 접하게 된 후고 볼프는 1888년 2월 “북잡이 (Der Tambour)”에 곡을 붙인 것을 시작, 11월까지 약 9개월의 시간동안 53개의 시를 바탕으로 작곡을 하였으며 “뫼리케 가곡집 (Moerike Lieder)”란 이름으로 출판이 되었습니다.
53곡의 곡 중 11곡을 관현악 곡으로 편곡하기도 하였던 후고 볼프의 뫼리케 가곡집은 문학적인 면에서 음악에 접근하려 시도하였던 작곡가의 시점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의 운율에 민감하게 따라가는 점이나 시의 형식이나 리듬을 변형시키지 않으려 노력한 부분에서 시와 음악을 융합시키려하였던 후고 볼프의 곡들은 같은 시를 가지고 작곡한 슈만 등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들과는 다른 독특한 방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가곡집 속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후고 볼프만의 독창성 때문일까요?
오늘날 불려지는 후고 볼프의 가곡들은 대부분 이 가곡집에 수록된 작품들이며, 그 중에서도 12번 “은거 (Verborgenheit)”, 10번 “도보 여행 (Fussreise)”, 28번 “기도 (Gebet)”, 17번 “정원사 (Der Gaertner)” 등이 후고 볼프를 대표하는 가곡이자 뫼리케 가곡집에 수록된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뫼리케 가곡집 중 오늘 다뤄볼 가곡은 13번째 곡인 “봄에 (Im Fruehling)”입니다.
Hier lieg' ich auf
dem Frühlingshügel;
die Wolke wird mein
Flügel, ein Vogel fliegt mir voraus.
Ach, sag' mir, all
einzige Liebe, wo du bleibst, daß ich bei dir bliebe!
Doch du und die Lüfte, ihr habt kein Haus.
난 봄의 언덕에 누워있어;
구름이 내 날개가 되고, 새가 나를 앞서 날아가는구나.
아, 나의 하나뿐인 사랑아 내게 말해주오. 그대가 어디에 있든지 난 그대의 곁에 있을테니!
그대와 바람들은 더 머물 집이 없군요..
Der Sonnenblume gleich steht mein Gemüte offen, sehnend,
sich dehnend in
Lieben und Hoffen.
Frühling, was bist du gewillt? Wann werd'
ich gestillt?
내 마음은 해바라기처럼 열려있다오.
사랑과 희망으로 갈망을 끌어당기고 있어요.
봄, 당신은 무엇을 원하나요? 난 언제 멈출 수 있을까요?
Die Wolke seh' ich
wandeln und den Fluß,
es dringt der Sonne
goldner Kuß mir tief bis in's Geblüt hinein;
die Augen,
wunderbar berauschet, tun, als schliefen sie ein,
nur noch das Ohr
dem Ton der Biene lauschet.
난 구름이 떠다니는 걸 볼 수 있어요.
구름은 해에게 금빛 입맞춤을 하며 내게 깊숙히 들어오죠.
눈과 마법같이 놀라운 일들,
그녀는 잠들었으나 내 귀에는 여전히 벌들이 윙윙거리는 소리들이 들리고 있어요.
Ich denke Diess und
denke Das,
ich sehne mich, und
weiß nicht recht, nach was:
halb ist es Lust,
halb ist es Klage:
mein Herz, o sage,
was webst du für Erinnerung
in golden grüner Zweige Dämmerung?
--Alte unnennbare
Tage!
나는 이 생각도 저 생각도 들고 있어요.
난 동경하고 있어요. 무엇에 대한 동경인지는 알 수 없지만..;
기쁨이 반이고, 비탄이 반이네요;
오 내 심장아, 말해다오.
무엇이 금빛 녹색 가지로 당신의 황혼의 기억을 움직이나요?
--오래된 이름 붙일 수 없는 날들아!!
“봄에”는 후고 볼프의 다른 곡들에 비해 유명세는 덜하지만, 독일의 유명한 바리톤 성악가인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 (Dietrich Fischer-Dieskau, 1925~2012)”가 1956년부터 1965년까지 노래한 작품들을 모아 발매한 뫼리케 가곡집에 수록된 28곡 중 하나로 알려지며 관심을 받게 되었으며, 아름다운 봄의 햇살을 뫼리케의 온화하고도 편안한 시와 후고 볼프의 잔잔한 멜로디로 만끽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아름다운 봄이 따사로운 햇살이 무더운 여름으로 변하기 전에 후고 볼프의 음악으로 완성된 목가적인 뫼리케의 시집과 함께 산책을 나가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책 속에 스며든 클래식, 그 20번째 뫼리케와 후고 볼프의 시와 가곡 “봄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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